[Y리뷰] 빼어난 영상미·아쉬운 개연성...한지민·남주혁 '조제'

행복하다가도 불안하고 한없이 가깝다가도 멀게 느껴진다. 사랑이 그렇고 연인이라는 관계가 그렇다. 영화 '조제'(감독 김종관)는 이런 사랑의 복잡미묘함을 천착하며 깊은 겨울 감성을 두드린다. 다만 영화 전반에 흐르는 모호함은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주인공 조제(한지민)는 할머니와 함께 산다. 장애로 세상과 단절된 그는 책을 통해 세상을 접한다. 혼자 집을 나섰던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상황에 처한 그는 우연히 대학생 영석(남주혁)의 도움을 받게 된다.

그날 이후 때때로 집을 찾아오는 영석을 보며 조제의 세계에도 변화가 인다. 영석 역시 조제가 남들과는 다르게 느껴지고 이내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스며들며 사랑을 시작하지만 이내 한계와 마주한다.

'조제'는 한국에도 많은 팬을 가진 이누도 잇신 감독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김종관 감독은 "작품이 담은 깊은 인간애가 좋았고 우리만의 방식으로 이야기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호랑이, 물고기를 비롯해 원작의 큰 줄기를 가져오되, 세부 사건 등 설정에 변화를 꾀했다. 만남의 설렘부터 담담한 이별까지, 삶에 지친 두 사람이 만나 편견 없이 서로를 가까이하는 과정을 느리고 차분한 호흡으로 담아냈다.

그 과정은 현실적이다. 판타지도 첨가물도 없다. 미화하지도 않는다. 대신 설렘과 기쁨부터 권태로움과 불안까지, 사랑하며 겪는 복잡다단한 감정을 담는데 집중했다. 자극적인 이미지나 설정 없이도 감정의 여운이 남는 이유다.

사랑과 관계에 대한 고찰도 돋보인다. 영화는 말한다. 사랑, 그 끝이 이별일지라도 무의미하지 않음을, 새로운 가능성의 시작임을. 서로를 만나 자신을 아끼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은 조제와 영석을 통해 보여준다. 마침내 집 밖을 나가 운전대를 잡는 조제와 확신 없이 방황하던 날을 뒤로하고 직장인이 된 영석의 모습이 괜히 뭉클하다.

김종관 감독은 전작에 이어 탁월하고도 빼어난 영상미로 관객을 매혹한다. 잎이 떨어지는 가을,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 벚꽃이 흩날리는 봄 등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풍광은 아름다움은 물론, 서로에게 스며들고 타오르며 이내 시드는 주인공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대변한다.

러닝타임 내내 영화는 차분하고 잔잔하다. 직접적인 대사보다도 배우들의 표정, 행동, 그리고 미장센 등을 통해 말 건다. 이 점이 누군가에게는 모호하고 또 불친절하게 다가올 수 있다. 두 사람의 감정이 변화하는 과정을 지나치게 생략돼 사건의 발생이 갑작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후반부에 갈수록 이 맹점은 두드러진다. 개연성보다 순간의 감정을 쉼 없이 나열하는데 집중한 탓이다.

조제 역을 맡은 한지민은 큰 행동이나 대사 없이 캐릭터가 처한 내밀한 감정을 표현해냈다. 세상의 풍파를 견딘 까칠한 얼굴에서 언뜻 '미쓰백'의 상아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연약함과 단단함을 자연스레 오가는 한지민 표 조제는 새롭다.

한지민과 함께 온전히 극을 끌고 가는 남주혁의 존재감 역시 빛난다. 사랑의 열병으로 성장과 성숙을 거듭하는 영석을 먹먹하고도 과하지 않게 그려냈다. 안정적인 발성과 편안한 목소리 역시 감성 멜로와 잘 어울린다.

러닝타임 117분. 15세 이상 관람가. 오는 10일 개봉.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워너브라더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