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울대병원, 존엄사 공식화 발표" [YTN FM]

2009.05.20 오전 10:22
"서울대병원, 존엄사 공식화 발표" - 허대석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YTN FM '강성옥의 출발 새아침' (오전 06:00~08:00)

강성옥 앵커 ( 이하 앵커 ) : 서울대병원이 말기 암환자가 연명치료 중단을 원할 경우 병원 내부 절차를 통해 이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했죠. 서울대의 이 같은 결정은 사실상 존엄사를 인정한 셈이어서 의료계 뿐 아니라 학계와 종교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특히 바로 내일 존엄사 인정 여부에 대한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예정돼 있어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논란 속에서도 과감하게 존엄사를 오랫동안 인정해 줄 것을 주장하고 나선 서울대병원 허대석 혈액종양내과 교수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 서울대병원 허대석 혈액종양내과 교수 ( 이하 허대석 ) : 네 안녕하십니까?

앵커 : 서울대병원이 존엄사를 인정했다고 하는 것은 정확히 말해 환자본인과 대리인이 심폐소생술 등 연명치료를 받지 않기로 사전의료지시서에 서명했을 때 병원이 이를 받아들인다는 것이죠. 서울대병원이 '존엄사를 인정했다'고 표현해도 맞는 얘기가 되나요?

☎ 허대석 : 정확하게 표현하면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환자들이 원하지 않을 경우 그에 대한 거부권을 인정한 셈이고요, 존엄사라는 표현은 받아들이는 입장마다 다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어서 그것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앵커 : 어쨌든 이번 일은 의료계에서 아주 민감한 사안이었는데요, 어떻게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되셨습니까?

☎ 허대석 : 우리나라에서 1년에 한 25만 명 정도가 사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거하고는 달리 사망하는 과정이, 대부분 병원으로 오시게 되는데, 그사이에 연명장치가 대단히 많이 발전하다보니까 우리가 원래 연명장치는 좋은 일을 하는 것이죠. 그것이 과잉으로 적용되면서 환자분들이 불필요하게 추가적인 고통을 당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고요, 또 이것이 어떤 기준이 마련되어있지 않다보니까 가족들도 혼란스럽고, 의사들도 혼란스럽고, 때로는 의료 분쟁까지 휘말리는, 대단히 혼란스러운 상황이 있어서 무언가 기준을 마련해야 되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앵커 : 현재 의료법상으로 보면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불법에 해당하죠?

☎ 허대석 : 예, 맞습니다.

앵커 : 환자 가족이 고소하면 의료진이 처벌 받을 수 있는 상황인데요, 이번 결정을 내리면서 법적인 상황은 고려를 하신 겁니까?

☎ 허대석 : 이미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다 앎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매일 벌어지는 문제거든요. 더 이상 관행적으로 대형병원에서 이런 문제에 부딪혀 있으면서 음성적으로 중단이 일어나고 있는데, 언제까지 방치할 수가 없어서 의료계 내부적인 기준을 마련하려고 노력한 것입니다.

앵커 : 서울대병원의 경우 실제로 암으로 사망하는 환자 가운데 어느 정도나 연명치료를 포기하는지 궁금하군요?

☎ 허대석 : 1년에 암으로 사망하는 환자가 6~700명 정도 있는데 말이죠. 그중에서 4~500명, 약 85%는 연명치료는, 주로 가족들이 의사 표현을 해서 받지 않겠다 해서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 그러니까 의료법상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연명치료가 사실상 관행적으로 중단되고 있는 것이 의료계의 현실이군요?

☎ 허대석 : 네, 현장에서는 그 문제가 있습니다.

앵커 : 그러면 의사들의 경우에요, 그동안 연명치료를 받고 싶지 않은 환자들에 대해 의사들은 어떻게 조치해왔습니까?

☎ 허대석 : 그동안은 제도적으로 보장을 받지 못하니까 개개의사별로 본인의 책임 하에 어떤 임의 양식에 따라서, 주로 가족들과 대화를 통해 합의를 해서 치료를 어떤 경우는 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중단하기도 하고, 대단히 혼란한 10여년을 지내온 것이 사실입니다.

앵커 : 아무래도, 지난 1997년이죠, 보라매 병원에서 연명치료 중단했던 의사가 살인 방조죄로 기소가 됐고요, 지난 2006년엔 서울대 병원 의사도 살인죄로 고소되는 일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 허대석 : 예 맞습니다. 그와 같이 법적으로 보장을 받지 못하니까 어떤 문제가 생기냐면, 그런 분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것이죠 의사들도. 그러다 보니 방어적인 진료를 하게 되고, 일단 복잡하면 연명치료를 시작하고 보는 것이 관행처럼 돼버렸었어요. 그러니까 환자분들이 불필요하게 추가적인 고통을 받는 일이 자꾸 많아지고 있습니다.

앵커 : 이번 서울대 조치는 말기 암환자한테만 해당이 되는 것인가요?

☎ 허대석 : 일단은 분쟁의 소지가 없는, 회생가능성의 논란이 없는 말기 암환자로 국한을 했습니다.

앵커 : 그런데 말기 암환자 기준을 어떻게 명시하고 계시나요?

☎ 허대석 : 말기 암이라면 기존에 우리가 알려진 항암치료들, 수술, 방사선, 항암제를 계속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항암 치료에 더 이상 반응하지 않으면서 환자가 점점 악화되는 시점. 그 때를 말기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앵커 : 그러면 암이 아닌 다른 말기 환자들, 그러니까 다른 질병 환자들로 존엄사 인정 문제를 확대할 계획이 있으신지요?

☎ 허대석 : 선진국에서는 말기 암에서 시작해서 어느 정도 사회적 수용이 되면 말기 에이즈 환자로 확대가 되고요, 그것이 수용이 되면 암이나 에이즈 외에도 만성 질환으로 말기 상태에 있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루게릭병이라든지, 만성 신부전이라든지, 그런 환자로 확대하고 거기 까지 수용이 되면 그 다음에 사회가 논의하기 시작하는 것이 식물인간 상태를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데 식물인간 상태는 굉장히 다양해서 일반화 시켜서 접근하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앵커 : 치료 중단을 원하는 환자나 대리인이 있다면 서울대 병원에서는 앞으로 어떤 절차를 밟으면 되나요?

☎ 허대석 : 제일 중요한 것은 환자 본인의 생명에 대한 가치관을 문서로 표현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래서 사전 의료 지시서, 본인의 이와 같은 연명 치료에 대한 입장을 본인이 밝히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본인이 하기 어려울 경우 환자가 명시적으로 어떤 대리인을 지정할 숭 있습니다.

앵커 : 본인이 의사표현이 힘들 정도로 병이 위중한 상황이고요, 사전의료지시서에 본인이 서명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그런 경우에는 어떻게 대리인을 통해서 환자 의사를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는데요?

☎ 허대석 : 명시적으로 미리 정해두기가 어려운데 갑자기 상태가 악화됐다, 그럼 누가 이것을 대신해서 결정할 수 있을까, 대신해서 결정한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고요, 누가 환자 본인의 생명에 대한 가치관을 대변하는가, 이 관점에서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된다고 봅니다.

앵커 : 대리인의 신분은 아무래도 가족으로 한정이 되겠죠?

☎ 허대석 : 현재로는 우리나라는 가족 중심의 사회라서 가족이 대부분 차지할 텐데요, 서양의 경우 꼭 가족으로 국한하지만은 않습니다. 환자분의 가치관을 잘 아신다고 인정될 만 한 충분한 근거가 있을 때는 인정하고 있습니다.

앵커 : 이런 경우가 많지는 않겠습니다만 만에 하나 부정적인 우려도 제기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요, 환자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연명치료 중단 결정이 내려지는, 악용되는 소지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지 않습니까?

☎ 허대석 : 그럴 위험이 없었으면 하는데요, 사실 그럴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런 논의의 대전제는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있어서 경제적 동의가 섞여 들어오는 것을 최대한 배제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앵커 : 방금 선진국에 사례를 많이 말씀해주셨는데요, 선진국의 경우 존엄사 문제가 포괄적으로 광범위 하게 적극적으로 인정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까?

☎ 허대석 : 미국 같은 경우는 30년 전인 76년도에 공식적으로 자연사법이라는 법의 형태로 전 주에서 실시하고 있고요, 우리하고 비슷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나라들 중에는 대만이 2000년도, 저희보다 9년 앞서서 입법을 해서 실시하고 있습니다.

앵커 : 어떻게 보면 입법하는 문제에 있어서 상당히 뒤쳐진 셈이 됐네요?

☎ 허대석 : 아주 많이 늦었습니다.

앵커 : 그런데 바로 내일 세브란스 병원에서 제기한 존엄사 인정 여부에 대한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예정돼 있지 않습니까? 공교롭게도 이번 서울대병원의 결정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나왔는데요, 어떻게 보면 대법원 결정에 의료계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한 의도가 아닌가 하는 해석이 있더군요?

☎ 허대석 : 그런데 뭐 저희는 그것이 대법원에서 어떠한 판결을 내릴지라도 저희가 결정한 사안이 달라질 것은 없고요, 저희가 담고자 했던 것은, 이 문제는 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많은 요인을 가지고 있는데, 근본적으로 의료문제이기 때문에 의료 현장에 어떤 고통이 있고, 저희 나름대로, 어떤 기준으로 접근하겠다는 뜻을 담았다고 받아주시면 맞습니다.

앵커 : 만약 내일 대법원이 인간 생명은 누구도 침해할 수 없다는 취지로 서울고법 판결을 뒤집을 경우 새로운 논란이 될 수도 있을텐데요? 대법원이 이렇게 서울 고법 판정을 뒤집는 결정을 내리더라도 서울대병원은 이번 존엄사 결정과 관련한 후속 조치를 계속 실천해 나갈 생각이신가요?

☎ 허대석 : 맞습니다. 근본적으로 제일 중요한 문제는 본인이죠. 환자분이 불필요한 고통을 안 받게 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옳다고 보기 때문에, 또 우리나라가 후진국으로 퇴행할 것을 전제로 하지 않고 선진국이 겪었던 과정을 우리가 지향한다면 이 문제는 언젠가는 법으로 다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앵커 : 그러니까 의료계 내부에 이런 존엄사와 관련한 현실적인 고민이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요 우리 국회가 나서서 이 문제를 입법화 해버린다면 상당히 모든 문제가 일거에 해결될 수 있을 텐데요? 국회에서 이 문제를 쉽게 매듭짓지 못 하는 이유가 궁금하군요?

☎ 허대석 : 제일 중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각 보는 시각에 따라서 이 문제를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저희가 바라보건데, 궁극적으로 환자 본인, 본인이 고통을 안 받게 우리가 제도로 도와드려야 되는 것이거든요. 단지 제도의 미비로 인해서 불필요한 고통을 가중시키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앵커 : 사실 내일 대법원 판정이 예정되어있기 때문에요 그 결정을 미리 알 수는 없는 상황인데, 일단 우리 허 교수님을 비롯한 서울대병원, 또 대부분의 의료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서울대법원이 내일 존엄사 결정을 인정해주는 판정이 나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심정이겠군요?

☎ 허대석 : 네, 그렇습니다.

앵커 : 교수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허대석 : 네 감사합니다.

앵커 : 지금까지 서울대병원 허대석 혈액종양내과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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