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친일파 동상과 마주한 평화의 소녀상

2019.03.27 오전 07:46
[앵커]
YTN은 3.1운동 100주년 기획으로 시청자 여러분의 제보를 받아 알려지지 않은 친일 잔재물을 찾고 있습니다.

제보를 받은 사례 가운데에는 평화의 소녀상과 나란히 서 있는 친일파 동상도 있었습니다.

홍성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일본군으로 전쟁에 참여해 가족의 화합을 이끈다는 내용의 친일 선전영화 '조선해협'.

국내 1세대 여배우 복혜숙 씨가 출연했습니다.

충남 보령 그녀의 고향엔 동상까지 세워졌습니다.

복혜숙 씨가 출연한 노골적인 친일 영화는 '국기 아래서 나는 죽으리', '감격의 일기' 등 확인된 것만 6편.

하지만 이런 행적은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 친일 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린 배우를 기리기 위한 동상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동상과 불과 30여 m 떨어진 곳에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기리기 위한 평화의 소녀상이 함께 자리하고 있습니다.

YTN으로 제보를 한 시민은 친일 여배우의 동상과 평화의 소녀상을 한 자리에 세운 이유가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복혜숙 동상은 지난 2013년 개관한 박물관에 관련 자료를 함께 전시하며 근처 공원에서 현 위치로 옮겨졌고, 이후 지난해 3.1운동 99주기를 맞아 공교롭게도 같은 곳에 소녀상이 세워졌습니다.

복혜숙 씨의 친일 행적을 아는 일부 시민들이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박물관 전시 자료는 철거하기로 했지만, 동상까지는 옮기지 못하면서 소녀상과 친일 배우의 동상이 한자리에 놓이게 된 겁니다.

[충남 보령 문화의 전당 관계자 : 향후에 이분(복혜숙)의 공과 사(친일 행적)는 확실하게 기록할 수 있는 표지판을 마련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제보는 충남 논산 상월면사무소 한편에 세워진 비석입니다.

지역의 군수와 면장의 공덕을 기리는 비석인데, 일제 강점기 조선 제일의 땅 부자,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를 지낸 친일파 김갑순의 비석도 함께 있습니다.

일제강점기를 겪은 한 시청자는 설립 이유를 알 수 없는 친일파의 공덕비를 볼 때마다 불편했다며 YTN에 제보했습니다.

[이보철 / 대전시 서구 도마동 : (왜 세웠는지) 모른다 그러길래, 기분이 나빠서 가져다 뽑아서 버리는데 돈도 드니, 거기다 페인트로 친일파로 써 붙이든지 아니면 (글자를) 새겨서 넣던지 그렇게 했으면 좋을 것 같아요.]

해방 이후 단 한 번도 제대로 조사된 적이 없는 친일 잔재물.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올해, 일제 강점기 어두운 역사를 제대로 기록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YTN 홍성욱[hsw0504@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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