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흔히 인생은 60부터라고 하지만 고희를 넘긴 무용수가 무대에 오릅니다.
올해로 데뷔 40주년을 맞는, 세계적인 현대 무용가 홍신자 씨가 주인공인데요.
우리 시대의 영원한 춤꾼을 김선희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격렬한 피아노 연주에도 무용수는 천천히 움직이고 또 느낀 대로 몸으로 뱉어냅니다.
작은 의자 위에서 위태롭게, 때론 바닥에 흐트러진 꽃 위에서 고통스런 몸짓을 이어갑니다.
삶의 무게를 걸친 자의 고뇌와 방황, 그리고 깨달음을 온 몸으로 표현한 무용가 홍신자 씨의 '네 개의 벽'입니다.
어느 덧 칠순을 훌쩍 넘긴 그녀가 춤 인생 40주년을 기념해 무대에 오릅니다.
[인터뷰:홍신자, 현대 무용가]
"40년이 될 때까지 꾸준히 한마음으로 한 우물을 팠다는 거.. 제가 생각해도 자신이 자랑스럽고 또 보람을 갖고..."
춤추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나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초연작 '아리아드네의 실'로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습니다.
신작 발표와 함께 새롭게 재구성한 '네 개의 벽'도 다시 선보입니다.
스스로 영원한 춤꾼임을, 살아온 그대로, 있는 모습 그대로 보여주고자 합니다.
[인터뷰:홍신자, 현대 무용가]
"저는 이제 지금 40주년이 됐고 74세인데 지금이 제가 가장 완숙한 거 같아요. 지금부터 자신이 생겨요."
무용수로는 늦은 나이인 27살에 춤을 시작한 그녀는 현대예술의 중심부인 뉴욕에서 현대음악의 거장 존 케이지,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등 당대 최고 전위예술가들과 교류하며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았습니다.
이번 데뷔 40주년 공연에도 일본 피아니스트 마사미 타다와 인도 무대디자이너 오르손 비스트롬 등 유명 예술가들이 힘을 보탰습니다.
[인터뷰:오르손 비스트롬, 무대 디자이너]
"홍신자의 춤은 거짓 없는 진솔함이 묻어난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인 거 같아요. 어떤 과장이나 화려함 없는, 날 것 그대로의 느낌, 정직함이라고 생각해요."
늘 고통 속에서 작품을 준비하지만 무대에 올라 불꽃처럼 순간을 태우는 무용에 희열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인터뷰:홍신자, 현대 무용가]
"초가 불태우듯이(불타듯이) 제가 살아있는, 항상 또 그걸 준비하는 마음, 설레는 마음, 정열 그런 것이 나를 여태까지 열심히 살아오게...(한 거 같아요.)"
인터뷰 내내 여전히 도전, 실험, 열정 같은 단어를 쏟아내는 그녀는 같은 길을 가는 후배들에게 애정 어린 충고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인터뷰:홍신자, 현대 무용가]
"한 우물만 파보겠다! 여러 우물 파면서 여기 뭐가 나올까? 이게 아닌 한 우물만 하면 물이 나오죠, 어느 날!"
항상 시대보다 앞섰던, 한국 현대무용의 살아있는 전설 홍신자
여전히 새롭고 혁신적인 몸짓으로 오늘도 무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YTN 김선희[sunnyk@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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