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에 발을 담그고 수박을 먹는다. 반려견과 숲길을 거닐고, 특별한 계획 없이 하루를 보낸다. SBS 새 예능 프로그램 '산골총각 영웅'이 담고자 하는 모습들이다. 예능이라기엔 수수한 이 모습들은 오히려 중장년층이 은퇴 후 꿈꾸는 모습들과 닮아 있다.
가수 임영웅이 오는 23일 첫 방송되는 '산골총각 영웅'을 통해 산골 생활에 나선다. 프로그램은 '익숙한 문명은 내려두고 자연 속에서 본능대로 즐기는 무계획·무공해 라이프'를 표방한다.
이를 증명하듯 공개된 포스터 속 임영웅은 계곡물에 발을 담근 채 환하게 웃고 있고, 또 다른 포스터에서는 반려견 시월이와 함께 새로운 보금자리 앞에 서 있다. 겉으로는 흔하디 흔한 대자연의 품에 안긴 힐링 예능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임영웅이라는 존재의 특별함 때문이다.
온 국민이 알고 있는 것처럼 임영웅의 핵심 팬층은 중장년층이다. 그리고 이들이 오랫동안 소비해 온 대표 콘텐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자연 예능이다. MBN '나는 자연인이다'를 비롯해 '삼시세끼', '효리네 민박', 최근의 '푹 쉬면 다행이야'까지. 복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 살아가는 삶에 대한 동경이 투영된 콘텐츠들이다.
실제로 귀촌과 전원생활은 중장년층이 가장 자주 이야기하는 로망이다. 다만 이를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현실적인 어려움, 전원생활에 대한 로망에 따라오는 불편함 등이 중장년층의 로망 실현을 방해한다.
'산골총각 영웅'은 이러한 정서를 정확히 겨냥한다. 여기에 임영웅이라는 존재가 더해지며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을 유도한다.
임영웅은 팬덤 내에서 스타인 동시에 '우리 영웅이'로 불리는 친근한 대상이다. 무대 위에서는 수만 명의 관객을 움직이는 스타지만, 무대 밖에서는 소탈한 청년의 이미지다.
이 이미지 덕에 산골 생활을 하는 임영웅의 모습은 중장년층을 대리만족시킨다. 중장년층 팬들에게 이 프로그램 속 임영웅은 자신을 대신해 그들이 꿈꾸던 삶을 살아주는 존재가 된다.
결국 '산골총각 영웅'은 단순한 관찰 예능이나 힐링 예능에 머물지 않는다. 자연 속 삶을 동경하는 중장년층의 로망과 임영웅이라는 강력한 정서적 아이콘이 만난 결과물이다. 계곡과 숲, 반려견이 주는 평온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영웅이'가 자신들을 대신해 꿈꾸던 삶을 살아가는 모습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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