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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사탕' 설경구 통곡하게 한 #이창동 #철도신 #韓영화운명[종합]

2018.04.24 오후 10:48

"'박하사탕' 설경구는 나의 운명, 한국영화의 운명이다."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박하사탕' 디지털 리마스터링 개봉 기념 시네마톡에는 이창동 감독을 비롯, 배우 설경구와 김여진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박하사탕'은 생의 막장에 다다른 한 중년 남자의 20년 세월을 7개 중요한 시간과 공간을 통해 1980년 5월 광주의 트라우마를 그린다. 1999년 제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자, 칸영화제 감독주간 초청작이다. 설경구, 문소리의 첫 주연작이다. 2000년 1월 1일 개봉해 한국영화 부흥기를 이끌었다. "나 다시 돌아갈래"라는 명대사로 기억되는 영화.



충무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인 설경구는 '박하사탕' 출연 당시만 해도 무명 배우였다. 설경구는 "문소리와 나는 이름도 없는 배우였다. 감독님이 큰 모험을 하셨다. 천운을 받아 캐스팅됐다. 촬영하면서 너무나 괴로웠다. 매 챕터가 다른 인물 같은 느낌이 들어서 고통 속에 보냈다. 너무 어려운 숙제를 해결하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설경구는 "내 대표작이 뭐냐는 질문에 늘 '박하사탕'이라고 답했다. 내가 어떤 영화를 찍든 앞으로도 내 대표작은 '박하사탕'이 될 것이다. 내겐 어마어마한 작품"이라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설경구는 촬영 당시 이창동 감독에게 "죄송합니다. 이것밖에 안 됩니다"라고 사과했다고. 이에 대해 이창동 감독은 "당시 나는 설경구만을 의지하고 믿고 있었다. 설경구라는 미지의 영역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김영호라는 인물을 통해 한국인의 현대사를 의인화하고자 했다"라고 전했다.



김여진은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임상수 감독)로 충무로 주목받던 시기 '박하사탕'에 출연했다. 주연진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신인이 아니었다.



김여진은 "'처녀들의 저녁식사'로 상을 받고 났지만 캐스팅은 가장 마지막에 됐다. 나는 이 인물이 정확히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다고 감독님을 설득했다. 살면서 그렇게까지 당돌했던 적이 없었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김여진은 "매 장면 힘들게 갔다. 나도 늘 주저없이 대표작으로 '박하사탕'을 꼽는다. 시선, 대사 한마디도 쉽게 할 수 없었던 작품이다. 부끄럽게도 '박하사탕' 이후 이만큼 고민한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창동 감독은 '박하사탕'에서 전라 노출을 감행한 김여진에 대해 "요즘도 여배우 노출이 신경쓰이는 일이고 배우에겐 큰 부담이고 도전이다. 상당히 고맙다. 그 장면은 20년 시간의 흐름 속에서 비슷한 것을 다시 경험하는 아이러니를 담았다. 홍자(김여진)가 처녀의 몸으로 영호(설경구)와 영등포 허름한 여관에서 자는 것과, 시간이 흘러 바람을 피우는 장면이다. 한 인간의 순수와 다른 길로 들어선 적나라한 모습을 그 자체로 보여주는 고마운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설경구는 "나는 '박하사탕'을 못 보겠다. 힘들다. 술자리에서 '박하사탕' 얘기만 나오면 통곡한다. 아직까지도 여운이 짙은 영화다. 지금도 말하면서도 울컥하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이창동 감독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명장면인 "나 다시 돌아갈래" 열차신에 대해 "설경구가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걱정이 돼 연출부가 설경구 다리를 잡고 찍었다. 설경구는 누가 밑에 있는지 없는지 의식을 못할 정도였다. 말로만 듣던 내면 연기를 실제로 보고 전율을 느꼈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창동 감독은 "설경구라는 배우가 '박하사탕'으로 걸어들어온 것은 나의 운명, 한국영화의 운명"이라고 해 박수를 이끌어냈다.



'박하사탕'은 4월 26일 4K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개봉한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박하사탕' 포스터 및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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