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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연착륙' 산틸리, "한국의 '몰빵배구?' 내가 보기에는..."

와이파일 2020.12.21 오후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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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연착륙' 산틸리, "한국의 '몰빵배구?' 내가 보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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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은 이미 잘 만들어진 수프입니다. 약간의 소금만 있으면 더 맛이 날 겁니다." 지난 6월 남자배구판에 외국인 지도자로는 처음 등장한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의 취임 일성입니다. 요리로 유명한 이탈리아 출신 감독답게, 특이한 비유로 소감을 밝힌 지 딱 6개월, 과연 소금을 찾은 건지 궁금했습니다.
"내가 찾은 소금은 신뢰와 팀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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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연착륙' 산틸리, "한국의 '몰빵배구?' 내가 보기에는..."
강화도 전등사를 찾은 산틸리 감독의 망중한..출처 대한항공

선두 대한항공은 지난 18일 현대캐피탈을 제압하고 연승 기록을 5게임으로 늘였습니다. 지난 시즌 득점과 공격 성공률 1위 비예나가 빠진 가운데 이룬 성과입니다. 비결을 물었습니다. "소금이 다른 양념들을 잡아주고 수프의 맛을 완성하죠. 또 일정 시간 끓여야 수프가 진해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말한 소금은 충분한 훈련 시간, 선수들이 서로를 믿는 신뢰,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팀워크였던 셈이죠." 너무 뻔한 얘기라 전문가 의견을 구했더니 해설자로 전업한 이정철 전 IBK 기업은행 감독이 후한 점수를 줬습니다. "정지석, 한선수, 곽승석 등 국가대표급 국내 선수 라인업을 갖춘 만큼 외국인 선수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팀이죠. 단 감독이 역량을 발휘한다는 전제 아래에서."라고 말이죠. 대한항공은 V리그 일부 팀의 전유물이나 마찬가지인 '몰빵배구'에서 탈피한 것일까요?
"'몰빵배구?' 전통은 존중,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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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연착륙' 산틸리, "한국의 '몰빵배구?' 내가 보기에는..."
숙소에서 반려견과 함께 한 산틸리..YTN 캡처

'몰빵배구'에 대해 물어보니 모범답안이 나왔습니다. "각 리그마다 사정이 다르니 한국의 전통은 존중하지만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고요. 그리고 자신을 첫 외국인 사령탑으로 데려온 대한항공의 의도 역시 변화를 통한 승리가 아니겠냐고 되묻더군요. 흔한 영어 속담이 떠올랐습니다. "When in Rome, do as the Romans do." 마침 로마 출신인 산틸리 감독, 한국에서는 한국의 풍속을 따르되 특정 선수 의존보다는 선수들의 팀워크를 극대화하겠다는 얘기로 들렸습니다.
"난 과거 평범한 선수"…"희생하는 지도자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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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연착륙' 산틸리, "한국의 '몰빵배구?' 내가 보기에는..."
한국시리즈를 관전하는 산틸리 감독…출처 FILA 코리아

사실 전임 박기원 감독이 대한항공에 그토록 바라던 우승을 안겼으니, 굳이 바꿀 필요가 있느냐는 사령탑 교체 당시의 여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원했던 것은 역시 변화였던 것 같습니다. 성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일부 고참 선수들이 지도자 이상으로 선수단 내부의 공기를 좌지우지한다는 게 공공연히 알려져 있었으니까요. "선수 시절 난 평범했지만, 꼭 스타 선수 출신이 잘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비선수 출신인 한국 여자 대표팀 감독 라바리니도 있지 않느냐. 감독은 큰 그림을 그리고 대신 코치 등 스태프를 잘 쓰면 된다"는 철학도 내비쳤습니다. 최근 은퇴한 대한항공스포츠단 이유성 단장도 감독 영입 당시 뒷얘기를 귀뜸해 줬습니다. "사실 우리가 접촉한 지도자 후보가 3명 있었는데, 이름값보다는 산틸리의 지도자 경력, 선수들에게 얼마나 희생할 수 있느냐를 많이 봤다"라고요.
"한국 선수들, 보다 직접적으로 감정 표현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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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연착륙' 산틸리, "한국의 '몰빵배구?' 내가 보기에는..."
최태웅 감독의 명짤 "화가 나야 돼!" 설마 이런 걸 원하는 걸까요...방송화면 캡처

얼마 전 화제가 됐던 김연경의 '네트 논란'도 알고 있었습니다. "한국 선수들은 서구 선수들에 비해 코트 안팎에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다"라며 "경기 자체와 상관이 없고, 심판 역시 무방하다고 게임을 진행했다면 김연경의 제스처는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으로 본다". 비슷한 의미로 대한항공 선수들이 실수했을 때 멋쩍은 웃음을 짓기보다는 분노든 실망이든 아니면 고함이든 격렬하게 감정을 나타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나타냈습니다. 러시아 프로팀 사령탑 시절, 과거 사회주의 국가 특유의 감정 표현 자제에 선수들을 파악하는 데 애를 먹었다는 산틸리. 대한항공의 훈련 시간에 가장 막내 선수가 코트를 정리하는 걸 보면서는 "왜 가장 어린 선수가 궂은 일을 하는지, 처음에는 이해하기 힘들었다"라며 문화적 차이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신유빈 같은 딸이라면 입양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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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연착륙' 산틸리, "한국의 '몰빵배구?' 내가 보기에는..."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과 함께...출처 대한항공

유럽 클럽과 대표팀 등 지도자 생활만 25년. 취미는 야구 관람과 탁구라는데, 한국시리즈에도 모습을 드러낸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실제 탁구 국가대표인 신유빈과도 한두 번 탁구를 쳤다네요. 같은 대한항공 스포츠단이지만 배구연습장은 기흥에, 탁구장은 검단에 있어 아쉽다며 보다 많은 기회를 희망했습니다. 신유빈의 무한 긍정 에너지에는 "저런 친구라면 입양 딸로 삼고 싶다"라고 호감을 나타내더군요. 누구든 가족이 그리워질 연말 그리고 크리스마스, 낯선 V리그에 연착륙 중인 산틸리 감독에게 서툰 이탈리아 말로나마 행운을 빕니다.
Buon Natale!(메리 크리스마스!)

서봉국[bksu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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