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동운동하다 자백 후 대공특채까지"...경찰국장의 수상한 1989년

사회 2022-08-0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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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국 경찰서장 회의와 1인 시위, 삭발식 등 일선 경찰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진통을 겪은 끝에 지난 2일 행정안전부 경찰국이 출범했습니다.

행안부 경찰국의 초대 수장인 김순호 국장은 지난 1989년 '안보 특채'로 경찰이 됐는데 YTN 취재 결과 당시 '대공공작업무 관련자'로 특채 대상에 포함된 거로 확인됐습니다.

김 국장은 YTN 취재진과 직접 만나 노동운동을 하다가 자수해 과거 행적을 자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준엽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1991년 치안본부가 경찰청으로 독립한 지 31년 만에 행정안전부 경찰 관련 조직으로 출범한 '경찰국'.

초대 국장으로는 경찰청 안보수사국장 출신 김순호 치안감이 임명됐습니다.

그런데 40여 년 전으로 시계를 되돌리면 김 국장은 이른바 '안보통'인 지금과는 사뭇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김 국장은 지난 1983년 3월, 운동권 서클에 가입해 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군대에 강제징집됐습니다.

학생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전두환 정권이 벌인 이른바 '녹화사업' 피해자였던 겁니다.

같은 해 11월에는 국가보안사령부에 끌려가 심사를 받고 중간 등급인 'B급' 관리대상으로 1502번 관리번호가 부여됐습니다.

이후 김 국장은 공장에 위장 취업했고, 서클 선배 최동 씨를 따라 '인천·부천 민주노동자회', 이른바 '인노회'에 가입했습니다.

'김봉진'이란 가명을 쓰며 부천 지역 조직책임자인 지구위원 직위도 맡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1989년 2월 인노회가 느닷없이 이적단체로 낙인찍히고 부천 지역에서는 일반 회원들까지 줄줄이 구속됐습니다.

그 무렵 김 국장은 돌연 잠적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반년 만에 '대공 특채'로 경찰관이 돼 돌아왔습니다.

첫 부임지는 인노회 사건을 수사한 바로 그 부서, 치안본부 대공수사 3과였습니다.


YTN 취재결과 김 국장은 대공공작업무 관련자로 분류돼 특별채용 자격을 얻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과거 정부가 녹화사업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1983년 강제징집 당한 김 국장이 대공 업무에 활용된 적이 있는 것으로 분류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노동운동 경력과 갑작스러운 잠적, 대공공작업무 관련자로 경찰 대공 특채까지 이례적인 행보입니다.

YTN 취재진은 김순호 국장을 만나 인노회 사건 때 잠적한 뒤 갑자기 경찰관이 된 배경에 대해 직접 물어봤습니다.

김 국장은 인노회 사건이 터진 지난 1989년 초쯤 북한의 주체사상에 물들어가는 운동권 흐름에 회의를 느껴 고향으로 내려갔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고시 공부를 하다가 내적 갈등이 심해져 같은 해 7월쯤 직접 서울 홍제동 대공분실을 찾아가 인노회 사건 책임자에게 그동안의 활동을 자백했다는 겁니다.

당시 경찰 책임자가 사흘 동안 조사하면서 주사파에 물들까 걱정된다는 고백을 들은 뒤 역으로 '대공 특채'를 제안하면서 곧바로 경찰의 길을 걷게 됐다는 게 김 국장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자기 고백'을 할 때 인노회 동료들이 구속되거나 수사에 영향을 끼칠 진술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녹화사업 당시 공작 활동과 관련해선 누굴 만난 뒤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긴 했지만, 친구들과 술 마신 내용 등만 보고해 별일은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YTN 이준엽입니다.



YTN 이준엽 (leejy@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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