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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북한 당 대회 '결정서 채택 연기' 보도 논란...왜?

와이파일 2021-01-11 17:30
[와이파일] 북한 당 대회 \'결정서 채택 연기\' 보도 논란...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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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안다'는 말도 있지만 북한의 8차 당 대회 5일차 회의 결과 발표 보도(1월 10일)에 포함된 '다음'이란 문구 때문에 한때 논란이 일어 북한 아나운서의 말을 정말 숨죽여 끝까지 들어봤습니다.

북한이 노동당 8차 대회에서 닷새에 걸친 '사업 총화' 보고와 토론이 있었다고 발표했는데 문제의 문구가 바로 아래와 같이 나옵니다:

"대회는 첫째 의정에 대한 결정을 새로 선거되는 제8기 당중앙지도기관이 결정서초안작성위원회를 구성하고 부문별협의회들에서 창발적이며 건설적인 의견들을 종합한 '다음' 대회에서 심의하여 채택하기로 하였다."

여기서 '다음'은 두 가지로 해석 가능합니다.
1) 의견을 종합한 '뒤에' 채택한다는 것
2) 의견을 종합한 '다음' 대회에서 채택한다는 것

이렇게 다르게 해석되는 게 왜 그렇게 중요한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다음' 대회에서 채택 = 5년 뒤 국정 운영 방향 채택 의미

[와이파일] 북한 당 대회 '결정서 채택 연기' 보도 논란...왜?

2)번으로 해석될 경우 북한이 노동당 대회에서 코로나19 감염 위험 속에 7천여 명이란 많은 인원을 모아놓고 닷새에 걸쳐 사업총화 보고와 토론을 하고도, 결론을 내지 않기로 한 이례적인 상황이 돼버립니다.

북한이 앞으로 노동당 대회를 5년에 한 번씩 정례화하기로 한 만큼 다음 대회인 5년 뒤 9차 당 대회에서 8차 당대회 '결정서'를 발표한다는 건데, 이미 골자가 다 공개된 상태에서 굳이 결론을 5년 뒤에 발표할 이유가 없습니다.

당연히 앞서 7차례 당 대회에서 전례가 없었던 만큼, 매우 이례적 결정이란 해석이 나왔습니다.

사실 북한은 당 대회 기간 김정은 위원장의 보고와 평가 내용을 다음날마다 자세하게 발표했습니다. 설사 결정서를 내지 않더라도 굵직한 발향은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핵추진 잠수함, 초음속 무기 등으로 국방력 강화를 천명한 것을 비롯해 북한의 향후 5년간 국정운영 방침은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당의 공식 입장과 국정 운영의 기본 방향을 굳이 결론내지 않는 건 영화 <식스센스>에서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인 걸 알면서도 굳이 5달 뒤에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다”라는 김빠진 결론을 발표하는 것처럼 특이한 상황입니다.

그동안 북한 당대회 사업총화 결정서에는 굵직한 내용이 담겨왔습니다.

앞선 7차 당 대회 결정서는 경제 건설과 핵무기 건설을 함께 추진한다는 ‘핵·경제 병진노선’과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등이 담겼습니다.

이런 이례적인 결정을 놓고 의미심장한 해석이 붙었습니다.

현재 북한이 당면한 코로나19, 수해, 대북 제재 등 대내외 환경과 조건이 엄혹해 다음 행보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보니 이례적인 신중함을 보였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또 미국 행정부 교체로 외교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당대회 결론에 구애받지 않고 상황 변화를 지켜보면서 유연하게 대응하려는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의 날카로운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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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북한 전문가들은 거의 하나 같이 이같은 해석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A 교수:

“그 중요한 일을 왜 다음 당대회로 미루겠습니까? 이런 질문에 답이 나와야 합니다. 다음 의미는 내일 로동신문을 보면 판단할 수 있습니다. 신속성과 탄력성을 강조한 이번 당대회 특성을 보더라도 9차 당대회 운운은 뭔가 어색합니다."
B 교수:

“당 대회의 꽃은 향후 5년의 당국가사업의 청사진과 이를 뒤받침할 재정계획, 그리고 청사진을 총괄하는 중앙지도기관 선거입니다. 재정 결정서는 채택되었는데, 돈을 어디야 써야하는지 사업결정서가 5년후에 결정된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됩니다. 따라서 결정서는 중앙지도기관 선거후 채택하고 김정은 당위원장 추대로 마무리할 듯 합니다.”

C 교수:

“당대회가 5년만에 열리는 최고의결기구인데, 결정서가 없다면 말이 안되겠죠. 그랬던 적도 없고요.”

D 교수:

“결정서가 공식 채택되어야 법적 효력을 갖게 되고 이에 기초해 당대회 결정 관철을 위한 본격적인 이행절차에 돌입할 수 있습니다. 또한 조만간 후속적으로 열리는 최고인민회의에서 국가적 차원에서 법적 예산 조직적 뒷받침을 하게 됩니다."

이런 전문가들의 의견을 보더라도 5년 뒤 당 대회 결정서를 채택한다는 건 이상하다는 걸 알 수 있지만, 헷갈릴 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이 원래 영문으로 "The congress decided to examine and adopt the resolution on the first agenda item at the next congress"라고 보도해 ‘다음 대회에서(at the next congress)’ 결정서를 채택할 것처럼 표현한 게 발단이 됐습니다.

그런데 오후 들어서 조선중앙통신 사이트에 게시된 기사에는 ‘다음 대회에서’라는 표현을 아예 삭제해 버렸습니다.
북한 아나운서가 확실히 정리해 준 해석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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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상황은 조선중앙TV 보도를 보니 좀 더 확실해 졌습니다.

조선중앙TV 리춘히 아나운서가 "의견들을 종합한 다음, 대회에서 심의하여"라고 띄어 읽어 이번 8차 당 대회 기간 중에 결정서가 채택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겁니다.

이에 대해 또다른 북한 전문가인 E 위원은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문장에 대해 우리나라의 일부 언론과 조선중앙통신의 영문 번역자 모두 ‘다음 대회’ 즉 9차 대회에서 결정서를 채택하는 것으로 잘못 해석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한국사회에서 이 부분이 논란이 되자 조선중앙통신이 관련 문장에서 ‘at the next congress’라고 번역한 부분을 삭제하고 “The congress decided to examine and adopt the resolution on the first agenda item 'after' the leadership body of the 8th Party Central Committee to be newly elected forms the resolution drafting committee and sums up creative and constructive opinions through inter-sector consultative meetings.”로 수정해 올린 것입니다.

‘다음’을 ‘next’가 아니라 ‘after’로 바꾼 것입니다.

따라서 결정서가 제9차 당대회에서 채택될 가능성은 사라졌지만 결정서초안작성위원회를 구성하고 부문별 협의회들에서 창발적이며 건설적인 의견들을 종합한 다음(=후에) 대회에서 심의하여 채택한다고 하니 당 대회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모르겠네요.”

우리가 ‘콤마’라고 부르는 숨표(,) 하나가 의미 해석을 얼마나 바꿔놓을 수 있는지 알려준 매우 흥미로운 계기였습니다.

기사 관련 질문은 댓글로 혹은 제 이메일로 보내주세요 (risungyoon@ytn.co.kr).

되도록이면 와이파일을 통해 궁금증을 풀어드릴 수 있도록 충실하게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YTN 이승윤 기자 홈 (https://media.naver.com/journalist/052/32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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