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서울 성북구.
자정이 다 된 늦은 시간 60대 여성이 집에서 나옵니다.
한 손에 들고나온 묵직한 비닐 봉투를 집 앞 쓰레기더미에 버립니다.
1분 만에 다시 내려와 상자와 작은 봉투를 내놓는 여성은 3년 넘게 치매를 앓고 있는 상황.
딸과 단둘이 살고 있는데, 재개발 지역에서 이사 가기 전 짐을 줄여두겠다며 쓰레기를 버린 겁니다.
[A 씨 어머니 : 정신이 왔다 갔다 해서 기억이 잘 안 나는데 큰 차 부르면 비싸니까 그래서 그 생각 하면서 짐을 싼다고 싼 거에요.]
평소 어머니가 실수로 쓰레기가 아닌 물건을 버려 걱정하던 딸 A 씨.
지난 26일, 손이 닿지 않게 깊숙하게 숨겨둔 검은색 비닐봉지가 사라져 깜짝 놀랐습니다.
새 아파트를 사기 위해 집을 팔아 마련한 자금을 포함해 모녀가 평생 모아온 돈이 사라진 겁니다.
자그마치 3억 원이었고, 잃어버린 돈은 모두 달러였습니다.
[A 씨 : 여기 있던 봉지 어디 갔느냐 물었더니 어머니가 놀라더라고요. 연세도 있어서 좋은 곳에 있게 해드리고 싶어서 집을 판 돈이었거든요.]
지난 2년 동안 조금씩 돈을 달러로 바꿔 둬 나중에 환율로 이득을 봐 빚도 갚으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암 투병 뒤 일을 쉬었던 A 씨는 당장 먹고살 걱정까지 해야 합니다.
[A 씨 : 인생인 거잖아요, 그 돈이. 고생하면서 이 집 하나 남아 있었던 건데, 어떻게든 수입을 만들어야 해요.]
돈이 담긴 봉지인 줄도 모르고 버렸던 어머니는 딸을 힘들게 만들었다며 자책합니다.
[A 씨 어머니 : 이제 조금 숨 좀 쉬겠다 했는데 우리 세 딸 너무 고생 많이 했거든요. 부모 잘못 만나서….]
경찰은 지난 한 달 동안의 CCTV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치매 어르신이 쓰레기를 버린 시점을 기억하지 못해 일일이 영상을 확인하고 가져간 사람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돈을 찾기 힘들어질까 초조한 A 씨.
누구든 돈을 찾은 사람이 있다면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을 테니 돌려달라며 눈물로 호소합니다.
[A 씨 : 어떤 책임도 묻고 싶지 않고 불쌍하게 생각하시고 도와준다고 생각하시고 좀 돌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취재기자ㅣ정현우
자막뉴스ㅣ이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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