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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전부였던 외동딸이 죽었는데... "렌즈가 빠져서"라는 음주운전 전과 3범 [포스트잇+]

포스트잇 2021-04-02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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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한국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저희에게 한국은 매우 안전한 곳이라고 이야기했어요. 한국이 안전해서 한국을 매우 신뢰한다고도 했죠."
<故 쩡이린(曾以琳) 씨 아버지>

"이린의 밤길을 지켜주지 못해서 너무 죄송하고, 이런 사건이 계속 일어나게 만드는 곳이어서 정말 죄송하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린의 부모님이 서럽게 울고 계셔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해서 정말 많이 죄송합니다."
<故 쩡이린 씨 친구 최진>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던 외동딸이자, 누구보다 따뜻하고 정이 넘쳤던 친구. 타이완 유학생 28살 쩡이린 씨는 지난해 11월 6일 밤, 서울 도곡동에서 음주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한국에서 신학을 공부한 지 꼭 1년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린 씨는 그날, 교수님 가족과 저녁을 함께 먹고 귀가하는 길이었습니다. 보행자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자 주저 없이 맞은편으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그때도 "한국은 매우 안전한 곳"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을 겁니다.

세상 전부였던 외동딸이 죽었는데... "렌즈가 빠져서"라는 음주운전 전과 3범 [포스트잇+]
<작년 11월 6일, 사고 당일 이린 씨의 생전 모습>

제한속도 50km/h 도로를 80km/h로 질주해오던 외제차는 이린 씨를 그대로 덮쳤습니다. 초록불이 한참 남은 횡단보도 한복판에서 벌어진 참사로, 이린 씨는 영영 눈을 뜨지 못했습니다. 운전자는 52살 김 모 씨로, 혈중알코올농도 0.079%의 만취 상태였습니다.

특히 김 씨는 2012년 3월과 2017년 4월, 음주운전으로 이미 두 차례 적발돼 벌금 4백만 원을 냈었습니다. 3년 만에 또다시 술을 먹고 운전대를 잡아 끝내 애꿎은 이린 씨 목숨을 앗아간 겁니다.

세상 전부였던 외동딸이 죽었는데... "렌즈가 빠져서"라는 음주운전 전과 3범 [포스트잇+]

더욱이 가해자 김 씨는 이린 씨 유족에게 전한 사과문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폈습니다. 왼쪽 눈 시력이 극도로 나빠져 평소 착용하던 하드렌즈가 공교롭게도 사고 당시에 갑자기 빠졌다는 겁니다. 결코 술 때문에 사고가 난 게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럼에도 검찰은 지난달 8일, 김 씨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습니다.

"가해자는 초범이 아니고 음주운전을 세 번이나 했습니다. 처음부터 엄벌했다면 두 번째, 세 번째 음주운전은 없었을 겁니다. 우리 딸이 죽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겠죠. 징역 6년이면 음주운전을 장려하는 수준의 아주 가벼운 처벌입니다."
<故 쩡이린 씨 아버지>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고, 재판부에 탄원서를 내는 등 가해자 엄벌을 위해 노력 중인 친구들은 이린 씨가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이었는지 절절히 고백했습니다.

"같이 버스를 타면 이린은 한참 멀리 떨어져 서 계신 할머니에게 직접 다가가서 자리를 양보해드리곤 했어요. 경제적으로 힘든 친구에게는 선뜻 돈을 건네줬고, 크리스마스에는 노숙자들에게 장갑과 목도리를 선물하기도 했고요."
<故 쩡이린 씨 친구 강대민>

"인터뷰 바로 직전에 친구들 셋이 만났는데, 이린이 준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사용해서 커피와 케이크를 먹었어요. 이린이 지금도 우리 곁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故 쩡이린 씨 친구 박선규>

비극적 사고로 외동딸을 잃은 이린 씨 부모님은 사고 이후 한 순간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습니다. 한밤중 불현듯 딸이 생각나 펑펑 울다 아침을 맞았고, 딸의 흔적을 찾아 용기 내 찾아간 식당에서는 도망치듯 빠져나와야 했습니다. "다시는 딸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도저히 밥을 먹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저희는 이린이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면 성심성의껏 지원해줬습니다. 이린이 한국에 남고 싶어 했을 때도 우리는 동의하고 지원해줬습니다. 이린은 한국을 아주 좋아했어요. 학교도, 친구들도 정말 좋아했어요. 그렇게 한국을 좋아했는데, 이제는 생명도 한국에 남기게 됐습니다. 저희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이린을 한국에 보낸 걸 후회하지 않습니다."
<故 쩡이린 씨 어머니>

이린 씨 아버님은 "딸이 외국인이어서 사건을 중시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한국에서 벌어진 일이니 부디 한국인과 똑같이 중시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어머님도 "딸이 이렇게 사라져버린 건 일생의 커다란 고통"이라며, "재판부가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지난해 11월 구속된 가해자 김 씨의 1심 선고는 오는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립니다.

글: YTN 권민석 기자(minseok20@ytn.co.kr)
제작: YTN 권민석 기자(minseok20@ytn.co.kr)
YTN PLUS 정원호PD(gardenho@ytnplus.co.kr)
YTN PLUS 함초롱PD(jinchor@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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