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시리즈 ②>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기억하십니까?
화교 출신 탈북민으로 서울시 공무원 생활을 하던 유우성 씨가 긴급체포되며 알려진 사건이었는데요.
증거가 조작되었단 사실이 밝혀져 간첩 혐의는 6년 전에 벗었지만, 그는 여전히 피고인 신분입니다.
사람과 공간, 시선을 전하는 인터뷰.
오늘은 검찰개혁 두 번째 시간으로 유우성 씨 사건을 통해 살펴본 검찰의 공소권 남용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영상리포트 내레이션]
유우성은 화교 출신 탈북민이다.
간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제출한 증거가 조작이었음이 밝혀져 무죄가 선고됐다.
그러자 검찰은 그를 다른 혐의로 기소했는데(2014년 5월), 이미 기소유예 결정이 됐던(2010년 3월)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이었다.
[유우성 /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 한 번에 기소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때그때 입맛에 맞춰서 하나씩 꺼내서 기소하다 보니까, 지금까지 사건이 8, 9년이 돼도 안 끝나고 (있습니다.)]
"검사가 현재 사건을 기소(공소 제기)한 것은 통상적이거나 적정한 소추재량권 행사라고 보기 어려운바, 어떠한 의도가 있다고 보여지므로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평가함이 상당하다. 주문.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외국환거래법 위반에 대한 공소를 기각한다." - 서울고등법원 선고 (2016년 9월)
[양승봉 / 유우성 변호인 : (증거조작이 드러나자) 국정원하고 검찰이 특히 많은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러자 옛날에 기소를 유예했던 외국환거래법으로 직접적인 조사도 하지 않고 기소를 해버린 거예요. 여기에 대해서 재판부가 "이것은 보복 의도를 가진 공소권 남용이다" 이렇게 판결을 했습니다.]
공소권 남용을 인정한 경우도 극히 드문데, '어떤 의도'가 있었다고 판결문에 적시한 것은 최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탈북자단체의 별개 고발에 의한 수사였고, 추가로 발견된 사실이 있어 공소 제기가 불가피하였으므로, 상고심에서 합리적 판결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소권 남용이 법에 규정돼 있진 않지만, 학계에선 다음 5가지 유형을 제시한다.
동시에 기소해야 할 사건을 일부 누락시켰다가 재판 결과를 보고 추가 기소하는 경우, 수사 과정에 중대한 위법이 있는데 기소하는 경우, 기소유예하는 것이 타당한 사건을 기소하는 경우, 같은 죄를 지은 사람 중 일부만 기소하는 경우, 혐의가 없는데 기소하는 경우 등이다.
유우성 사례는 몇 가지나 해당될까?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은 동생의 진술에서 시작됐다.
국정원이 동생 유가려를 불법으로 가두고 신문하는 과정에서, 가혹행위와 회유를 통해 유우성이 북한 보위부에 탈북자 명단을 넘긴 간첩이란 진술을 받아냈다.
당시는 국정원의 18대 대선 개입 의혹이 증폭되던 시기다.
[양승봉 / 유우성 변호인 : (이 사건으로) 한순간에 어떤 국면이 전환됐었고, 국정원이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됐었죠. 그리고 검찰도 큰 성과로 내세울 수 있는 부분이 있었고. 박근혜 정권 초기였잖아요.]
검찰은 유우성이 밀입북해 찍었다는 사진과 통화기록을 1심 증거로 제출했는데, 북한이 아닌 중국이었음이 밝혀졌다.
1심에서 무죄가 나오자 이번엔 출·입경 기록과 진위 확인서 등을 항소심 증거로 내놨지만, 모두 위조된 것이었다.
검찰은 포기하지 않았다.
최종심(2015년 10월)까지 가서야 유우성의 간첩 혐의가 벗겨졌다.
[유우성 /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 이 사건은 저의 여동생 유가려를 불법으로 구금하고 구타와 회유 등 온갖 하지 말아야 할 불법을 저지르면서, 검찰과 국정원이 같이 출·입경 기록과 진술서까지 조작해서 간첩을 만들었던 사건입니다.]
'법무부 검찰 과거사 위원회'가 조사보고서(2019년 2월)를 통해 검찰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지적했다.
유가려가 진술 번복을 못 하도록 변호인 접견을 막았고, 1심 공판 과정에서 유우성에게 유리한 자료들은 의도적으로 은폐하거나 누락시켰으며, 항소심 과정에서도 증거가 조작임을 검증하지 않았거나 알면서도 묵인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그가 간첩이라는 탈북민들 진술은 추측성이 대부분이었고, 보상이 뒤따랐기에 허위일 수 있는데도 의심하지 않았다.
명백한 인권침해였기에 후폭풍이 예상됐지만, 몇몇 국정원 관계자들만 처벌받았을 뿐 검찰 쪽은 아무도 기소되지 않았다.
담당 검사 두 명은 정직 1개월의 내부 징계만 받고 부장검사로 승진했다.
당시 국정원장은 대국민 사과를 했으나, 검찰총장은 하지 않았다.
사과는 5년이 지나서야 이루어졌다.
그러는 사이 두 검사는 대형 법무법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 당시 유우성 수사·기소·공판 검사, 現 변호사 : 공직자로서 행했던 업무에 대해 나와서 개인적 입장을 밝히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추가 기소 사건은 대법원에 5년째 계류 중이다.
보통 짧으면 수개월, 길어도 1, 2년 안엔 결론이 나오는데, 늦어지고 있다.
대법원도 공소권 남용을 인정한 경우는 거의 없다.
[유우성 /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 무죄가 밝혀져도 (국가가) 피해자들한테 배상하는 것으로 사실은 끝나거든요. 피해자만 늘었지 그에 대한 가해자는 찾아내도 처벌을 못 했습니다.]
[양승봉 / 유우성 변호인 : (형사 재판은) 일반적인 국민들한테는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사고인데, (검찰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하지 않고 어떤 외부적 영향이라든지 내부적 이익에 의해서 다르게 판단해버리면 불공정하게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일이 반드시 생기거든요. 남의 문제가 아니고 바로 자신의 문제고, 우리 주변의 문제거든요.]
유우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배소에서 일부 승소했다(1심, 2020년 11월).
동생을 감금하고 폭행·협박했다는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재판도 진행 중이다.
물론 그의 모든 혐의가 무죄는 아니다.
국적 관련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9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와 그의 가족은 무죄가 확정된 간첩조작 사건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법은 아직 공소권 남용을 규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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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트너/ 이상엽, 박재상, 홍성욱, 신정인
도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양승봉 변호사, 유우성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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