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의 평범한 토요일 아침, 작은 교실 안에서 열심히 한글을 배우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곳은 과테말라 한인사회의 중심이자, 동포들이 함께 웃고 기대는 따뜻한 쉼터입니다.
오래된 회관의 누수를 막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지키며 공동체의 일상을 이어가는 일.
과테말라 한인회장 이기곤 씨의 평범한 하루입니다.
[이기곤 / 과테말라 한인회장 : 동포들이 한 5천5백 명이 과테말라에 거주하고 계신 데 좋고 편안할 때는 한인회를 찾지 않습니다. 어렵고 힘들고 문제가 생겼을 때 한인회를 찾는 거기 때문에.]
한인회는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닙니다.
누구든 힘들 때 언제든 찾아와 쉬어갈 수 있는 마음의 안식처.
오다가다 들러 안부를 전하고, 힘든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곳.
그게 바로, 지금껏 지켜온 한인회의 모습입니다.
[이기곤 / 과테말라 한인회장 : 건물도 노후 되고 보수 공사 또 6개월 동안 우기인 데 우기에 누수 현상도 많이 있어서 2층에는 한글학교가 운영되고 있는데 우리 2세들이 공부하고 또 활발하게 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기곤 / 과테말라 한인회장 : 내가 무척 젊네. 이럴 때도 있었구먼. 여기가 어딜까. 그런 시기가 있었구먼. 우리 정말 젊었다.]
1980년대 후반, 서른다섯의 나이에 처음 과테말라 땅을 밟았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공항에 내리는 순간, 이곳에 뿌리를 내리겠다고 다짐했던 이유는, 낯설지만 어쩐지 익숙한 공기 덕분이었습니다.
[이기곤 / 과테말라 한인회장 : 과테말라에 12월에 놀러 왔었습니다. 근데 제가 공항에 내리는 그 순간에 비가 축축하게 와서 포근한 그 느낌이 정말 산뜻하다고 할까요? 아, 여기에 가면 뭔가 산뜻한 새 출발을 하는 그런 기회가 될 것 같아서.]
그러나 새로운 마음가짐은 때때로 한순간에 무너져내렸습니다.
낯선 타향살이에서 느끼는 언어와 문화 차이가 생각보다 높고 두터웠기 때문입니다.
[이기곤 / 과테말라 한인회장 : 제가 비행기 안에서 우노, 도스(스페인어 숫자 1, 2) 하나, 둘만 배우고 왔으니까 오자마자 제가 언어 문제 또 제가 성격이 좀 급한 편인데 이 나라 사람들은 전혀 급한 게 없어요. 일할 때 그 속 답답함….]
그렇지만 낯선 땅에 정착할 수 있었던 비결은 있습니다.
한번 맺은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것.
비료 회사를 운영하다 의류업으로 전향하면서 언제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가장 먼저 생각했습니다.
결국, 관계의 힘이야말로 낯선 땅에서 바로 설 수 있었던 가장 단단한 뿌리가 됐습니다.
[이기곤 / 말라 한인회장 : (중요한 건) 정직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제가 한 약속에 대해서는 제가 손해를 보더라도 꼭 지키려고 노력하고 저희 직원들은 항상 가족같이 생각하고.]
[제이미 / 호텔 직원 : 여기서 일할 기회를 주신 이기곤 회장님께 감사합니다. 지난 4년 일하는 동안 저에게 정말 잘 대해 주셨고요. 훌륭한 상사예요.]
이런 사업 철학은 한인회 운영에서도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동포라면 누구나 어렵고 힘들 때 한인회를 믿고 찾아올 수 있도록 하자는 것, 과테말라 한인회의 운영방침입니다.
[이명구 / 과테말라 동포 : 한인회를 운영하는 부분들을 한인 신문을 통해서 공지하고 재정 부분까지 모두 다 공지를 하셔서 한인 사회에 모든 분들이 그런 부분들을 볼 수 있고.]
1980년대 후반, 봉제공장의 진출로 과테말라에는 한인 이민자들이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그로부터 40여 년, 시간은 흘렀지만, 한인 사회는 여전히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전혜령 / 고등학생·과테말라 동포 : 한인회에서 주최하는 행사들이나 프로그램들 또한 제가 한국의 문화나 분위기를 잊지 않도록 도와준 것 같아요.]
비가 새는 한인회관을 고치듯, 마음의 틈을 메우며 한인사회를 지켜온 기곤 씨.
작은 손길로 쌓아온 신뢰의 시간이 내일의 과테말라 한인사회를 만들어갈 든든한 밑거름이 되고 있습니다.
[이기곤 / 과테말라 한인회장 : 우리 한인들에게 친정 같은 한인회, 어려움이 있을 때 믿을 수 있는 한인회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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