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개교 38주년을 맞은 스위스 취리히 한글학교.
특별한 행사를 앞두고 마지막 점검이 한창인데요.
아이들은 내일,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동요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졸업반 교실에선 흥겨운 가락이 울려 퍼집니다.
중고등학생들은 꽹과리 장단에 맞춰 장구 연주를 준비했는데요.
취리히에서 큰 축제 중 하나인 봄 축제에 한국 대표로 한글학교 학생들이 초청받은 겁니다.
[신둘선 / 취리히 한글학교장 : 우리 학교는 항상 취리히시로부터 봄 축제에 초대됐습니다. 한국을 대표해서 학생들이 우리 고유 전통 의상인 한복을 입고 행진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서 3년 동안 취리히시 자체에서 축제를 취소했습니다. (올해는) 다행히 다시 시작하게 돼서 초대하게 돼 행진을 같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축제에서 우리 한복과 국악의 매력을 알리게 된 아이들.
잘해낼 수 있겠죠?
겨울 가뭄을 달래주는 단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스위스에도 봄이 왔습니다.
취리히에서는 해마다 이맘때면 수백 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봄맞이 축제 '젝세로이텐'이 열리는데요.
봄 축제의 묘미는, 스위스 내 다양한 지역과 각국 전통 의상을 입은 아이들의 거리 행진.
인구 네 명 중 한 명이 이민자로 이뤄진 스위스의 다문화를 한눈에 엿볼 수 있습니다.
[조셋 / 관람객 : 행진하는 아이들이 지나가면서 사탕이나 꽃을 나눠주는 걸 구경할 거예요.]
[탄야 / 관람객 : 봄 축제는 아주 멋진 문화 행사이자 우리 전통 풍습이에요. 이 행사를 통해 우리가 어떤 축제를 여는지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서 왔어요.]
한글학교 학생들도 보이는데요.
예상치 못한 비 소식에 준비한 걸 다 보여주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도 들지만, 축제에 함께한다는 설렘이 앞섭니다.
[셀리나 츔펠린 / 취리히 한글학교 학생 : 조금 떨려요.]
[리아 칼라가니스 / 취리히 한글학교 학생 : 4살부터 한글학교 다니기 시작해서 그때부터 매년 축제에 참가하고 있어요. 오늘 신나게 행진하면서 장구를 칠 거예요.]
[페터 칼라가니스 / 취리히 한글학교 학부모 : 우리 두 아이도 한국을 대표해 행진에 함께할 건데, 아주 자랑스럽습니다.]
도심 광장을 시작으로 강변을 따라 총 3km를 걷는 시가행진이 시작됐습니다.
올해는 아이들 3천여 명이 함께했는데요.
브라질과 중국, 인도 등 전 세계 다채로운 문화가 취리히의 봄을 물들입니다.
마침내 다가온 한국 순서.
흐린 날씨를 밝히는 오색 빛깔 한복에 이어,
흥겨운 장구 장단이 울려 퍼집니다.
한국인 뿌리를 잊지 않기 위해 소중한 주말도 반납하고 한글학교에서 우리 말과 문화를 배워온 학생들.
지역 대표 축제에 한국을 알리며 정체성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겼습니다.
아이들에게 오늘은 어떤 하루로 기억됐을까요?
[김지안·전유나 / 취리히 한글학교 학생 : (사탕 던지는 게 재미있었어요) 힘들었는데 사탕을 다른 사람에게 주니까 기분이 좋았어요.]
[레오나 츔펠린 / 취리히 한글학교 학생 : 비 와서 힘들었는데 그래도 재미있었어요.]
[조윤희 / 취리히 한인회장 : 취리히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우리가 얼마나 여기에 기여하고 이 사회에 속해있는지를 확인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장구도 쳐보고 그런 기회를 통해서 자기가 어디에 속해있는지, 내가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점에서 큰 의미와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류 열풍에 힘입어 한국인 뿌리가 어느 때보다 자랑스럽다는 취리히 한글학교 학생들,
봄 축제를 시작으로 스위스 곳곳에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알리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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