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1919년, 우리 선조들은 일제강점에 항거하기 위해 독립선언서를 발표하고 우리나라의 독립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이를 기념하는 날, 바로 삼일절인데요.
광복 80주년을 맞이한 올해 삼일절의 의미는 더 크게 다가옵니다.
오늘 글로벌코리안은 우리 선조들이 보여준 조국 독립에 대한 열망과 희생정신을 기리는 뜻깊은 사연들로 채워봤습니다.
먼저 미국 샌 안토니오로 함께 가보시죠.
[기자]
붉은 단청과 푸른 기와가 어우러진 한국 전통 목조 양식의 정자,
한국 고궁의 풍경인 것 같지만 미국 텍사스 샌안토니오에 자리한 '광주의 정자'입니다.
샌안토니오와 광주광역시의 우정을 상징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정자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한인들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은 공간이기도 한데요.
이 정자가 미국 땅에 자리하도록 큰 역할을 한 사람, 바로 독립운동가 김규식 박사의 후손 김철영 씨입니다.
[김철영 / 김규 식 박사의 손자, 건축가 : 하루는 전화가 왔어요. 광주에서 와서 (정자를 지으려 하는 데 좀 도와줄 수 있겠냐… 자기네 좀 도와달라고 광주 사람들하고 이제 통화를 하는데 번역할 사람도 있어야 하고… 제가 그거를 좀 할 수 있게 제대로 할 수 있게 양쪽을 설득해서 정자를 짓게 됐어요.]
철영 씨는 설계를 맡는 데에서 나아가 샌안토니오 시의 협조로 적절한 부지를 찾는 일부터 광주광역시에서 보낸 전통 자재를 활용해 정자를 완성하는 데까지 모든 과정에 힘을 보탰습니다.
[하상언 / 샌안토니오 전 한인회장 : 광주광역시가 샌안토니오 시하고 자매 도시인데 그 중간에서 (김철영 씨가) 다리 역할을 아주 대단히 크게 하고 있고요. 샌안토니오 시에 있는 '광주의 정자'라는 한국의 건축물을 선물해 주셔서 호수 옆에 아주 멋있게 지어져 있습니다.]
여기는 샌안토니오 도심 한편에 자리한 김철영 씨가 운영하는 건축 사무소입니다.
철영 씨는 이곳에서 직원들과 함께 도시를 구성하고, 건축을 통해 사회에 보탬이 되는 방안을 고민합니다.
이런 마음가짐은 사실 철영 씨의 가족사와도 깊은 관련이 있는데요.
독립운동가이자 대한민국 임시 정부의 부주석으로 잘 알려진 김규식 박사.
조국 독립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인물이지만 손자인 김철영 씨에게는 그저 멀게만 느껴지는 존재였습니다.
[김철영 / 김규식 박사의 손자, 건축가 : 저는 한 번도 만나 뵙지 못했어요. 해방되고 그러고서는 할아버지가 중국에서 이제 한국으로 오셨고 (그때) 저희 아버지가 같이 오셨죠. (그 후) 할아버지는 한국 전쟁 그때 이제 납북되시면서 돌아가셨고… 저희는 할머니랑 꽤 오래 살았죠.]
한국 전쟁 이후 어지러운 정세 속에 미국으로 이주해야 했던 어린 시절.
그 과정에서 독립운동가였던 할아버지의 존재는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2년 전, 아내와 함께 방문한 한국의 독립기념관에서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할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마주하게 됐습니다.
[김철영 / 김규식 박사의 손자, 건축가 : 2년 전에 제 아내랑 한국에 나가서 이제 독립기념관을 갔었죠. 거기 가서 이제 보고 그제야 좀 느꼈어요. 어떻게 중요한 분인가.]
[강경희 / 아내 : (독립기념관에 갔는데) '여기 가면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겠구나' 하고 간 거예요. 근데 거기 해설사 한 분이 계셨는데 그분이 설명을 해주면서 열변하시는데 너무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우리 제일 사랑하는 맏손자' 하면서 할머니가 (남편을) 굉장히 사랑했는데 코너를 돌았는데 할머니 사진이 크게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제 마음이 굉장히 뭉클했어요.]
그날 이후, 철영 씨의 삶에 대한 가치관은 완전히 바뀌게 됐습니다.
그저 내 가족이 잘 먹고 잘사는 것에서 그쳤던 관심이 사회적 약자로 향하게 된 건데요.
[김철영 / 김규식 박사의 손자, 건축가 : 제가 먹고살기에 바빠서 다른 사람들 생각할 경황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갔다 와서 좀 생각이 바뀌었어요. 제가 먹고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면은 좀 사회에 어떻게 신경을 써서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보고 있다가 기회가 생겼어요.]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으로 사회에 헌신하는 일, 바로 건축을 통해 사회적 변화를 이루는 것이었습니다.
건축 회사에서는 이례적으로 사회복지사를 직원으로 채용해 저소득층과 노숙자를 위한 공공주택 등 복지 관련 시민 사업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제임스 앤드류스 / 직원 : 저는 김철영 씨 할아버지의 업적에 대해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위대한 업적을 남긴 할아버지를 둔다는 것은 엄청난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기도 합니다. 자기 기술과 열정을 통해 본받고자 하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김철영 씨가 바로 그런 방식으로 할아버지의 유산을 이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이 가르시아 / 직원 : 제가 만나본 사람 중 가장 훌륭한 분 중 한 명인 것 같아요.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독립운동가 김규식 박사의 후손으로서 또, 건축가로서 사회를 변화시킬 방법을 고민한다는 김철영 씨.
삼일절을 맞아 선조의 정신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며 할아버지의 고귀한 뜻을 가슴에 새겨봅니다.
[김철영 / 김규식 박사의 손자, 건축가 : 삼일절이라는 게 굉장히 뜻깊은데 해방을 원해서 그렇게 많은 한국 분이 희생도 하시고 해서 한 독립 해방 운동인데 오늘 그런 걸 한다고 그래서 제가 거기에 참여할 수 있을까 하면은 참 그게 힘들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 할아버지도 개인적으로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뜻깊게 미래를 보고 그런 일을 하신다는 게 참 (존경스럽습니다)]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카카오톡] YTN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