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러시아어 간판이 즐비한 이국적인 풍경.
고려인 6,500여 명의 보금자리, 인천 연수구 함박마을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활기가 넘치는 고려인협회,
고려인 청년들을 위한 진로·진학 설명회 현장입니다.
앞서 취업이나 창업에 성공한 인생 선배들에게 궁금했던 것을 쏟아냅니다.
[최 빅토리아 / 고려인 4세 : 취업에 대한 질문도 많이 하고 싶고요, 나중에 창업도 할 생각이 있으니까 창업하면 어려운 점이나 주의할 점을 물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천성록 / 고려인 4세 : 대학교 선배들이나 박태섭 선배님 같은 분들이 오셔서 본인 인생에 대해 조금이라도 소개해 주시면 우리 고려인 애들도 (그걸 듣고) 희망을 가지면 좋겠다….]
[유제영 / 고려인 4세 :성공하신 선배님을 보면서 고려인 청년들이 많은 정보를 얻고 앞으로는 본인들이 나아갈 미래를 위해 많은 고민을 해보고 실천했으면 좋겠습니다.]
더 넓은 사회로의 문턱 넘기를 앞둔 고려인 청년들의 갈증을 해소해 주기 위해 협회를 찾은 한 사람,
오늘의 주인공인 온라인 한국어 교육 플랫폼 창업자 고려인 박태섭 씨입니다.
태섭 씨는 자신의 창업 성공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눕니다.
[백한나 : 스타트업은 정말 힘든 일인데, 어떻게 (학업, 창업, 그리고 휴식 시간을) 모두 조율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박태섭 / 고려인 3세·창업가 : 어려움을 겪는 과목들은 수업에 자주 참석하진 못했지만, 회사 일을 하면서 부족함을 채워가며 공부했어요. 제가 재외동포이기 때문에 (한국어가 서툴러) 학습 계획을 세우는 것이 일반 한국인보다 훨씬 어려워 두 배로 공부해야 했어요. 하지만 저는 스스로에 한계를 두지 말고, 진정 좋아하고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낯선 땅에 첫발을 내디딘 어린 소년에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어엿한 창업가가 된 태섭 씨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박태섭 / 고려인 3세·창업가 : 안녕하세요, 저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고려인 러시아 이름 박 드미트리, 한국 이름 박태섭이라고 합니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17살까지 살다가 한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항상 관심이 있어서 타슈켄트에 있는 한국어 교육 센터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 있는 고등학교에 장학생으로 올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제가 지원해서 다행히 선발돼 한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시작한 한국어 공부는 태섭 씨를 열일곱 어린 나이에 한국 유학길로 이끌었습니다.
[박태섭 / 고려인 3세·창업가 : 우즈베키스탄에서 왔는데 우즈베키스탄 사람도 아니고 그래서 일반적인 한국인들한테 저를 이해시키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사실 저한테도 너무 어려워서 그때부터는 정체성에 대해서 더 많이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고려인이니까 한국에 있는 대학교 입학해야지' 하고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치열한 공부 끝에 받아든 대학 입학이라는 값진 성적표.
하지만 기쁨도 잠시,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박태섭 / 고려인 3세·창업가 : 상하차 아르바이트도 해 보고 공장에서도 해 보고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도 하고…. 아마 해보지 않은 아르바이트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그렇게 생활하다가 2학년 됐을 때 집에 가는 길에 어떤 친구가 저한테 한국어 잘하니까 한국어 과외 해보면 어떠냐고 했어요. 힘든 아르바이트 하는 것보다는 그냥 한국어 가르치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조언을 해 줘서 제가 '좋은 생각이다' 하고 저에 관한 영상을 찍었어요.]
그렇게 정성껏 만들어 올린 한 편의 영상은 태섭 씨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습니다.
[박태섭 / 고려인 3세·창업가 : 경희대 학생이고 한국어는 6급이고 온라인 과외 시작을 했으니까 원하는 사람이 신청해라, 이런 내용으로 영상을 담았는데,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나서 다음 날에 수 통씩 연락을 받았어요. 하루 만에 학생을 모집할 수 있었고, 그래서 '아, 시장 수요가 있었구나'하고 온라인 과외를 시작했어요. 학교에 '꿈도전장학금'이라는 게 있었는데 그래서 친구와 같이 신청해서 저희가 '(한국어 교육) 온라인 플랫폼을 개발하겠다' 이런 내용으로 사업 계획서도 써 보고 발표까지 해서 선발됐어요.]
시장 수요를 파악하고 발 빠르게 움직인 덕에 창업 기회를 잡은 태섭 씨.
동분서주하며 어렵게 마련한 자금으로 한국어 온라인 플랫폼을 개설했고, 당시 코로나19가 맞물려 사업은 날개를 달게 됩니다.
[최 마리나 / 고려인 3세·박태섭 씨 아내 : (남편이 활동하는 모습이) 너무 좋죠. 너무 중요하고 왜냐하면 요즘에 고려인들이 온라인 학원 덕분에 더 빨리 한국 생활에 익숙해질 수 있어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꿈의 보금자리인 사무실로 향하는 태섭 씨.
[기자 : 직원들은 몇 분 정도 계세요?]
[박태섭 / 고려인 3세·창업가 : 지금은 한 4명 정도 사무실에 있고 원래 한국에는 한 10명 정도 대부분 재택근무를 많이 하고 있고 러시아랑 카자흐스탄 쪽이 제일 많아요, 직원이]
사무실에 들어서자 태섭 씨를 반기는 고려인 동료들.
친구 혹은 지인으로 시작해 이제는 함께 꿈을 키워가는 사업 파트너가 됐습니다.
[정민수 / 고려인 3세·박태섭 씨 친구·공동 창업자 : 처음에 한국어 배울 때 많이 어렵잖아요. 이 (한국어) 지식을 어떻게 다른 사람들한테 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많이 고민해 봤습니다. 그 고민을 한 다음에 아, 이런 회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 대표님과 제가 그냥 같이 하기 시작했어요.]
[지람잔 / 고려인 3세·박태섭 씨 동료 : (박태섭 대표가) 저희 회사를 처음부터 잘 생각하고 있고 저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고 있어서 저희가 드미트리(박 대표)를 잘 믿고 같이 가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활동 중인 온라인 강사와 진행하는 일대일 과외부터
퀴즈를 풀며 단계별로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코스까지.
태섭 씨와 동료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사업의 곁가지를 유학 컨설팅으로, 관광으로 뻗어 나갔습니다.
최근에는 모스크바에 한국어 학원을 열기도 했는데요.
태섭 씨는 자신과 비슷한 삶을 살아갈 수많은 고려인 청년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박태섭 / 고려인 3세·창업가 : (주변의) 러시아 사람들이 대부분 공장에서 일하거나 힘든 일을 많이 하고 있어서 청소년들이 그걸 보고 다른 길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은 거거든요. (청년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아 이제 세상이 너무 넓고 기회가 너무 많고 그래서 한 곳에다가 집중하지 않고 보면 더 좋은 기회가 있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자신이 걸어온 길이 번뜩이는 사업 아이템이 되고,
삶의 경험이 또 다른 가능성이 된 태섭 씨.
자신의 이야기를 양분 삼아 부푼 꿈을 꾸고 있는 고려인 청년들을 응원합니다.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카카오톡] YTN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