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지난 3월.
평온하기만 하던 경북 북부 지역을 덮친 산불은 역대급 피해를 남기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습니다.
무시무시한 화마가 지나간 자리에는 아직도 검게 탄 잿가루가 가득하고,
언제쯤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주민들의 상처는 쉽사리 아물 리 없습니다.
[이종창 / 산불 피해 이재민 : 앞길이 캄캄하지요. 지금 뭐 당장 살 곳도 없고, 특히 농사도 큰 농기계들이 다 불타 버렸고, 일부 과수 같은 농작물도 대부분 타가지고 올해 농사도 못 하고….]
산불 피해로 잔뜩 움츠러든 경북 안동.
모처럼 북적북적, 활기를 띱니다.
전 세계 70개국 151개 지회 '월드 옥타'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는데요.
국내외 한인 경제인들이 함께한 제26차 세계대표자회의는 단순한 수출 박람회를 넘어 회복과 연대의 무대가 됐습니다.
[박종범 / 월드 옥타 회장 : 최근에 큰 산불이 나서 많은 분들이 아파하고 있고 그래서 그런 분들에게 해외에 사는 우리 한인 경제인들이 직접 찾아와서 그분들의 아픔을 같이 나누면서 미래의 희망을 얘기하게 되는.]
참가자들은 대회에 앞서 산불로 훼손된 산림 복구를 위해 묘목을 기부하고 직접 나무를 심으며 안동의 회복을 함께 염원했습니다.
이번에 기부된 묘목은 안동시와의 협의를 거쳐 이른바 '옥타 숲', '희망의 숲'이라는 이름으로 조성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권기창 / 안동시장 : 안동에 오시는 것이 도와주시는 겁니다. 경제가 선순환이 되어야만 산불 재난 극복을 하루 빨리 할 수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개회식에서는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1억5천만 원의 성금이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안동시에 전달됐습니다.
이 작은 묘목과 따뜻한 마음이 연대의 첫 걸음이 됐습니다.
[박종범 / 월드 옥타 회장 : 회원들을 중심으로 해서 이재민 돕기 모금 활동을 했어요. 오늘까지 계속해서 추가적인 모금 활동을 하게 될 것이고요.]
참가 기업 부스가 꽉 들어찬 수출 박람회 행사장.
직접 개발한 제품과 기술을 해외로 수출하기 위해 바이어와 열띤 상담을 벌이고 있습니다.
특히 경북지역 농산물을 가공한 K-푸드와 K-뷰티의 활약이 눈에 띄었는데요.
고춧가루와 배추를 봉지에 넣고 흔들어 완성하는 '겉절이'는 SNS에서도 화제가 됐습니다.
[정혁식 / 경북지역 식품업체 : 분말 소스 하나 넣어서 흔들어주면 겉절이를 바로 드실 수 있는…. 또 비건 제품이고 할랄 제품이라 다양한 나라 바이어들이 관심을 가지시는 거 같아요.]
가벼운 포장이 특징인 K-뷰티 제품은 대회 전부터 해외 바이어들의 문의가 쏟아졌습니다.
[백욱진 / K-뷰티 제품 업체 : 바이어들이 사전 미팅을 많이 신청해서 기대 이상의 성과는 있었습니다.]
이차전지 장비 전문 기업은 중국 바이어와 8,400만 달러, 우리 돈 약 1,2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역대 최대 성과를 올렸습니다.
[정봉규 / 이차전지 장비업체 그룹장 : 저희 회사의 기술력도 중요하겠지만 (중국 기업의) 영업력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서 계속 수주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수출 상담과 계약이 이어지는 가운데 행사 부스 한쪽에서는 참가자들에게 특별한 상품권이 전달되고 있는데요.
지역 음식점과 전통 시장을 이용할 수 있는 '안동 사랑 상품권'입니다.
산불로 침체 된 지역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회원들에게 상품권을 배부해 골목 상권 회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박종범 / 월드 옥타 회장 : 만찬을 홀에서 하는 게 아니라 안동사랑 상품권을 일인당 각자 지급을 해서 안동 시장에 가서 식당에 가서 전부 분산해서 식사를 하게끔.]
[김채희 / 월드 옥타 멜버른 지부장 : 지역경제가 조금 더 활발하게 돌아가고 상권이 좀 더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실제로 산불 이후 각종 축제가 취소되며 관광객 유입이 18%나 줄어든 안동시는 모처럼 고국을 찾은 동포 경제인들로 활력이 넘칩니다.
매출이 반 토막 났던 식당은 손님들로 북적여 상인들에게 큰 힘이 됐습니다.
[유한윤 / 하회마을 상인 : 좋아요. 계속 영업이 안 되고 힘들었는데 진짜 산불 나고 굉장히 힘들었어요.]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던 하회마을은 전통 탈춤 공연이 한바탕 펼쳐져 시끌벅적합니다.
세계 한인 경제인들은 화마가 남긴 깊은 상처 위에 하루빨리 새로운 희망이 돋아나길 한마음으로 바랐습니다.
[홍근희 / 월드 옥타 캐나다 회원 : 안동 고등어라던가 찜닭 같은 향토 음식을 먹으면서 이 지역에서 우리에게 알리고자 하는 느낌도 알고 잊었던 맛들도 느끼고 해서….]
나흘간 이어진 이번 행사에서 이뤄진 수출 상담은 총 2천4백억 원 규모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약 1,200억 원은 실제 계약으로 이어졌고, 313억 원 규모의 MOU도 체결돼 지역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성과를 안겼습니다.
갑작스러운 재난 앞에 살 길이 막막했던 안동 주민들에게 닿은 희망의 손길.
전 세계 한인 경제인들이 보여준 '연대의 힘'은 산불로 그을린 땅 위에 함께 심은 나무 한 그루처럼, 작지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카카오톡] YTN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