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속살을 뚫고 빛이 퍼져 나오듯 강인한 생명력을 품은 조각들.
자연이 위로를 건네듯 편안히 몸을 기댈 수 있는 의자까지,
모두 자연에서 얻은 영감으로 탄생한 작품들입니다.
[훈 모로 / 프랑스 동포, 조형예술가 : 저는 1994년에 프랑스로 유학을 왔고요. 한국에서는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했어요. 그리고 여기 와서 실내 건축과 디자인 학교에서 석사까지 마쳤습니다.]
사실 프랑스에 온 뒤로 '예술 외길' 인생만 걸어온 건 아닙니다.
실내 건축 디자인을 연구한 뒤 약 20년 동안은 전문 건축가로서 생활해왔는데요.
밥벌이로 택한 건축가 일도 즐거웠지만 마음 한편에 '조각 예술'에 대한 열망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훈 모로 / 프랑스 동포, 조형예술가 : 20년 일하는 동안 항상 '조각' 작업을 하고 싶다는 열망을 한 번도 갖지 않은 적이 없어요. 제가 항상 실내 건축이나 디자인을 할 때 이제 그냥 도면만 이렇게 크로키만 해서 주는 게 아니고 제가 직접 (제작하고)….]
건축 도면을 그리면서도 장인들의 제작 과정을 하나하나 지켜보며 재료와 공구를 연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러다 지난 2014년, 결국 안정적인 직장에서 벗어나 조각가로서 새 삶을 찾아 나서게 됐습니다.
[훈 모로 / 프랑스 동포, 조형예술가 : 사람들이 다 막 다들 미쳤다고 그랬거든요. 그 훌륭한 월급에 훌륭한 직업을 (포기하는 거니까) 근데 제가 작업하고 싶다는 그런 생각이 끊기지 않았어요. 그래서 2014년에 다 이제 딱 사표를 내고 2014년 1월에 조각하는 걸 준비를 했죠.]
열정만으로 겁 없이 시작한 제2의 인생, 하지만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작업실을 마련하는 일부터 조각에 필요한 재료와 공구를 사는 것까지 하나도 쉬운 일이 없었는데요.
그런 순간마다 훈 모로 씨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건 건축가로 일했을 당시 맺은 소중한 인연들이었습니다.
[훈 모로 / 프랑스 동포, 조형예술가 : (과거에) 제가 어떻게 일을 열심히 하고 그런 걸 다 아니까 그래서 이제 제가 처음에 (만든) 작품인데 이걸 브론즈로 하면 되게 좋겠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이제 브론즈까지 하기엔 돈이 없다 그랬더니만 이건 분명히 너무 사람들이 좋아할 거다. 자기가 이거를 해줄 테니까 팔리면 돈을 달라는 거예요.]
훈 모로 씨는 자연 속에 존재하는 것들에 주목했습니다.
흔들바위처럼 균형을 유지하는 형태, 버섯이 땅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생명력 등-
자연의 균형과 조화를 담은 조각은 작가가 표현하고 싶은 삶과도 꼭 닮았습니다.
[훈 모로 / 프랑스 동포, 조형예술가 : 우리가 흔들바위 그런 걸 봐도 그렇고 이렇게 어떤 산 위에 바위가 넘어질 것 같은데 이렇게 균형을 잡으면서 있잖아요. 그게 우리 삶에서도 똑같은 거예요. 부부 관계나 아이들이나 그다음에 우리 동료들이나 친구 관계나 항상 균형을 잡는 관계로 유지해야지 정말 오랫동안 좋게 갈 수 있는 거잖아요.]
자연에서 착안한 작품은 실제 생활 속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가구'로 재탄생하고 있는데요.
그녀의 작품은 프랑스를 넘어 전 세계 수집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최은주 / 프랑스 동료 작가 : (프랑스 옛 조각가가) '신처럼 창조하고 노예처럼 일하라'는 말했는데 (훈 모로 작가는) 정말 너무 열정적인 창조력과 마르지 않는 성실함으로 작업에 임하는 굉장히 훌륭한 작가라고 생각하고….]
[전혜진 / 딸 : 엄마가 느끼는 자연과 사람들과의 관계의 감정을 예술을 통해 해석하는 것을 볼 때 황홀해요. 제 옆에 이런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작가가 있다는 게 자랑스럽고 좋아요.]
작품 활동에 매진하면서도 3년 전부터는 한국과 프랑스를 연결하는 사회 활동을 도맡고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를 논의하는 행사를 열어 프랑스 청년들과 진정한 평화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손명원 / 민주화해협력범국민협회 회장 : 한국 사람들하고 한국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프랑스 사람들이 모여서 한국의 평화와 통일에 대해서 얘기했습니다. 미래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젊은 사람들이 중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참 좋은 콘퍼런스였습니다.]
[훈 모로 / 프랑스 동포, 조형예술가 : 저는 그 작품에 자연에 관한 거, 우주에 관한 교훈이라든지 그런 것들을 표현하고 싶은데, 그런 걸 좀 나눌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어요. 나만을 생각하는 삶이 아닌 이제 함께 공익을 위한 삶을 살면 좀 더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그런 메시지를 남기고 싶네요.]
제2의 인생으로 택한 조각가의 길.
손끝에서 빚어진 작품을 통해 자연과 예술, 그리고 사람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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