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의 발상지로 알려진 독일 함부르크, 빵 사이에 고기와 채소, 치즈 같은 다양한 재료를 넣어 간단히 한 끼를 해결하는 모습은 흔한 일상입니다.
겉보기엔 평범해 보이는 샌드위치.
하지만 한입 베어 무는 순간, 낯설지만 익숙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웁니다.
놀랍게도 이 샌드위치에는 특별한 재료가 숨어있는데요.
바로 김치입니다.
[벤 질 / 손님 : 자주 먹고 있습니다. 너무 자주 먹나 싶을 정도입니다. 정말 맛있어서 계속 먹을 것 같습니다.]
[야스민 / 제빵사 : 김치가 맵지 않고 과하게 들어있지 않아서 모두가 좋아합니다. 굉장히 인기가 많고 실제 매장에서 좋은 판매 성과를 내고 있어요.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세대가 찾습니다.]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김치를 납품하는 곳은 한국계 독일인 기도 슈미트 씨의 김치 공장입니다.
슈미트 씨는 파독 간호사로 독일에 건너온 어머니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한식의 맛을 자연스레 접하며 자랐습니다.
[기도 슈미트 / 동포 2세·김치 공장 운영 : (제가) 반반 사람이에요. 집에서 한국말만 하고 한글 학교에 다니고 태권도하고 한인 교회도 가고 그래서 진짜 독일에서 한국 사람처럼 태어났어요. 여름방학에 한국 가서 가족하고 같이 만나서 그래서 옛날부터 그 (한국과의) 개인적인 연결고리가 있었어요. 제가 계속 한국하고 독일의 연결점을 (한식으로)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막연했던 꿈을 곧바로 실천으로 옮겼습니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부인과 함께 김밥 장사에 도전한 겁니다.
[안나 마리아 / 아내·공동 창업자 : 한국에서 오래 살았고 한국적인 뿌리도 있어서 한국적인 것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했어요. 한국 음식을 정말 좋아했거든요. 김밥 팝업 레스토랑도 열었고 항상 김치를 곁들였습니다.]
김밥만큼이나 손님들의 사랑을 받은 건 다름 아닌 김치였습니다.
김치를 따로 팔아 달라는 요청이 쏟아지면서 지금의 김치 사업으로 이어지게 된 건데요.
[기도 슈미트 / 동포 2세·김치 공장 운영 : 개인 고객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이나 호텔, 도매상 고객 중에도 저희 김치를 찾는 곳이 많았죠. 당시 시장에는 제대로 된 채소 공급조차 없었고, 우리는 그 시장을 공략하기로 했습니다. 다른 레스토랑이나 호텔에서도 김치를 메뉴에 넣을 수 있도록 우리가 김치를 생산해 공급하는 거죠.]
독일에는 양배추를 발효시킨 음식, '사우어크라우트'가 있어 김치의 새콤한 맛에 현지인들이 쉽게 적응할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배추 절이기부터 양념 버무리기까지, 어머니에게서 배운 방식을 고스란히 따랐습니다.
단 한 가지, 숨겨진 비법은 있습니다.
현지 입맛을 고려해, 매운맛이 덜한 한국산 고춧가루를 사용한 것입니다.
[이 영 남 / 파독 간호사 출신 동포 : 김치를 하고 싶다고 어느 날 그러더라고 그래서 몇 번 집에 가서 만드는 걸 보여주고 (한국인) 엄마로 인해서 김치라는 걸, 이제 한국인의 그런 문화를 받아들인 거는 좋은데 독일이나 유럽 쪽에서 그 김치를 가지고 성공한다는 것이 좀 참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제가 (아들이) 어렸을 때도 그랬어요. 뭐를 시작하면 끝장을 봐라, 이게 끝을 만드는 이것이 중요한 거고….]
처음에는 세 사람이 겨우 30~40kg을 만들던 김치.
소박한 시작은 입소문을 타고 퍼지며, 매주 1.5톤을 생산하는 규모로 커졌습니다.
햄버거, 피자 같은 익숙한 음식에 김치를 접목하며 유럽인들의 식탁에도 조금씩 자리를 넓혀 갔습니다.
[기도 슈미트 / 동포 2세·김치 공장 운영 : 제 목표는 독일에서 가장 큰 김치 생산자가 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해외에서도요. 그러려면 시장에 맞춘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사람들이 김치를 하나의 식 재료로서 집에서도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김치가 세계인의 밥상에 오를 날을 꿈꾸며, 슈미트 씨는 오늘도 즐거운 도전을 멈추지 않습니다.
[기도 슈미트 / 동포 2세·김치 공장 운영 : 저희가 바라는 건 김치가 '특별한 음식'이 아니라, 냉장고에 항상 있는 평범한 식품이 되는 것입니다. 바비큐나 샐러드에 곁들이는, 일상적인 음식이 되는 것이죠. 제게 김치는 한국을 상징하는 음식입니다. 김치는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한국을 알리고 문화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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