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에는, 지구 반대편 뉴질랜드로 시선을 옮겨봅니다.
평일에는 택시 운전대를 잡고, 주말이면 한글학교 교장으로 변신하는 사람.
한인 인구가 300명도 채 되지 않는 퀸스타운에서 아이들에게 우리 말과 글을 전하는 주인공, 바로 이주희 씨입니다.
[해설]
와카티푸 호수를 감싸 안은 산맥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뉴질랜드 퀸스타운.
세계적인 '자연 테마 공원'이라는 명성답게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공항 앞에서, 늘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는 대형 택시가 있습니다.
그 운전대를 10년째 잡고 있는 사람, 이주희 씨입니다.
[이 주 희 / 택시 운전사 : 제가 처음 왔을 때 다른 일을 하다가 아내랑 만나서 결혼하고 다른 직업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친구가 택시 한번 해보라고 권유해서 친구 권유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지난 2008년 워킹홀리데이로 뉴질랜드에 첫발을 내디딘 주희 씨, 아름다운 퀸스타운의 절경은 이곳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도록 만든 힘이 됐는데요.
관광객들의 추억까지 함께 실어나르는 일상이 주희 씨에게는 곧 행복입니다.
하지만 토요일이 되면,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립니다.
바로 '한글학교 교장'입니다.
[이 주 희 / 퀸스타운 한글학교장·택시 운전사 : 아이가 이제 한글에 한글을 이제 계속 배우고 계속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한글 학교를 다니게 되었는데 여기는 작은 마을이다 보니까 이게 운영이 힘들어서 저에게까지 기회가 와서 제가 이렇게 한글 학교를 맡게 됐습니다.]
지난 2002년 처음 문을 연 퀸스타운 한글학교, 한때 학생 수가 줄어 문을 닫을 위기에 놓일 만큼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한인이 300명도 채 되지 않은 데다 관광업에 종사하는 학부모들이 주말에도 근무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22년, 주희 씨가 교장직을 맡으며 학교는 다시 숨을 불어넣기 시작했습니다.
택시 운행을 쉬는 토요일, 유동적인 근무 시간을 활용해 학교를 지켰습니다.
직접 학부모를 설득하고 지역 행사에 아이들과 함께 K-팝 댄스나 태권도 공연을 하면서 불씨를 이어갔습니다.
세계적인 한류 열풍과 함께 다문화 가정 아이들까지 참여하면서 학생 수도 점차 늘어갔습니다.
[김 미 란 / 퀸스타운 한글학교 학부모 : 교장 선생님이 하시는 거 보면 어떻게 저렇게 내 일도 아닌데 저렇게 하실 수 있지 (싶습니다).]
물론 어려움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넉넉지 못한 재정과 한국어 전문 교사의 부족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교장으로 받는 봉사료까지 다시 학교 운영비로 돌리며 버티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다행히 현지 마오리 단체가 교실 공간을 무료로 내어준 덕분에 다시 희망의 불씨를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메로네아 네이선 / 한글수업 장소 제공 마오리 단체 관계자 : (한국어 학습은) 아이들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되고, 또 그들에게 소속감과 자아를 느끼게 해줍니다. 한글학교의 역할은 정말 놀랍습니다. 우리 단체가 아주 작은 부분이나마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택시 기사로, 아버지로, 교장으로 살아가는 이주희 씨.
불리는 이름은 여러 개이지만 바라는 것은 오로지 하나뿐입니다.
아이들이 뿌리를 잊지 않고 어디서든 당당히 자라나는 것입니다.
[김 화 평 / 퀸스타운 한글학교 교사 : 한글 학교를 통해서 아이들을 좀 모으시고 또 아이들에게 진짜 이 한국 문화 그리고 우리의 얼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런 거 진짜 좀 전하고 싶으신 마음이 크시구나….]
[이 주 희 /퀸스타운 한글학교장·택시 운전사 : 한글학교는 저희의 하나의 뿌리라고 생각하죠. 저희가 외국에, 지금 동포로 해외에 나와서 살고 있지만, 저희의 뿌리는 한국이다. (아이들이) 뉴질랜드에서 이제 다양한 직업을 갖고 이렇게 생활을 해 나갈 건데 한국적인 언어도 사용할 수 있고 한국을 더 알릴 수 있고 한국을 더 한국과 뉴질랜드의 하나의 외교관이라고 할까요? 세계적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그런 하나의 계기 그런 기초 기본이 되었으면 하는 그런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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