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낯선 땅에서 생계에 허덕이면서도 끝내 시를 놓지 않고, 문학에 대한 열정을 불태운 사람.
'민초 해외동포문학상'을 통해 전 세계 동포 문인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지핀 민초 이유식 선생의 이야기입니다.
[해설]
오랜만에 만난 손녀에게 언제나 그리운 고국의 풍경이 담긴 시를 들려주는 할아버지.
1974년, 캐나다에 건너가 성공한 1세대 기업가이자, '민초 해외동포문학상'을 세워 전 세계 한인 문학인들의 길을 밝혀 온 시인, 민초 이유식 선생입니다.
하지만 그의 시작은 눈물과 고단함으로 얼룩져 있었다는데요.
세 식구가 함께 이민 길에 올랐지만, 손에 쥔 건 단돈 200달러뿐.
낯선 언어와 문화 속에서 생존을 위해 잠시 문학을 내려놓고, 오직 가족의 생계를 지켜야 했습니다.
[이 유 식 / 시인 : 그때 이제 180달러짜리의 셋방에서 살고 있는데 지하에 가서 이제 이불 덮어쓰고 혼자 엉엉 많이 울었죠. 그리고 이제 뭐 시를 쓴다는 건 그땐 감히 생각도 못 했고 참 그때는 고심을 많이 했죠.]
문학을 멀리한 시간 동안 그는 동포사회를 위해 온 힘을 기울였습니다.
캐나다 동포 총연합회를 만들어 크고 작은 행사를 이끌며, 동포들의 목소리를 모으는 데 앞장섰는데요.
[이 유 식 / 시인 : 캐나다 전체 총연합회 창립을 해서 5대 회장으로 당선이 됐죠. 일본 거류민단장 박병원 씨하고 민주총연합회 조도식 씨하고 저하고 셋이서 해외 한민족 대표자 협의회를 창립을 해서 해외 동포들 동포 대표 700명이 일본에서 모였습니다.]
그러나 누구보다 열심히 달려온 길의 끝에서, 그를 기다린 건 깊은 회한이었습니다.
[이 유 식 / 시인 : 60세 전까지는 참 우리 동포 사회와 민족을 위해서 열심히 일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딱 60이 되고 보니까 열심히 그렇게 이제 일한 것도 보람을 찾을 수가 없더라고요.]
보람을 찾지 못한 그는 결국, 다시 펜을 들었습니다.
은사가 격려의 의미로 지어준 호, '민초'.
그 이름과 함께, 예순을 넘긴 나이에야 비로소 시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이 유 식 / 시인 : 고려대학교에 제 석사학위 논문을 지도해 주신 김동기 교수라는 분이 계신데 봄이 되면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 사람의 풀잎으로 살아나라 그러면서 이제 백성 민(民)자 풀초(草)자를 지어서 주셨죠.]
그때부터 ‘민초'라는 이름은 그의 인생을 새롭게 열어 주는 두 번째 시작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선생이 써내려간 글은 개인의 기록을 넘어, 이민 사회의 아픔을 달래고, 사라져 가는 정체성을 붙잡는 힘이 되었습니다.
[염 계 복 / 이유식 시인 아내 : 백몇십 명 왔었죠? 그때 출판 기념회식 때, 식당에 백몇십 명 들어왔었죠. 캘거리에 계신 분들 전부 불러서 아주 굉장히 추억에 남는….]
그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2008년, 사재를 털어 '민초 해외동포문학상'을 만들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18년 동안 전 세계를 돌며 한인 문학인들에게 희망의 씨앗을 뿌려왔습니다.
[이 정 순 / 민초문학상 17회수상자 : 민초 이유식 선생님 같은 분이 우리 캘거리 가까이 계신다는 것만 해도 저희에게는 글 쓰는 데 굉장히 큰 도움이 됩니다.]
[이 상 목 / 한국문인협회 캐나다 앨버타지부장 : 민초 문학상은 해외에 있는 문학인들이 받고 싶어 하는 상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상금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민초 문학상이 가지는 의의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지요.]
문학상에 그치지 않고, 차세대에게 우리말과 정체성을 전하기 위해 끊임없는 격려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말과 글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삶이 곧 문학이다" 민초 이유식 선생의 말처럼, 그의 글은 오늘도 전 세계 디아스포라의 뿌리를 지켜주고 있습니다.
[이 유 식 / 시인 : (이민)2세대 3세대가 흘러가면은 우리의 민족의 정체성을 다 잊어버리면 우리 문화 예술을 정말 다 이제 말살되잖아요. 그래서 이걸 어떻게든지 간에 보존하는 것이 정말 제일 큰 제가 이걸 하는 일의 사명감이고 앞으로도 제가 생존하는 날 계속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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