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회전식 탄창에 총탄 하나만 장전한 뒤 순번을 돌아가며 방아쇠를 당기는 죽음의 게임을 '러시안 룰렛'이라고 하는데요.
군 기강을 바로 잡아야 할 해군 헌병이 후임병을 상대로 이 같은 가혹 행위를 일삼다 적발됐습니다.
강정규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해군 헌병대 소속 A 모 상병은 지난 9월, 후임인 B 일병에게 엽기적인 제안을 했습니다.
야간 근무를 나가며 지급 받은 리볼버 권총으로 '러시안룰렛' 게임을 하자고 강요한 겁니다.
A 상병은 공포탄과 고무탄, 가스탄 등 5발이 들어가는 회전식 탄창에 임의의 1발을 장전한 뒤, B 일병을 겨누고 2번이나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다행히 격발되진 않았지만,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행동이었습니다.
A 상병은 공포에 질린 B 일병을 보며 남자가 왜 이렇게 겁이 많으냐고 놀려댔습니다.
[임태훈 / 군인권센터 소장 : 공포탄의 경우 근접 발사하면 치명상에 이를 수 있습니다. 일례로 유리컵에 대고 근접발사하면 컵이 깨지기 때문에…]
A 상병은 10월, C 일병과의 근무 때도 '러시안 룰렛'을 강요했습니다.
비좁은 초소에서 C 일병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고, 매고 있던 K1 소총을 목에 겨누며 쏜다고 위협했습니다.
C 일병이 살려달라고 애원하자, 엎드려뻗쳐를 시킨 뒤, 대검으로 C 일병의 손가락 사이사이를 찍기도 했습니다.
A 상병은 '재밌지? 재밌지?'라는 말을 반복하며 속도를 높였고, C 일병은 대검에 손가락이 찍혀 살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고도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했습니다.
A 상병의 엽기적인 가혹 행위는 선임병들의 신고로 제동이 걸렸지만, 군 당국은 가해자인 A 상병과 피해자들을 제대로 격리하지 않았습니다.
[해군 가혹 행위 제보자 : 생활반은 달라도 (생활)관은 같이 쓰거든요. 생활관이 안 커가지고, (A 상병이 피해자들에게 가서) 너네 나랑 어차피 오래 볼 사이인데 이렇게까지 나와야 되냐? 줄 잘 타라 이런 식으로 말하면서…]
군 검찰은 현재 A 상병을 특수 협박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부대 내 또 다른 가혹 행위가 있었는지 수사하고 있습니다.
YTN 강정규[live@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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