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재용 구속' 비판 언론....왜?

2017.01.17 오후 03:50
16일, 박영수 특검팀은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한국의 경제신문들은 일제히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수사에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글로벌 기업' 앞길 막는 특검 초강수
탄핵 유탄... 기업하기 두려운 대한민국
경제 파장보다 '광장 정서' 선택한 특검

헤드라인을 보면 이재용 구속영장 청구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동아일보는 삼성 같은 글로벌 기업의 경영 공백이 가져올 파장을 고려해 불구속기소 하는 것이 맞는다는 주장을 했다.

물론 '글로벌 기업' 삼성의 최고 경영자가 구속수사를 받으면서 경영 공백을 피할 수 없고, 대외 신뢰도 하락 역시 우려되는 부분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삼성의 경영진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고, 또한 경영진이 책임질 일이다.



▲ 워싱턴 포스트 홈페이지 화면 캡처

외신들 역시 삼성의 경영 공백과 신뢰도 하락 등을 지적했지만, "중요한 질문 중 하나는 정부가 국민연금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지지하라고 강요했는지 여부"라며 기업의 경영승계를 위해 국가적 손해를 끼쳤는지"(블룸버그)에 주목했다.

워싱턴포스트 도쿄 특파원은 "삼성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국가를 횡령하고 정치적 중단을 초래한 스캔들 조사에 놀랄 만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파이낸스 타임스 역시 최순실 국정 농단이 재벌과의 뇌물 스캔들로 번지면서 재벌이 줄줄이 청문회 자리에 서고, 구속 수사되는 현재 상황에 대해 한국의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가 바뀔 것이라는 낙관론을 내놓은 바 있다.

파이낸스 타임스는 지난 4일 "투자자들은 국정농단 사태가 한국 경제를 짓누른 정실 자본주의를 실감하게 한 계기로 작용해 지지부진했던 재벌 개혁에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악명높은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를 바꾸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한다는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투자전문지 밸류워크는 "한국 기업 대부분은 재벌이 장악하고 있고, 그들은 오직 자신들의 이익만 관심이 있고, 주주들을 무시한다"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은 재벌의 부정적 영향으로 엉망인 기업지배구조로 인해 한국 투자를 피해왔다"고 지적했다.

이번 특검 수사가 진행되면서, 최순실 국정농단 스캔들이 결국에는 재벌들과의 정경유착, 과거 청문회장에서 보았던 재벌들에게 돈을 받고 각종 규제를 풀어주고 특혜를 주던 정치·경제 후진국의 모습에서 다르지 않은 '재현'임이 드러나고 있다.

최순실의 '국정 농단'에는 분개하며 특검 수사를 촉구하던 언론들이 재벌의 구속에는 왜 조심스러운가?

특검도 반발을 예상한 듯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경제보다는 정의를 세우는 일이 더 중요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 나라의 정의보다는 재벌 기업의 가치를 우위에 둘 때, 부패 스캔들에 처벌보다는 경제 논리를 내세울 때 박근혜-최순실-재벌 게이트는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는 '한심한 역사'가 될 것이다.


YTN PLUS 최가영 모바일PD
(weeping0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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