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여야, 새 정부 인사 놓고 '끝 모를 대치'

2017.09.16 오후 02:03
■ 임성호 / 정치부 기자

[앵커]
정기국회를 맞아 국정의 주도권을 확고히하려는 청와대와 여당에 야당도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맞서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됐고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자진사퇴했습니다.

한 주 동안의 정치권 소식, 정치부 임성호 기자와 함께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일단 인사청문회 상황부터 살펴봐야겠는데 계속 지금 자진사퇴하고 낙마하고 국회 본회의 못 넘고 이런 가운데 또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도 현재 불투명한 상황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이번 주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서 새 정부의 인사가 줄줄이 암초를 만난 상황입니다. 먼저 박 장관 후보자는 이른바 창조과학, 뉴라이트 역사관을 가지고 있다는 의혹으로 발목이 잡혔습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특히 강하게 반발했고 여기에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조차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스스로 물러나는 것으로 정리가 됐고요.

현재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어야 되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앞서 지난 12일과 13일 이틀에 걸쳐서 청문회가 진행됐는데 김 후보자가 법원 내 학술단체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 이력을 자유한국당이 특히 문제 삼았습니다.

인사청문회에서 이 학술단체 활동이 좌편향 의혹을 집중 제기했는데요. 여기에 대해서 여당은 과도한 색깔론이라고 맞섰습니다. 어제 여야 간사들이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보고서를 채택 여부를 논의했지만 합의하는 데 결국 실패했습니다.

이처럼 여야 대치가 첨예해진 데에는 앞서 지난 월요일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본회의에서 부결된 것이 컸습니다. 지난 5월 19일에 문재인 대통령이 소장 후보자로 지명했는데요. 200일 넘도록 표류한 끝에 부결되면서 그 책임을 두고 여야가 거센 설전을 주고받았습니다.

[앵커]
김이수 헌법재판관, 조금 전에 해외 출장을 마치고 입국했는데 부결됐을 당시 상황을 다시 한 번 정리를 해볼까요?

[기자]
먼저 표결 당시에 찬성이 145표, 반대가 145표로 팽팽했습니다. 기권과 무효가 각각 1표 또 2표였는데요. 당시 출석 의원의 과반수인 147표에 2표가 모자라서 부결됐습니다.

민주당에서는 소속 의원 120표에 정의당과 새민중정당 또 정세균 의장을 포함한 무소속 의원까지 모두 130표를 확실히 확보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캐스팅보트를 쥔 건 국민의당 표였는데요. 국민의당이 당시 표결에 39명이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이 표결에 참여한 걸 보니까 15표밖에 국민의당에서 얻지 못했다는 계산이 나온 겁니다.

이처럼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의 표를 얻는 데 실패한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이 표결에 앞서서 보수적으로 잡아도 찬성이 반대보다 최소 10표가량은 많을 것으로 본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체면을 구긴 셈이 됐습니다.

앞서 소속 의원들이 대거 외유하면서 지난 8월 추경 표결도 지체됐던 경험이 있는데 민주당은 또 한 번 원내 전략의 허점을 노출했다는 평가를 받게 됐습니다.

[앵커]
어찌됐든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이 이렇게 반대를 하면서 결국 실망감을 느꼈던 민주당, 특히 국민의당을 향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요.

[기자]
그렇습니다. 국민의당이 민주당에 가지고 있는 감정이라는 게 같은 뿌리라는 부분에서 협조를 잘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는 기대를 하는 편이 많은데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까지 싸잡아서 적폐 연대로 규정하면서 이번 부결에 대해서 맹렬하게 비판했습니다. 특히 국민의당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당리당략적인 의도로 반대표를 던졌다고 비난했습니다. 추 대표의 말입니다.

[추미애 / 더불어민주당 대표 : 당리당략적인 판단을 한 집단의 책임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통해서, 한 표의 이탈도 없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이에 대해서 국민의당은 지지율에 취한 청와대의 오만과 민주당의 무능이 만든 결과라고 맞섰습니다.

[김동철 / 국민의당 원내대표 : 당에서 헌법기관의 의사를 찬성 당론으로 반대 당론으로 강제하는 것은 절대 옳은 일이 아닙니다. 겸허하게 인정하고 더 좋은 분을 지명하는 게 맞겠죠.]

국민의당의 이 같은 반응은 캐스팅보터로서 존재감을 부각하려고 반대표를 던졌다는 비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건데요.

앞서 김이수 표결이 부결된 직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당이 20대 국회에서 결정권을 가졌다는 발언을 기자들에게 한 것이 알려지면서 당 안팎에서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또 전북 고창 출신이 김이수 후보자를 부결시키면서 호남 지역의 여론이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부결될 줄은 몰랐다면서 이 호남 지역에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부결될 줄은 몰랐다. 이런 얘기를 하니까 추미애 대표가 국민의당을 향해서 비판을 하면서 땡깡 이런 얘기를 하면서 발언 수위가 높았어요. 여기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은 것 같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금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부 인사에 대해서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추 대표의 수위 높은 발언들 때문입니다. 몇 가지 말씀드리자면 추 대표가 김이수 후보자 부결에 대해서 국민의당이 땡깡을 놓는 집단, 더는 형제의 당이 아니다라고 이렇게 비판을 했는데요.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추미애 / 더불어민주당 대표 : 정치세력끼리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 골목대장도 하지 않을 짓을, 신사인 척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국민의당은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추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 사과를 하지 않으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에도 협조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입니다.

[김동철 / 국민의당 원내대표 : 부결에 대한 모든 책임을 국민의당 탓으로 돌리며 '땡깡'이니 '골목대장질'이니 시정잡배 수준의 망언과 궤변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서는 민주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당시 중진 의원들 또 추 대표가 어떤 위치인지 앞뒤를 가리지 않고 말을 했다.

또 여소야대 국면에서 여당 대표는 자중해야 한다는 반응이 나왔고요. 또 우상호 전 원내대표도 지도부가 야당을 직접 공격하는 발언은 많이 안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을 했습니다.

추 대표가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신중하지 못하다는 비판은 당내뿐만 아니고 언론에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 예로 어제 지난 15일 중앙일보 사설에서 정제된 언어로 정치적 마비를 복원하는 리더십을 발휘할 자신이 없다면 대표직을 그만두라, 또 자기 정치를 위해서 사사건건 야권을 비난하고 자극하는 건 책임 없는 행동이고 정치적 적폐라고 비난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추 대표 측은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당대표 발언에 대해서 언론이 평하고 해설할 수 있다고 했지만 모욕적이다, 법적인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추 대표의 날선 발언들이 야권을 불필요하게 자극한다는 비판이 안팎에서 큰데 언론의 지적에 법적 대응을 말하는 것은 비판에는 귀를 닫는 독선이라고 지적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앵커]
어찌됐든 지금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켜야 되는 여당으로서는 계속 싸우는 모습 보여줘서 좋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야당 얘기도 해보도록 하죠. 지금 자유한국당, 친박계 의원들 탈당 권유까지 나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이러면서 당내 내분도 있는데 한쪽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게 결국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야당 움직임은 어떻습니까?

[기자]
실제로 말씀하신 대로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의 통합 분위기가 조금씩 피어오르는 건 사실입니다. 그 계기가 된 것이 한국당 혁신위가 박근혜 전 대통령 또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 친박 핵심들을 출당하라고 권유하기로 한 결정 때문인데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도 그제 지난 14일에 예정에 없던 대학교 특강을 열어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 핵심 의원들을 비판했습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홍준표 / 자유한국당 대표 : 대안 정당이 되려면 제일 처음으로 탄핵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한국의 보수 우파를 궤멸시킨 책임을 물어서 그 책임에 따라서 세 분은 당을 나가라고 했습니다.]

[기자]
그러면서 한국당의 선장이 바뀐 만큼 바른정당을 향해서도 상황이 바뀌면 복당하는 것이 맞다며 돌아오라고 거듭 요구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과 친박 핵심들의 출당은 바른정당에 있는 통합파 의원들이 한국당 복당에 내건 조건이기도 합니다.

현재 이혜훈 당대표가 사퇴한 뒤 차기 지도부 선출을 논의하고 있는데요. 바른정당도 그동안 자강파 주장한 비대위 구성대신 통합파가 주장하는 전당대회를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입니다.

[주호영 / 바른정당 원내대표 : 가장 빠른 시간을 잡기로 하되 늦어도 11월 30일까지는 전당대회를 열어서 새 지도부를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한국당은 내부 친박계의 반발 또 바른정당은 방금 말씀드린 당내 자강파들의반발이 거센 상황입니다. 하지만 두 정당 모두 보수 정당이 분열된 상태로는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기가 어렵다는 데는 공감대를 이뤘습니다. 앞으로 보수 정당 통합 논의가 정치권의 주요 쟁점 중 하나로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앵커]
지금은 느긋해 보여도 선거를 앞두면 정당이라는 게 움직임이 빨라질 수 있으니까요. 조금 더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정치부 임성호 기자였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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