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투표독려 문구로 위선이나 무능, 내로남불은 물론 봄과 같은 일상적인 단어까지 금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결정을 두고 논란이 거셉니다.
현행법상 특정 정당을 연상시키는 표현은 쓸 수 없다는 게 선관위의 설명인데, 정치적 의사 표현을 지나치게 옥죈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부장원 기자입니다.
[기자]
투표가 내로남불과 위선, 무능을 이길 수 있다는 투표 독려 현수막을 내걸려던 국민의힘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민주당이 연상되기 때문에 선거법 위반이라는 유권 해석이 내려진 겁니다.
[주호영 / 국민의힘 원내대표 : 무슨 특정 정당을 연상시킬 수 있어서 못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덕도 방문해서 가슴이 뛴다는 게 특정 정당이 연상되지 않습니까? 그런 뉴스 보지 않습니까?]
하지만 국민의힘만 그런 건 아닙니다.
최근 '봄'이 오면 투표하라는 민주당의 현수막은 민주당을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사용이 금지됐습니다.
박영선 후보의 '합시다'를 연상시키는"투표합시다", '국민의힘'을 연상시키는 "투표의힘"에서부터 "일찍 투표하세요", "국민이 이깁니다" 처럼 숫자 1이나 2가 들어간 문장도 폭넓게 제한됐습니다.
투표 독려 현수막에는 정당이나 후보자를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은 명시할 수 없다는 선거법 90조에 따른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법 해석을 엄격하게 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총선 때부터입니다.
당시 동작구 선거에서 민생파탄을 투표로 막아달라는 야당의 문구는 불허하고, 투표로 친일을 청산하자는 여당의 문구는 허용하면서 논란이 일자,
선관위가 정당이 쓰는 용어와 비슷한 단어만 나와도 철저히 규제하는 것으로 자체 해석기준을 강화한 겁니다.
[이동영 / 정의당 수석대변인 : 천백 년 전 관심법을 썼던 궁예도 뒷목을 잡고 쓰러질 정도로 어이없는 선관위의 유권해석입니다. 도를 넘는 판단이 시민의 기본권을 제약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민주주의의 훼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회에서 근거가 되는 선거법 규정을 바꾸지 않는 이상, 현행 방침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게 선관위 입장입니다.
하지만 법이 바뀌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해석 기준을 바꿔 규제를 강화했다는 점에서 선관위도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YTN 부장원[boojw1@ytn.co.kr]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