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공군 부사관 성폭력 사건'...반복되는 군 성비위 사건, 바뀌겠다던 軍의 '공염불'

2021.06.03 오후 03:55
공군 부사관이 성추행을 당한 후 숨진 사건,

직접 블랙박스를 확보하고 여기저기 도움을 요청했지만 피해자의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당했습니다.

우리를 더욱 분노케 하는 건 성 비위 사건이 육해공군을 가리지 않고 터지고 있지만, 우리 군이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2013년 육군에선 부하 여자 장교를 성추행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른바 '오 대위 사건'입니다.

"하룻밤만 같이 자면 편하게 군 생활할 수 있게 해주겠다" 이런 말도 안되는 요구를 했고 거절당하자 10개월간 보복성 근무를 시켰습니다.

결국 일기장에 피해 사실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진상 조사를 촉구하며 눈물의 호소를 했습니다.

[오쌍한 / 故 오 대위 아버지(2014년 11월) : 제가 자식을, 딸을 군대 보내놓고 나서 대한민국 여군 장교라는 명예에 정말로 자부심을 많이 가졌습니다. 그런데 강원도 15사단으로 배치되고 나서부터 인간 이하로 대우 받고 인간 이하로 성추행 당하고 왜 우리나라 여군들이 이렇게 성추행을 당해야 합니까? 우리 군은 변해야 합니다! 진짜로 변해야 합니다.]

지난 2017년, 해군본부 소속 여성 대위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상관이었던 대령으로부터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던 겁니다.

대령은 긴급체포됐고, 구속됐지만 가해자에게서 성폭행 진술을 처음 받은 건 딸을 잃은 아버지였습니다.

군은 성 비위 사건이 터질 때마다 철저한 처벌과 쇄신을 약속했습니다.

[고동흔 / 당시 대령 (2015년 1월) : 성 군기 위반자는 군에서 완전히 퇴출시키겠다는 것이 육군의 입장입니다.]

2015년 3월 국방부는 '원아웃 퇴출'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성범죄에 대해서는 일단 확인되면 무관용으로 처벌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군내 성폭력 처리 절차, 즉 매뉴얼도 만들었지만 현장에선 무용지물이었습니다.

해군은 2015년 방위사업 비리로 지탄받고 성폭력 사건까지 잇따라 터지며

제2의 창군을 기치로 대대적인 문화 쇄신 운동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불과 2년 만에 직속 상관이 부하 장교를 성폭행하고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한 겁니다.

군대 내 성 비위가 끊이지 않자, 2018년 문재인 대통령도 군대 내 성 비위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문재인 / 대통령 : 다시는 국민 누군가의 소중한 딸, 아들이 부당하게 희생을 강요받거나 목숨을 잃는 일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국민들은 군대 내 성 비위 문제를 아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불미스러운 일로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이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도록 특단의 노력을 강구해 주시길 바랍니다.]

[숨진 공군 부사관 아버지 : 네 억울한 죽음을, 밝혀주신다고 해서 방송국 분들이 오셨어.]

지난 3월 사건 발생 후 육체적 정신적 충격을 극복하기도 전에 가해자와 직속상관의 회유와 압박에 시달린 공군 중사는 결국 억울함과 힘겨움을 영상으로 남기고 세상을 등지고 말았습니다.

우리 군은 이번에도 뒤늦게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대책을 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내 군식구도 못 지키면서 무슨 나라를 지킵니까."

딸을 보낸 어머니의 절규를 우리 군은 지금 어떻게 듣고 있을까요? 또 말뿐인 대책만 나오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 군에 대한 믿음과 기대가 더 멀어지지 않도록, 군 차원을 넘어 우리 정부 차원의 총제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강려원 [anchor@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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