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빗나갔던 이준석·이낙연 통합 불가 전망
(지난 7일, YTN) 설 연휴 시작 며칠 전 올린 기사 제목이다. "현재로선 이준석 · 이낙연 양쪽이 함께하기에는 갈 길이 한참 멀어 보인다. 바로 '라보'와 '카니발', 딱 그 차이다."로 기사는 마무리됐다. 그런데…
기사가 나가고 이틀 뒤 제3지대 통합이 깜짝 선언됐다. 4자(개혁신당·새로운미래·새로운선택·원칙과상식) 통합이지만 이준석과 이낙연의 통합으로 대부분 읽혔다. 둘은 절대 하나가 될 수 없다는 직전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통합 선언 이후 정확히 11일 만에 좌초됐다. 결과적으로 통합 불가 전망은 적중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사진출처 = 연합뉴스
결국 '라보'와 '카니발' 차이
'소상공인의 발'로 불리는 '라보'를 모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안정감의 상징으로 가족용 차 또는 연예인 차로 불리는 '카니발'을 애용하는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의 차이다. 이낙연 대표가 '카니발'에서 내려 '라보'에 올라타려는 순간 합승은 불발됐다. 공식 결렬이다.
이준석 대표는 개혁신당을 창당하자마자 '라보'에 몸을 싣고 이곳저곳을 누볐다. 처음 향한 곳은 서울 강서구. 지난해 국민의힘이 구청장 재보궐 선거에서 크게 졌던 지역이다. 다음 날 마포구 일대를 누볐다. 이곳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김경율 비대위원 사천 논란이 불거진 지역이다.
이준석 대표는 라보를 타고 세종시로 가서 대중교통 무임승차 폐지 공약을 다시 언급했고 이낙연 대표의 지역 기반인 호남으로 가서는 이낙연 신당을 맹렬히 비난하기 시작했다. 비난은 순천 발언에서 정점에 이르렀다. "이낙연 신당은 윤핵관이랑 다를 바가 없다", "호남에서 제2당 차지는 확실히 하겠다" '낙준연대'는 이미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낙연 대표가 정치인으로서 가진 최대 장점은 안정감이다. 바로 '카니발' 이미지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동아일보 기자로 있다가 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처음으로 당선됐다. 24년 전 일이다. 이후 5선 국회의원에 올랐고 중간에 전남지사와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냈다. 지난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대표와 경쟁까지 했다. 정말 대통령 빼고 다 한 정치 이력의 소유자다.
이낙연 대표가 싫어하는 '엄근진' 이미지도 여전하다. 스스로 민주당 탈당 이후 이준석 대표의 요구를 다 받아들일 수 있다는 태세였지만 쉽지 않았다.
"(이준석 대표가) 우리 총리님을 향해서 두 가지를 이야기했어요. 하나는 엄숙주의를 걷어내야 한다. 이건 어떻게 받아들이세요?" (지난 1월 12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좋은 충고죠. 저도 걷어내고 싶어요. 잘 안 떨어져서 그렇지." (이낙연 대표)
결정적으로 합당 직전까지 이준석 대표는 이낙연 대표와 정치 지향점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알았다. 각자의 차를 모는 스타일보다 더 중요한 목적지가 달랐다. "지향점이 같아야 합당을 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는 (개혁미래당의) 그런 지향점을 확인하지 못했다",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는 상황", "단순히 호남지역 출마자를 확보하기 위한 그런 수단으로서의 합당이나 연대라는 것은 지역민의 공감을 사기 어려울 것" (지난 1월 31일)
사진출처 = 연합뉴스·YTN
통합 좌초 먼저 알린 이낙연…할 말 아낀 이준석
이낙연 대표가 먼저 통합 좌초 사실을 알렸다.
"합의가 부서지고 민주주의 정신이 훼손되면서 통합의 유지도 위협받게 됐다"
"부실한 통합결정이 부끄러운 결말을 낳았다"
"신당통합 좌절로 여러분께 크나큰 실망을 드렸다"
"다시 새로운미래로 돌아가겠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가 결별을 선언하면서 했던 말들이다. 철저히 여의도 문법에 기반한 말들이다. 이준석 대표 쪽이 합의를 먼저 깼다며 결과적으로 '부끄러운 결말'을 낳은 것에 대해 지지자들과 국민에게 사과했다.
곧이어 이준석 대표도 기자회견장에 섰다. 마찬가지로 국민에게 사과하면서도 이낙연 대표를 향한 비판에는 말을 아꼈다. 뭔가 있다는 건 확실해 보였다.
"정당 통합을 선언한 지 10일 만에 이낙연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가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서 참담한 마음으로 국민들께 사과드린다"
"할 말이야 많지만 애초에 각자 주장과 해석이 엇갈리는 모습이 국민들 보시기에 눈살 찌푸려지는 일"
"개혁신당은 양질의 정책과 분명한 메시지로 증명할 것"
결국 '라보'와 '카니발'의 차이, 기동성과 안정감의 차이다. 무엇보다 각자의 차를 몰고 향하는 목적지가 처음부터 달랐다. 누군가는 중간에 내릴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다른 한 명은 끝까지 완주해야 했다. 이런 데도 과정에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잠시 손을 잡았고 곧 손을 놓았다.
서로에게 큰 상처와 정치적 부담을 안겨주고 떠난 상황에서 각자의 '라보'와 '카니발'이 목적지까지 잘 갈 수 있을지 관심이다. 분명한 건 통합 전에 이를 궁금해하던 국민적 관심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총선 50일 앞두고 벌어진 예상치 못한 경로 이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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