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계엄 사태와 현직 대통령 구속 등 비극적 헌정사를 새로 쓰게 된 배경 가운데 하나로,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정치 실종'이 꼽힙니다.
모두 '법에 정해진 대로' 하는 거라며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했지만, 정작 양보와 타협, 대화 노력은 부족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김경수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불과 0.73%p 차이로 승부가 갈렸던 지난 2022년 대선 뒤 여야는 줄곧 평행선을 달려왔습니다.
다시 한 번 여소야대 구도가 만들어진 22대 총선 뒤에야, 대통령이 취임 720일 만에 제1야당 대표와 마주 앉았지만 그뿐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 오랜만입니다.]
[이재명 대표 : 아이고, 감사합니다.]
국회법과 다수결 논리를 앞세운 야당이 의사일정과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면,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표 : 협의가 안 되면 원칙대로 법이 정한 대로 상임위, 본회의 열어야 되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법대로 합시다. 대통령께서도 법대로 좋아하지 않습니까?]
이례적이어야 할 재의요구, 즉 거부권을 여당이 건의하고 대통령이 행사하는 모습이 반복됐습니다.
[추경호 /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 : 여야 합의 없이 일방 처리되는 쟁점 법안들은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고 재표결 후 폐기의 전철을 밟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여야 대치가 이어지던 가운데 불거진 명태균 씨 의혹은 야당의 특검법·탄핵 공세에 한층 불을 붙였고,
대국민 담화로 분위기 반전을 꾀하던 대통령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스스로 파국을 맞았습니다.
[윤석열 / 대통령(지난해 12월 12일) : 거대 야당이 위헌적 조치들을 계속 반복했지만, 저는 헌법의 틀 내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기로 (했습니다.)]
모두 '법대로' 했다고 주장하지만, 대화와 양보, 타협을 위한 노력 대신 상대적으로 쉬운 길을 택한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단 비판이 그래서 나옵니다.
헌법과 법률이 모든 걸 규정할 순 없는 만큼 그 해석과 적용을 두고 의견 대립이 불가피한데, 바로 이때 필요한 정치가 제 역할을 못 했다는 겁니다.
[김성태 / 국민의힘 전 의원(16일) : 윤석열 대통령의 오늘날 저 불행은 사실상 정치를 혐오하고 기피하고. (대통령이) 야당하고 상당히 불편한 관계가 있더라도 집권당인 국민의힘은 정치를 실종시켜서는 안 되는 것이거든요.]
야당도 입법 권력을 쥔 국정의 한 축으로서 책임에서 마냥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정성호 / 더불어민주당 의원(24일) : 국회의 압도적 다수당으로서 국정을 안정시키고 민생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적절한 역할을 했느냐, 저는 그런 반성을 좀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체포와 구속, 법원 습격 사건 등 초유의 혼란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여야는 서로를 향한 고발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애초에 서로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데다, 밀리면 안 된다는 인식이 '정치의 사법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법대로 하자'는 건 사실상 갈등 조정이나 협상의 여지를 닫아두겠단 뜻으로 풀이됩니다.
사법적 판단이 나오기 전까진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한데, 현재 우리 정치권을 관통하고 있는 씁쓸한 표현이란 지적입니다.
YTN 김경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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