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고등학교 역도부 선배가 후배에게 성폭력을 가하고, 이를 촬영해 유포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찰이 혐의를 인정한 데 이어, 문체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도 중징계를 요구했지만, 역도연맹은 징계를 보류하고 있는데요.
그사이 가해자는 졸업한 뒤 버젓이 각종 대회에 출전해왔지만 피해 학생은 결국 운동을 포기했습니다.
권준수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해 1월, 한 고등학교 남자 역도부 숙소입니다.
전국대회 입상 경력도 화려한 고3 역도선수는 한 학년 후배에게 이른바 '왕게임'을 제안한 뒤, 빗 손잡이를 후배의 신체 부위에 밀어 넣었습니다.
피해 학생의 동의 없이 촬영까지 이뤄졌고, 영상은 주변 학생들에게도 유포됐습니다.
[피해 학생 학부모 : 지금도 많이 괴로운 상황이거든요. 상처가 옅어지는 거지 없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피해 학생 부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가해 학생은 유사강간과 성 착취물 제작 혐의로 당시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도 지난 2월, 역도연맹에 중징계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역도연맹은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9개월이 넘도록 징계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관계와 법적 판단을 둘러싼 다툼이 있고, 아직 기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만큼 최종 처분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사이 가해 학생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각종 대회에 출전하고 있는 반면, 체육 지도자를 꿈꾸던 피해 학생은 끝내 운동을 포기했습니다.
[피해 학생 학부모 : 저희 아이는 이제 운동을 포기한 상태거든요. 다시 만나는 것도 두렵고 좀 많이 힘들어하는 상태입니다.]
연맹의 징계가 지연될 경우, 상급 기관인 대한체육회는 규정에 따라 재검토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선 관리·감독 체계가 사실상 멈춰 섰습니다.
[김승수 / 국민의힘 의원 : 학교 폭력이나 성폭력 같은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을 땐 피해자 보호에 우선을 둬야 하는데, 상당히 문제가 많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한체육회에서 형평성을 담보할 수 있는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야)….]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10월 규정을 고쳐 징계 확정 전이라도 선수의 훈련과 대회 출전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지만, 현장에선 유명무실합니다.
피해자를 위한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체육계의 고질병으로 꼽히는 '제 식구 감싸기' 식의 행정이 반복된 건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옵니다.
YTN 권준수입니다.
영상기자 : 이상은
영상편집 : 문지환
디자인 : 정소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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