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 방송일시 : 2016년 3월 28일(월요일)
□ 출연자 :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일본에 이어 한국도 ‘노후파산’ 시작
- 은퇴 후 자영업 뛰어든 베이비붐 세대, 사업 실패로 노후파산에 내몰려
- 대학졸업 후에도 이어지는 자녀 뒷바라지도 고령층에 부담
- 빚에 시달리고 있는 노년층, ‘약탈적 대출’도 큰 원인
- 미국의 경우 대출연체 책임 금융기관에도 지워
◇ 정병진 아나운서(이하 정병진): 백세 시대가 성큼 다가왔는데요. 노후파산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오늘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 전화 연결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하 이준협): 네, 안녕하세요.
◇ 정병진: 일단 이게 뭔지, 왜 발생하는지부터 알아보겠습니다. 노후파산이라는 게 정확하게 뭔가요?
◆ 이준협: 기업들이 빚을 못 갚으면 법원에 파산신청을 하죠. 마찬가지로 개인도 빚을 못 갚을 상황에 처하면 법원에 개인 파산을 신청할 수 있고요. 60대 이상 노년층이 개인 파산에 빠지는 것을 노후파산이라고 하는데요. 이것의 사회적 의미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빚 때문에 노년의 삶이 파괴되는 것, 평생 열심히 자식 키우면서 살아오셨지만 노년의 빚과 생계에 쫓기면서 생을 마감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런 의미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 정병진: 어느 정도 심각한지 궁금한데요. 사실 일본이 최근에 노후파산 때문에 굉장히 문제라고 하는 NHK 보도도 있었는데요. 어떻습니까?
◆ 이준협: 네, 맞습니다. 일본 같은 경우에는 우리나라보다 10년 정도 빨리 고령화를 겪었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요. 그리고 우리나라도 이제 시작이 된 겁니다. 우리가 베이비 붐 세대라고 하는데요. 6.25 전쟁 이후에 태어나신, 1955년부터 태어나신 베이비 붐 세대들이 지금 60대로 진입하기 시작했거든요. 이 많은 인구집단이 고령층으로 진입하면서 노후파산이라는 것이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고요. 최근에 아시겠지만 베이비붐 세대 같은 경우에는 직장에서 은퇴하고 나서 30년을 어떻게 버텨야 할지 걱정이 되어서 자영업으로 많이 뛰어들었잖아요. 그런데 자영업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1년에 50만 명이 자영업에 뛰어들고, 60만 명이 실패하고 있거든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실패하고 있는데 이 중에 상당수가 베이비붐 세대라는 겁니다. 이렇게 노년의 사업에 실패하게 되면 당연히 빚을 많이 지게 될 수밖에 없고, 이것을 갚을 수 없기 때문에 노후 파산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정병진: 일단 기본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퇴직 후에도 일을 해야 하는데, 베이비붐 세대 같은 경우에는 퇴직 후에 주된 일을 찾는 것이 자영업으로 가다보니까 실패할 경우 굉장히 큰 노후 파산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말씀이시잖아요?
◆ 이준협: 네, 맞습니다.
◇ 정병진: 이것 말고도 이른바 캥거루족이라고 하나요? 청년들이 독립하지 못한 채 부모님에게 얹혀사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부담을 준다면서요?
◆ 이준협: 네, 보기에 따라서 그런데요. 노년층 같은 경우에 자식을 교육시키느라고 노후 준비가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예전 어르신들 같은 경우에는 자식들이 부양을 해주겠지 하는 생각들이 있었는데요. 지금은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잖아요? 그만큼 자식들도 직장 얻기가 힘든 상황이고요. 그래서 예전에는 대학 등록금까지만 지원하면 자식들이 부모를 부양했는데, 지금은 자식들의 취업준비까지 부모들이 뒷바라지해야 하는 상황이고요. 이렇게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고령층의 노후파산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발생하는데요. 이것은 청년층의 문제가 아니라 청년 실업이라는 사회적인 문제가 노후파산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사회적인 맥락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정병진: 노후 파산에 전락했던 사람들이 처음부터 빈곤했던 것은 아니거든요. 저축이나 퇴직금을 모아서 살아오다가 이런저런 지출을 크게 하면서 노후 파산에 이르게 될 것 같은데요. 패턴이 어떻습니까?
◆ 이준협: 가장 큰 것은 우리나라가 연금제도가 뒷받침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이 88년도에 도입되었으니까 아직까지는 납부한 기간이 짧기 때문에 연금이 굉장히 적습니다. 지금 연금을 든 사람들이 보통 34만 원 정도 받고 있거든요. 기초연금까지 합쳐서 50만원, 그러니까 최저생계비의 턱없이 부족한 액수만 받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거고요. 이렇게 50대, 60대로 가면서 일자리가 불안해지면서 소득이 줄어서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 정병진: 우리나라 같은 경우 노후파산이 아직 현실화 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 이준협: 맞습니다. 아직까지 숫자가 많지는 않은데요. 이번에 법원이 처음으로 자료를 제공했는데, 1~2월에 1700명이 파산 선고를 받았고요. 그 중에 4분에 1 정도가 60세 이상 노년층입니다. 이것을 따지면 1년에 2500명, 3000명 정도 되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 노년층이 지금 950만 명입니다. 그래서 비율이 그렇게 높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것만 보면 안 되는 게 뭐냐면, 법원 파산 말고 신용회복 위원회나 국민행복기금이란 게 있습니다. 이건 민간 수준에서 금융 기관이 워크아웃 해주는 것인데요. 여기에 지난 3년 간 고령층이 10만 명 되거든요. 적은 숫자가 아니고요. 이렇게 노년층이 빚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즉 파산은 그렇게 숫자가 많지 않지만 국민행복기금이나 도저히 빚을 못 갚고 있는 분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이것은 큰 의미에서, 노년층이 빚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여생을 살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 정병진: 미래를 내다봤을 때 지금 우리보다 앞서서 10년 정도 일찍 노령화가 이루어졌던 일본의 사례가 이렇다면, 우리나라 같은 경우 2040년 정도 되면 65세가 청년이라면서요? 그 정도로 고령사회가 되는데, 이때 굉장히 큰 후폭풍으로 올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준비하자는 거잖아요?
◆ 이준협: 네, 맞습니다.
◇ 정병진: 지금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어느 정도라고 보면 됩니까?
◆ 이준협: 심각한 수준인데요. 현재 노인 두 분 중에 한 분은 빈곤층입니다. OECD 보고서가 최근에 나왔는데요. 2012년 기준으로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49.6%입니다. OECD 평균이 12.6%거든요. 그러니까 우리나라가 4배나 더 많습니다. 그러니까 100명 중에서 우리나라는 50명, OECD는 12, 13명만 빈곤층이거든요. 어르신들의 노후 준비가 굉장히 안 돼 있는 상황이고요. 최저생계도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 정병진: 일본은 우리의 절반 수준이라면서요?
◆ 이준협: 일본은 19~20% 정도로 우리나라보다는 낮은데요. OECD 평균 보다는 높습니다. 아무래도 일본 같은 경우 굉장히 오랫동안 경제 부흥을 했고, 그런 의미에서 저축이 굉장히 높은 나라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20% 정도 되는 상황이고요. 일본도 노년 일자리라든가 굉장히 많은 재정 지원을 하고 있는데요. 요즘은 일본이 재정이 굉장히 어려워지면서 이제 이런 지원도 점점 어려워져서, 일본도 그렇게 슬기롭게 풀어나가는 국가는 아직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 정병진: 이런 상황에서 노후에 암이나 성인병, 치매 같은 이유로 병원비도 많이 지불하게 되고요. 노후 정책이 굉장히 중요해보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손봐야 하는 것은 연금입니까?
◆ 이준협: 연금은 우선 자기가 일을 할 수 있을 시기에 스스로 적립해서 노후에 받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미 60대 이상의 노년층 같은 경우에는 연금 제도의 혜택을 받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주택연금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만약에 집이 있는 분들 같은 경우에는 그것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지금 만약 자산을 축적하신 분들이라고 한다면 주택연금이나 토지 연금을 통해서 그 자산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제도를 강화시킬 필요가 있고요. 그것이 없으신 분들도 많기 때문에 결국은 노년 일자리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갈 수밖에 없고, 어느 나라든 그렇습니다. 그래서 60세 이상 노년층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되, 그 일자리가 최저 생계비를 지원할 수 있을 정도로 어느 정도 괜찮은 일자리로 만들어야 하고요. 또 하나의 문제는 근로능력이 없는 어르신이거든요. 그런 분들에게는 일을 하라고 할 수 없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분들에게는 빚을 모두 탕감해주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고 나서 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해서 최저생계를 보장해줄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는 금융기관이 손실을 보고 빚을 면제해줄 수밖에 없는데요. 이것은 사실 어떻게 보면 그냥 깎아주는 게 아니라 당연히 면제해줘야 합니다. 이게 자본주의의 원리인데요.
◇ 정병진: 모럴 해저드 같은 것은 우려되지 않습니까?
◆ 이준협: 저는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하는데요.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따져서 금리를 적용합니다. 예를 들어서 갚을 능력이 없는 어르신들 같은 경우에는 지금까지 굉장히 고금리로 빚을 갚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도저히 갚지 못해서 고금리로 연체에 빠지게 된다면, 기존에 고금리로 많은 이익을 얻었기 때문에 금융 기관이 손실을 보는 것은 당연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전 세계적으로도 이런 식의 제도가 굉장히 많습니다. 특히 미국 같은 경우에는 만약 연체에 빠지면 금융기관이 손실을 보도록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금융기관이 조금 더 신용평가를 잘 해서, 빚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까지 빚을 떠넘기는 경우가 없도록, 이것을 약탈적 대출이라고 하는데요. 그걸 엄격하게 법으로 규제하고 있습니다.
◇ 정병진: 그렇군요. 한편으로는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노후파산 막으려고 계속 돈 모으기 보다는 오늘 하루하루 의미 있게, 즐겁게 돈을 쓰자, 이런 분들도 있더라고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이준협: 그런데 우선 우리나라 같은 경우, 빚을 못 갚게 되는 상황이 되면 채무불이행자가 되어서 삶 자체가 파괴됩니다. 끝까지 빚을 갚도록 유리하고, 무리하게 추심 기관이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것도 법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고요. 최소한의 생계는 가능하도록 해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특히 노년층 같은 경우에는 대부분이 떼먹으려고 안 갚는 게 아니거든요. 갚으려고 하다가 못 갚는 상황에서 그렇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노년층에게 있어서는 그런 제도들이 뒷받침 될 필요가 있습니다.
◇ 정병진: 네, 주택연금, 노인 일자리, 그리고 빚 탕감까지 세 가지 대안을 말씀해주셨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이준협: 네, 감사합니다.
◇ 정병진: 지금까지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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