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중앙은행이 큰 폭의 금리 인상 정책을 이어가면서 이를 일컫는 '자이언트 스텝'이나 '울트라 스텝' 같은 단어들이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최근엔 '점보 스텝'이란 표현까지 등장했는데요,
이 용어들이 미국에선 쓰이지 않는 한국산 용어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맞는 말인지, 박희재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기자]
[류성걸 / 국민의힘 민생특위 위원장(지난 6월) : (미국 연준이) 금리를 0.75%p 상승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습니다.]
[박홍근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지난 7월) : 이달 말에는 1%p의 금리 인상, 즉 '울트라 스텝'을 결정할 것이라는….]
언론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쓰이다 이제는 상식처럼 굳어진 단어, 자이언트 스텝.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기준금리 인상 정책을 일컫는데,
인상 폭이 0.5%p일 땐 '빅 스텝', 0.75%p일 땐 '자이언트 스텝', 1%p일 땐 '울트라 스텝'이라고 표현합니다.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 단어들이 한국식 영어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당사국인 미국에서조차 쓰이지 않는 단어를 국내 언론이 만들어낸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자이언트 스텝'이 미 기준금리 0.75%p 인상을 뜻하는 용어로 국내 언론에 처음 등장한 건 지난 4월입니다.
1%p 금리 인상을 일컫는 '울트라 스텝' 역시 지난 6월 국내 언론에서 처음 쓰였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의 공식 브리핑과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록에서는 해당 표현들을 찾아볼 수 없었고,
미국의 유력 경제 일간지들도 사용한 적이 없습니다.
미 연준 의장이 최근 금리 인상 폭을 두고 '대단히 크다(unusually large)'라고 언급한 경우는 있었지만,
거대하다거나 극단적이라는 뜻의 '자이언트'나, '울트라'와는 엄연히 차이가 있습니다.
또,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은행 총재가 지난 2월, 금리 인상과 관련해 '빅 스텝'이란 표현을 쓴 경우가 있긴 하지만,
큰 폭이라는 의미였을 뿐, 0.5%p라는 구체적인 인상 폭을 얘기한 건 아니었습니다.
'자이언트 스텝'이나 '울트라 스텝' 같은 단어는 콩글리시이거나 한국산 용어라는 주장, 맞는 말입니다.
미국에서 쓰이지 않은 한국식 영어라고 해서 다 잘못된 건 아닙니다.
복잡한 현상을 짧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면 하나의 용어로 자리 잡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새로운 표현이 대중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동규 /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국민이나, 시청자들한테, 그 이슈에 대해서 이해를 효율적으로 시켜주기 위해서 때로는 조어를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과장된 표현을 하는 경우는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국민에게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고 심할 경우엔 공포감을 조성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일각에선 과격한 표현이 들어간 금융 용어들이 널리 쓰이면 투자가 지나치게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YTN 박희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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