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그림의 떡' 남성 육아휴직...금융업계 이용률 10% 불과

2023.07.28 오전 05:41
[앵커]
근로자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고 계속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육아휴직 제도.

하지만 남성의 경우 여전히 쉽사리 쓸 수 없는 게 현실인데요.

특히 금융·보험업계에 종사하는 남성 직원의 이용률이 현저히 낮았습니다.

엄윤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일과 가정, 어느 것 하나 포기하기 힘들지만 내 아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은 여전히 많습니다.

[전윤희 / 다둥이 엄마 : 신랑이 아무래도 교대 근무를 하다 보니까 규칙적으로 아이를 봐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도움을 받을 곳도 없고 해서 제가 일을 그만두고 아이 육아를 시작한 거죠.]

육아휴직 제도가 있더라도 그림의 떡, 남성은 더 이용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두 아이 엄마 : 저도 마찬가지고 남편도 (육아휴직을) 못 썼죠. 좀 눈치를 주는 그런 편이어서 아직은….대체인력을 쓰기에도 그런 여유가 있는 회사는 아니어서, (육아휴직 쓴다는) 그런 말씀드리기는 조금 어려웠죠.]

실제로 국내 육아 휴직자 가운데 남성 비율은 지난 2019년 20%대 가까이 진입한 이후 크게 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보험업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은 전체의 3.4%로 건설업에 이어 현저히 낮은 수준입니다.

최근 5년 동안 이용 추이도 제자리걸음입니다.

YTN이 상위 10개 증권사의 육아휴직 이용 현황을 알아봤더니, 남성 육아 휴직자는 전체 육아 휴직자 10명 가운데 1명꼴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남녀 비율이 비슷한 은행업도 살펴봤습니다.

시중은행 5곳의 남성 육아 휴직자 평균 비율은 10명 중 1명도 안 됩니다.

여성 육아 휴직 비율과 비교하면 여전히 남성에게 문턱이 높은 겁니다.

지방은행까지 넓혀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한 해 남성 직원이 육아휴직을 신청한 건수가 아예 없는 경우도 많고, 최근 5년 동안 남성 육아 휴직자가 단 1명도 없는 곳도 있습니다.

배경에는 업계의 보수적인 분위기와 육아휴직을 다녀온 뒤 있을지 모를 인사상 불이익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시중은행 종사자 : 다른 업권에 비해서 여직원 수가 많고 또 여직원들이 육아휴직 들어가는 사례가 많다 보니까 상대적으로 남성 육아 휴직자들이 적게 볼 수는 있는데 그래도 조직 자체가 조금 보수적이다 보니까….]

업계 구조적인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증권사 종사자 : 조직 입장에서 이 사람이 자리를 떠나서 1년이든 2년이든 쉬게 되면 잠재적인 손실이기 때문에,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뽑아도 여기는 돌아올 수가 없고, 그렇다고 비워놓자니 손실을 끌고 갈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국회에서는 남성 근로자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제대로 된 논의 없이 계류 중인 상황입니다.

YTN 엄윤주입니다.



영상편집 : 전자인
그래픽 : 지경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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