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일요일 금융당국의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 발표에 이어 월요일 우리 증시가 반짝 폭등했습니다.
이 효과는 하루 만에 사라진 것으로 보이는데요,
공매도가 왜 우리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지, 장기적으로 어떤 득실이 있는 것인지, 취재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나연수 기자, 안녕하세요?
오늘 증시 상황부터 알아볼까요? 어제 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이런 상승세가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분위기가 어제와는 영 달랐어요?
[기자]
네, 일단 오늘 시장 종가부터 보겠습니다.
코스피는 어제보다 2.33% 내린 2,443.96, 코스닥은 어제보다 1.8% 내린 824.37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코스피는 출발부터 1% 하락 개장이었고요, 코스닥의 경우 소폭 상승으로 출발했는데 지수가 급락하면서 오전 11시 48분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습니다.
사이드카는 주가 등락이 급격할 때 현물시장이 받을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 모든 프로그램매매 호가의 효력을 5분 동안 일시 정지하는 장치입니다.
코스닥150 선물 거래종목 가운데 직전일 거래량이 가장 많은 종목이 6% 이상, 해당 선물거래대상지수 수치가 3% 이상 오르거나 내릴 때 1분간 이어질 때 발동됩니다.
어제는 코스닥 지수가 급등해서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는데, 오늘은 반대로 지수가 급락해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겁니다.
직전 사이드카 발동은 2020년 3월 23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증시 변동성이 매우 컸을 때였습니다.
이후 3년 5개월 만인 어제오늘, 코로나19 여파만큼의 증시 변동성이 있었다고도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어제는 그렇게 크게 오르고, 오늘은 또 이렇게나 떨어지고, 이게 다 금융당국의 공매도 전면금지 발표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인데요. 공매도 금지가 왜 이런 증시 변동으로 이어지는 건가요?
[기자]
공매도란 없는 주식을 빌려서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 전략입니다.
주가가 내려갈 걸 예상하고 배팅하는 겁니다.
남들이 손해 보는 하락장에서 돈을 버는 매매 기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를 구성하는 대형종목에 대해서 공매도가 허용되고 있었는데요,
전면금지 조치 발표로 주가 반등이 예상되자 주식을 빌려두었던 외국인 투자자들과 기관이 주가 상승 대한 손실을 줄이려고 어제 주식 순매수에 나섰던 겁니다.
이걸 시장 용어로 '숏커버링'이라고 합니다.
특히 공매도 잔고가 많은 이차전지 종목들이 일제히 오르면서 주가 상승을 견인했습니다.
그 결과 어제 코스피는 지난 금요일 장 마감 종가보다 5.55%, 코스닥은 무려 7% 넘게 오르면서 장을 마쳤습니다.
숏커버링을 통한 지수 상승이 조금 더 이어질 것이란 게 시장 관측이었는데, 하루 만에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순매도로 전환했습니다.
오늘 매도 물량은 어제 주가 급등으로 본 차익을 실현하려는 물량으로도 볼 수 있겠는데요.
하루 만에 시장 흐름이 바뀌면서 '숏커버링' 효과가 예상보다 빨리 소멸하리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어제는 개미 투자자들도 오랜만에 웃을 수 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큰손'들만 재빨리 차익을 보고 나가는 게 아닌가 우려가 됩니다.
애초에 왜 일요일 오후 갑작스럽게 공매도 전면금지 발표가 나왔는지 궁금한데요?
[기자]
공매도 자체가 주가가 하락해야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구조이다 보니, 주가 하락을 유도하는 세력이 나옵니다.
특히 최근에는 홍콩계 BNP파리바와 HSBC 등 글로벌투자은행들의 560억 원 규모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가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주가하락의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들에게 돌아오게 되죠.
이런 이유로 공매도 폐지 여론이 일었고, 국회 관련 청원에는 5만 명 이상 동참한 상태였습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공매도 문제가 주된 이슈로 떠오르며 정치권 압박도 심해졌는데요.
결국, 금융당국이 장고 끝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겁니다. 일요일 발표 내용 다시 보시죠.
[김주현 / 금융위원장(지난 5일) : 최근에는 글로벌 IB의 대규모 불법 무차입 공매도 사례가 적발되고 추가적인 불법 정황까지 발견되는 등 불법 공매도가 공정한 가격형성을 저해하고 시장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엄중한 상황입니다.]
[앵커]
그런데 그동안 공매도라는 제도가 유지됐던 이유, 금융당국이 전면 금지를 선뜻 결정하지 못한 이유도 있었던 것 아닌가요?
[기자]
공매도에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시장에 대한 정보를 쥐고 있는 '큰손'들이 가격 하락을 유도하며 시장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건 물론 큰 문제입니다.
그런데 건강한 시장에서 공매도는 거품 종목의 주가를 떨어트리고 매수와 매도 가격 균형을 맞춰주는 순기능도 수행합니다.
게다가 공매도는 이미 세계 주요시장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걸림돌이 될 거다, 이런 우려 뉴스에서 많이 들으셨을 텐데요.
MSCI는 모건스탠리캐피널인터내셔널의 약자이고 MSCI가 선진국 증시에 상장된 종목을 편입해 구성하는 지표가 MSCI 선진국 지수입니다.
여기 포함되면 투자자 유입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어서, 우리 정부도 지수 편입을 추진해 왔습니다.
사실 기존의 공매도 '제한적 허용'이 MSCI 지수 편입에는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어서 금융당국도 원래는 공매도 전면금지가 아니라 전면 허용에 무게를 두고 있었거든요.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모두 공매도를 정상화하는 게 맞다, 올해 안에 규제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었습니다.
[앵커]
지난 국정감사 때까지만 해도 금융당국은 공매도 전면 금지에 유보적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번 조치에 내년 총선을 겨냥한 당정의 압박이 작용했다는 비판도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오는 것이죠?
[기자]
맞습니다.
여당이 공매도 이슈를 내년 총선 전략의 하나로 선정한 건 분명해 보여요.
앞서 '김포-서울 편입론'에 이어 개미 투자자들의 표심에 호소했다는 평가인데요.
오늘 오후,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민생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도 이런 질문이 나왔습니다. 김 위원장의 대답 들어보시죠.
[김주현 / 금융위원장 : 총선용이냐, 이거는 당연히 보는 분들에 따라서 시기적 문제가 있어서 당연히 문제 제기할 수 있지만 아까 말한 것처럼 법적 요건이 형성이 안 됐는데, 정치용으로, 국민의 여론 무마용으로 할 수는 없는 조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공매도 시장은 유리가 다 깨져 있을 정도로 불법이 보편화 된 장이라며 금지 조치가 필요했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가 시행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과거에는 어떤 이유로 금지됐고, 어떤 결과를 불러왔습니까?
[기자]
앞서 세 차례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가 있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8개월,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 3개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1년 1개월 남짓이었는데요.
공통적으로 대내외 경제위기와 증시 급락이라는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단 지금과는 사정이 다릅니다.
그렇다면 이들 공매도 금지 조치가 주가지수 상승으로 이어졌느냐,
실제로는 별 영향이 없었다는 분석이 나왔는데요.
유진투자증권 보고서를 보면, 우선 가장 최근 금지 조치 때 반등 효과는 코로나19 당시 중앙은행과 정부가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았던 시기였다는 사실을 떼어서 볼 수 없다고 봤고요.
오히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지수가 공매도 이후 한 달, 석 달 뒤 각각 20% 이상 추가 하락했다는 겁니다.
삼성증권도 보고서에서 지난 2020년 3월 공매도 금지 이후 석 달간 개인 투자자는 국내 시장에서 순매수했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순매도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번 조치 전망과 아울러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할 점은 뭐가 있을까요?
[기자]
공매도 잔고 변동은 파악하는 데 사흘 정도 시차가 있어서 아직 외국인 투자자들의 숏커버링 규모를 정확히 말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숏커버링의 수급 개선 효과는 단기적이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지난 한 주 미국 뉴욕 증시도 일 년 중 최고의 주가를 올렸을 만큼 글로벌 증시가 오름세를 탔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당장 어제오늘 증시 변동 폭이 컸지만, 향후 장세는 우리 증시 기초여건에 좌우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앞서 과거 사례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일단 외국인의 이탈을 예상해볼 수 있고, 내년 공매도 정상화 이후의 변동성 역시 내다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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