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6·25로 이산가족이 된 북한 주민이 남한 법원에 친자확인 소송을 내서 처음으로 승소했습니다.
남쪽의 이복 형제들과 상속 분쟁도 진행되고 있어서 어떤 결말이 나게 될지 관심입니다.
김도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평안도에 살던 의사 윤 모 씨는 6·25 전쟁이 나자 큰딸만 데리고 남한으로 건너왔습니다.
윤 씨는 새로 결혼해 네 자녀를 낳은 뒤 20여 년 전 숨졌습니다.
북한에 남은 가족들의 행방을 찾던 큰딸은 최근에야 재미교포 선교사를 통해 동생 4명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전해들은 북쪽 가족들은 남한의 이복동생 등을 상대로 유산 분배를 요구하면서 친자 확인 소송도 함께 냈습니다.
자필 소송 위임장과 함께 신원 확인을 위한 북한 주민대장과 공민증 사본, 자신들의 머리카락 등을 선교사를 통해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서울가정법원은 증거로 제출된 머리카락에 대한 유전자 감정 결과 이들이 모두 숨진 윤 씨의 친자녀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선고했습니다.
[인터뷰:김윤정, 서울가정법원 공보판사]
"북한에 거주하고 있는 원고들이 직접 소송 위임장을 작성하여 제출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는 동영상이 증거로 제출된 이상, 소송 대리가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북한 주민이 남한 법원에 친자확인 소송을 내서 판결이 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인터뷰:배금자, 북한측 가족 변호사]
"역사상 최초로 북한 주민이 남한 법정에 소송의 방법으로 친자확인 판결을 받았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친자확인 소송이 끝나면서 유산 분배 소송도 곧 재개될 전망입니다.
북쪽 가족들은 아버지의 유산이 100억 원대에 이른다며 자신들도 재산을 상속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사유재산을 금지하고 있어 이들이 소송에서 이겨도 실질적인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정부는 북한 주민이 상속받은 남한 재산의 해외 반출을 금지하고 재산을 맡기는 기구를 설립하는 방안을 담은 특례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YTN 김도원[dohwo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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