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불법 묘지 수수방관...뒤늦게 "이장하세요"

2012.04.24 오전 05:20
[앵커멘트]

한 지자체가 20년 전부터 조성된 공원묘지가 불법시설이라며 뒤늦게 후손들에게 이장하라는 통보를 해 후손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장하지 않을 경우 해마다 이행강제금 천만 원을 부과하겠다는 통보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이종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설 명절에 성묘를 다녀온 박정호 씨.

차례를 올리다 말고 이장을 하라는 통지서를 받은 박 씨는 몇 달 째 불편한 마음이 가시지를 않습니다.

[인터뷰:박정호, 서울 구산동]
"마른하늘에 벼락 맞은 기분이죠. 너무 억울하죠. 제가 10년 동안 모신 곳인데,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 있습니까?"

박 씨가 8백여만 원을 내고 어머니를 모신 곳은 경기도 포천시에 있는 공동묘지.

알고 보니 이 묘지는 무허가 사설묘지였습니다.

불법 묘지 신세로 전락해 이장을 해야 하는 묘지가 무려 2천2백여 기에 달합니다.

6만 ㎡ 부지에 땅 주인이 무허가로 묘지 분양을 시작한 건 1995년부터입니다.

20년 가까이 계속된 불법 묘지 장사에 뒷짐만 지고 있던 포천시가 뒤늦게 불법 시설이라며 묘지 연고자들에게 이장을 요구한 겁니다.

또,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해마다 이행강제금 천만 원을 부과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조상을 모신 곳이 불법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후손들은 분통을 터트립니다.

[인터뷰:묘지 연고자]
"무허가 묘지를 조성한다고 다 조성해놓고, 이걸 뭐 폐쇄 명령을 내리면은 효과가 있겠느냐고요. (포천시가) 직무유기지. 10년이 훨씬 넘었고..."

95년 이후 포천시가 해당 땅주인에게 부과한 과태료는 8백만 원이 전부,

불법 묘지임을 알리는 경고문 몇 장도 땅 주인이 불법 묘지 조성 혐의로 기소된 2년 전에야 나붙었습니다.

[인터뷰:포천시청 관계자]
"산속에 있다 보니까, 항상 거기 가서 지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암암리에 이뤄지니까...앞으로는 근절하기 위해서 CCTV 설치하려고 해요."

후손들은 포천시가 나서 묘지를 시립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포천시는 땅 주인 측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입니다.

조상의 묘지가 하루 아침에 불법 묘지로 변해 이장할 곳을 찾아야 하는 후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YTN 이종원[jongwo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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