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학교 폭력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 모 군의 유서엔 학교에 설치된 CCTV가 거의 무용지물이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요.
실제로 학교 CCTV가 학교폭력을 막기엔 역부족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연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모두 16대의 CCTV가 설치되어 있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무실과 보안관실, 당직실에서 실시간으로 아이들의 안전을 살핍니다.
지난해 모두 교체하면서 CCTV 화질도 나아졌지만 대부분의 학교들은 사정이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해 감사원 조사결과 학교에 설치된 CCTV의 96.8%가 사람의 얼굴이나 차량 번호판을 식별하기 힘들 정도로 화질이 좋지 않았습니다.
부적절한 장소에 설치되어 있거나 장애물에 가로막혀 녹화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CCTV가 학교폭력 예방에 도움이 되었다는 의견은 30%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학생]
"싸우는 것을 많이 봤는데 CCTV 때문에 걸리는 것은 못 봤어요."
[인터뷰:학생]
"별로 줄어든 것 같지는 않고요. 오히려 사생활 침해인 것 같아요."
최근 학교 폭력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등학생 최 모 군 역시 유언장에서 CCTV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CCTV가 있어도 화질이 안 좋아 판별하기 힘들고, 괴롭힘은 주로 그런 데서 받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최 군의 유서를 계기로 당장 CCTV의 수를 늘리거나, 성능 개선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학교폭력을 근본적으로 막는 대책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인터뷰:고유경,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학부모상담실장]
"CCTV가 어느 정도의 효과는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 문제의 본질이 CCTV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인간관계에 있고, 그 관계를 회복하는 방법을 모르는 아이들, 그리고 거기서 절망을 느끼는 아이들이 문제인데..."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설치된 CCTV마저 거의 무용지물에 이르고, 실효성 있는 대책도 겉돌면서 안타까운 희생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YTN 한연희[hyheee@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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