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공무원도 못 쓰는 '보건휴가'...임신부 만이라도

[앵커]
보건휴가, 흔히 생리휴가로 부르는데 가임기 여성뿐 아니라 임신부도 태아 검진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림의 떡이죠.

심지어 보건복지부 여성 공무원도 97%가 보건휴가를 한 번도 못 써봤다고 합니다.

박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10대 때부터 생리 기간만 되면 견디기 힘들 정도로 배가 아프다는 50대 직장인 여성입니다.

하지만 법으로 보장된 보건 휴가는 도저히 눈치가 보여 말 꺼내기가 힘듭니다.

[김 모 씨, 경기도 일산시 마두동]
"생리가 있으니까 보건휴가를 쓰겠다고 하면 첫 번째 질문이 '너 생리하는 거 맞아, 어디 놀러 가는 거 아니야?'…."

보건 휴가 쓰기 어려운 건 임신부도 예외가 아닙니다.

근로기준법상 보건 휴가는 가임기 여성뿐 아니라 임신부도 태아 검진 등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신청해 쓸 수 있는데, 역시 '눈치의 문제'가 된 지 오래입니다.

대부분 산부인과가 평일은 너무 한산하고 주말에만 산모들이 몰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심재량, 산부인과 전문의]
"산모들 두 분 중 한 분은 토요일에 오시거든요. 물론 시간이 있어서 휴가를 내서 오시는 분도 간혹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직장 때문에 토요일 오전 오후에 오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대안을 마련해야 할 보건복지부가 더 문제입니다.

복지부 여성 공무원 중 보건 휴가를 사용한 여성은 매년 고작 30~40명 남짓.

평균 97.5%가 한 번도 쓴 적이 없습니다.

산하 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은 99%가 안 썼고, 공공 기관 가운데 여성 비율이 70%를 차지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94%가 보건 휴가를 쓰지 않았습니다.

[이목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보건복지부가 이런데 다른 부처나 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성들이 눈치 보지 않고 생리휴가를 쓸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임신부에 대한 보건 휴가만이라도 확실히 보장하기 위한 법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보건 휴가는 여성의 법적 권리인 동시에 우리 같은 저출산 국가에서 임신부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해 보입니다.

YTN 박조은[joeun@ytn.co.k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