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제 지워야 할까요?" 벽화 마을의 고민

2016.04.26 오후 06:03
경남 통영의 관광명소, 동피랑 마을의 유명한 '날개' 벽화입니다.

동피랑에 가면 누구나 한번은 이 벽화 앞에서 '천사' 인증샷을 찍는다고 하죠.

정치인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도 지난 2012년 무소속 대선 후보 시절에 통영을 찾아 이렇게 천사 포즈를 취한 적이 있습니다.

통영항 언덕배기의 작은 마을, 동피랑은 한때 철거를 앞두고 있었지만 예술가들의 벽화 덕분에 이제 대표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후로 벽화 그리기가 확산하면서 부산 감천문화마을, 서울 이화마을 같은 벽화 마을이 전국에 많이 생겼죠.

그런데 예쁘게 변신한 마을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골칫거리도 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 곳에나 차를 세우고 쓰레기를 버리는가 하면, 무분별한 사진 촬영으로 주민들의 사생활까지 침해되고 있는 건데요.

급기야 서울 이화마을에서는 일부 주민들이 마을의 상징인 '꽃계단'을 훼손하는 일까지 발생했습니다.

김선희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좁은 골목길을 따라 펼쳐지는 예쁜 그림과 벽화로 관광명소가 된 서울 대학로 부근 이화마을.

최근 이곳의 상징이었던 꽃 계단과 물고기 계단이 사라졌습니다.

[쏭 위 / 중국인 관광객 : 한국 드라마 많이 보거든요. 그래서 오늘 일부러 뒤에 꽃과 물고기 계단 보러 왔는데 없어졌네요. 너무 속상하고 실망스러워요.]

영화나 방송을 보고 마을을 찾았던 사람들은 아쉬움에 발길을 돌립니다.

보시는 것처럼 꽃이 그려진 타일 조각 위에 회색 페인트 칠을 한 것은 다름 아닌 이 지역 주민들이었습니다.

주거 지역에 카페와 공방 등이 생기면서 예정됐던 재개발 사업 대신 서울시가 노후가옥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자 이에 불만을 품은 일부 주민이 한밤중에 계단을 훼손한 것입니다.

[오기용 / 이화마을 주민 : (그렇다고) 타협을 해야지 물리적으로 어느 날 갑자기 밤중에 와 가지고 해코지를 하면 어떻게 하는 거야?]

한국의 마추픽추로 불리는 부산 감천문화마을은 도시재생사업의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하지만 연간 백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리면서 주차난을 비롯한 주민 생활 불편과 사생활 침해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김재영 / 감천문화마을 주민협의회 부회장 : 처음에 예상하지 못했던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기 때문에…. 그러나 고맙게도 (주민들이) 현실을 인정하고 잘 참아 주시니까.]

이화마을처럼 벽화가 그려진 지역은 전국적으로 100여 곳.

대부분 명소가 되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주민이 행복한 동네'라는 질문에는 쉽게 답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YTN 김선희[sunnyk@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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