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대통령상 도서관, '책 대출 부풀리기' 의혹

2017.02.23 오전 05:11
[앵커]
운영 성과가 좋다며 지난해 대통령상까지 받았던 서울의 유명 공공 도서관이 이용자들의 대출 실적을 조작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도서 대출 기록을 조작하는 건 명백한 불법인데, 경찰이 이 도서관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며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변영건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서울 서대문구 주택가에 있는 이진아 기념도서관입니다.

교통사고로 숨진 딸을 잊지 않기 위해 유가족의 기부로 지난 2005년 설립된 이 도서관은 서대문구의 대표적인 공공 도서관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난해에는 운영 성과를 인정받아 대통령상까지 받았습니다.

특히 성과 가운데 하나인 1인당 대출 건수는 서울의 공공 도서관 가운데 두 번째를 차지할 정도로 좋습니다.

[도서관 운영 평가 담당 사무관 : 책을 살 때 주민 의견을 반영하고, 계층별 맞춤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그런데 YTN이 도서관 대출 자료 일부를 입수해 살펴봤더니 이상한 점이 발견됐습니다.

하루 1인당 대출 제한 권수인 7권을 훌쩍 넘는 사례는 기본이고, 심지어 15권을 한꺼번에 빌렸다가 그날 바로 반납한 경우도 줄줄이 나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

도서관 측은 일부 대출 기록이 부풀려졌다며, 조작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도서관 직원 : 대출할 때 허수 데이터가 발생한 것은 맞는데요. 자발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것만….]

도서관 전·현직 관계자들은 이 같은 대출 부풀리기가 실적에 대한 압박과 무관하지 않다고 증언합니다.

도서관 일반 직원부터 경영진까지 업무 성과를 측정할 때 1인당 대출 권수가 포함되는데, 이 실적이 연봉과 성과급에까지 영향을 미치다 보니 경쟁적으로 대출 권수 높이기에 내몰린다는 겁니다.

도서 대출 실적은 또 도서관 경영 실적으로도 이어집니다.

실제 이진아 도서관은 좋은 경영 평가를 받으며 올해 예산으로 지난해보다 5%가 늘어난 4억여 원을 서대문구로부터 지원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10여 년 동안 도서관을 책임졌던 전직 관장은 대출 기록이 부풀려졌다는 점을 뒤늦게 알았다며, 사전에 조작을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당시 이진아 기념도서관 관장 : (대출 기록에) 허수가 직원들 사이에서 발생 된다는 거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대출 실적) 목표가 정해져 있으니까 목표에 대한 건 제가 얘기를 했죠.]

문제는 이 같은 대출 기록 조작이 사실상 공문서위조에 해당하는 불법이라는 데 있습니다.

이에 따라 경찰도 이른바 전자기록위작 혐의로 지난달 이진아 도서관에 대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습니다.

경찰은 압수한 9년간 도서 대출 기록 3백여만 건 가운데 수십만 건이 부풀려졌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 : 흔히 대출 시스템을 보면 누가 언제 대출했고 언제 반납했고 그런 부분이 나와야 하잖아요? 근데 그런 부분이 확인이 안 돼서….]

지난해 경남 창원에서도 도서관 직원 30여 명이 이 같은 이유로 대출 기록을 허위로 올렸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습니다.

경찰은 자료 검토를 마치는 대로 조만간 도서관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입니다.

YTN 변영건[byunyg@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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