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고양 저유소 화재 당시 풍등이 잔디밭에 떨어져 탱크 폭발로 이어지기까지 18분이 걸렸지만 대한송유관공사는 이를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탱크 외부에는 화재를 막을 그 어떤 시설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최민기 기자!
오늘 앞서 있었던 경찰 수사 결과, 먼저 정리해주시죠.
[기자]
보이는 이곳이 고양 화재 사고가 발생한 저유소 앞입니다.
보관 중이던 기름도 모두 빼내 지금은 화재 이후 텅 빈 잔해들만 남은 모습입니다.
그리고 이 저유소와 불과 300여 미터 떨어진 바로 이곳에서 터널 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여기서 일하던 근로자 한 명이 띄운 풍등이 여기 저유소 앞에 떨어지면서 큰 화재가 발생한 겁니다.
자세한 내용은 CCTV 영상 보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화면은 화재가 있었던 지난 7일 경기도 고양시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 인근의 공사 현장입니다.
한 남성이 다급하게 뛰어나오는데요.
근처 터널공사장에서 근로자로 일하고 있던 화재 피의자 27살 스리랑카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 A 씨입니다.
화면에는 A 씨가 풍등에 불을 붙인 뒤 바로 날아가자 이를 쫓아가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A 씨는 전날 인근 초등학교에서 날린 풍등이 공사장에 떨어진 것을 보고 호기심 삼아 불을 붙였는데 너무 빨리 날아가 잡지 못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후 풍등이 떨어지는 걸 본 A 씨는 그대로 돌아갔고, 탱크 주변에선 연기가 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탱크에서 폭발이 일어나는데요,
풍등이 떨어지고 폭발이 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18분 정도였습니다.
경찰은 A 씨가 주변에 저유소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불을 막을 수 있었다고 판단해, 중실화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입니다.
[앵커]
그런데 잔디에 불이 붙어 연기가 나고 탱크가 폭발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 것으로 보이는 데 그 사이 신고나 송유관공사 측의 조치는 없었다고요?
[기자]
안타깝게도 송유관공사에서는 이를 전혀 인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당시 공사 당직자들이 근무를 하고 있었고 통제소에서 외부 화면을 볼 수 있지만, 연기를 미리 보지 못했고 이에 따라 사전 대처도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풍등에서 잔디로 불길이 옮겨붙고, 이 불씨가 18분 뒤 탱크에서 배출되는 유증기와 반응하면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보고 있는데요.
또 유증기를 배출하는 통로엔 불순물이 들어가는 걸 막아주는 망이 설치돼 있었지만, 배출되는 유증기가 바깥의 불꽃과 만나는 걸 차단해주는 장치는 없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습니다.
또 탱크 온도가 800도로 올라가면 사무실에 알림을 주는 센서가 설치돼 있었지만, 순식간에 폭발이 일어나면서 이 같은 센서도 무용지물이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전문가 감식을 통해 명확한 화재 원인을 밝히고 위험물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은 없는지 공사 관계자를 상대로 수사를 확대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경기 고양경찰서에서 YTN 최민기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