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야스쿠니에 갇힌 2만 천여 명...후손들의 기나긴 싸움

2019.03.05 오전 05:41
[앵커]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을 합사하고, 신격화해 제사를 지내는 야스쿠니 신사.

강제징용돼 목숨을 잃은 조선인 2만 천여 명이 가족들의 동의도 없이 합사돼 있는데요.

조상의 이름을 이곳에서 지우고 명예를 회복하려는 후손들의 노력이 수십 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김대근 기자가 그 후손들을 만났습니다.

[기자]
태평양 전쟁이 한창이던 1944년 2월.

조선의 23살 청년이 전쟁터로 끌려갔고 이내 연락이 끊겼습니다.

그리고 48년.

고국에 남긴 13개월 된 딸이 중년이 돼 아버지의 죽음을 확인하기까지 걸린 시간입니다.

게다가 A급 전범들과 함께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됐다니.

그날부터 딸의 외로운 싸움이 시작됐습니다.

[이희자 /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공동대표 : (2001년 처음 야스쿠니 신사 방문 당시) 우익들이 막아서고 못 들어가게 했어요. 그러면서 하는 소리가 더러운 조센징은 물러가라는 것이었어요. 거기서 소리치는 게. 더러운 조센징 물러가라면서 더러운 조센징을 왜 너희가 주장하는 신성한 야스쿠니에 왜 합사했냐, 당장 빼라.]

2001년에는 일본 정부를 상대로, 2007년에는 야스쿠니 신사를 대상으로 무단 합사된 아버지의 이름을 지워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희자 /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공동대표 : 자식의 도리를 하는 게 아버지를 야스쿠니에서 빼야 아버지를 만나면 떳떳한 자식으로서 아버지를 당당하게 만나지 않을까. 그런 생각….]

지난 2013년 또 다른 후손들이 제기한 소송은 오는 5월 1심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긴 싸움의 시간, 이들은 지금도 일제 강점기에 갇힌 기분입니다.

[박남순 / 야스쿠니 무단합사 피해자 후손 : 어떤 사람은 속 모르고 야스쿠니에 있다고 하면 뭐라고 말하는 줄 알아요? 친일이라는 소리를 합니다. 얼마나 일본에 충성을 다했으면 야스쿠니에 모셔놓고 그렇게 잘 대접하는데 무슨 그게 한이 되냐고 합니다. 아주 죽을 것 같아요. 그 소리를 들으면.]

야스쿠니 신사는 종교시설이고 합사 문제는 종교의 자유와 연관된 만큼 유족도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일본의 궤변은 이번에도 반복될 것으로 보입니다.

[조시현 /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 : 사실상 국가 시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요. 그러니까 아베 수상 등 정부 인사들이 참배하는 것이고 그런 면에서는 일본 정부가 종교의 자유라는 것을 야스쿠니 신사 문제에 들이대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 적반하장이다.]

지금은 자료조사부터 소송까지, 피해자 후손들과 시민단체, 또 식민지배 역사를 부끄러워하는 일본인들이 중심이 돼 끌고 가는 상황.

야스쿠니 신사에 무단 합사된 조선인이 2만 천여 명에 달하지만 우리 정부는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남상구 / 동북아역사재단 한일역사문제연구소장 : 적어도 정부도 야스쿠니 신사에 한국인이 합사됐다는 것, 그리고 그 유족이 지금도 피해를 받고 있다는 것, 그 사실은 인정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제 피해자들의 아픔과 한을 개인의 문제로 남겨두지 않는 것.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지금까지도 아직 다 풀지 못한 숙제입니다.

YTN 김대근[kimdaegeu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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