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제 법원은 구속 기간 안에 재판을 끝내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 등으로 사실상 구금 수준의 보석을 받아들였습니다.
재판부는 그동안 출석하지 않은 증인들을 강제로 법정에 세우겠다는 뜻도 밝혀 지지부진했던 재판이 속도를 낼지도 주목됩니다.
조성호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은 애초에 건강 문제를 들어 석방을 요청했습니다.
수면 무호흡증이 심각하다며 심장 돌연사 가능성까지 거론했습니다.
법원은 보석을 허가했지만, 이 같은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고령과 건강문제를 이유로 하는 이른바 '병보석'은 아니라고 못 박았습니다.
다만 다음 달 8일까지인 구속 기간이 끝나기 전에 충실한 재판을 마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구속 기간 만료로 풀려나면 주거나 접견을 제한할 수 없어 증거인멸 우려가 커진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항소심 재판에서는 피고인을 4개월 동안 구속할 수 있고, 추가로 2개월 연장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말 법원이 이 전 대통령 구속 기간을 한 차례 연장했기 때문에 더는 늘릴 수 없습니다.
때문에 '자택 구금' 수준의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어 구속에 버금가는 효력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과 보석에 따른 형평성 논란도 재판부가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에게 범죄사실을 하나하나 읽어보고, 다시 구금되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는 이례적인 당부도 덧붙였습니다.
오는 13일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증인 신문을 시작으로 항소심 재판도 다시 본격화합니다.
지금까지는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과 김성우 전 다스 사장,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핵심 증인들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하면서 재판이 더디게 진행됐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재판부는 핵심 증인에 대해서는 직권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증인들을 찾아내 법정에 세우는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사실상 공전하던 이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 속도를 가늠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YTN 조성호[chosh@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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