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부족한 장기가 낳은 의술 발전?...'기증 문화' 활성 대책 필요

2019.09.15 오전 02:13
[앵커]
혈액형이 달라도, 항체반응이 커도 장기 이식이 가능할 정도로 의술이 크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의술 발전의 뒤에는 장기 부족이라는 현실도 자리합니다.

한때 활발했던 기증문화도 꺼지고 이식을 기다리는 사람은 매년 늘고 있어 기증 문화를 활성화할 대책이 필요합니다.

김정회 기자입니다.

[기자]
이 환자는 말기 신부전으로 최근 어머니의 신장을 이식받았습니다.

B형과 O형으로 혈액형이 달랐지만, 혈장 교환술 등을 시행한 뒤 급히 수술을 받았습니다.

상태는 나빠지는데 대기명단을 통해 장기를 이식받으려면 6∼7년이나 기다려야 했기 때문입니다.

[혈액형 부적합 신장 이식 환자 :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내 일 같지 않았고 처음에는. 처음에는 식구들이 나서서 다들 검사해보신다고….]

이처럼 혈액형이 다르거나 항체 반응이 커도 장기를 이식하는 수술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김성균 / 한림대 성심병원 신장내과 교수 : (2007년 이후) 매년 300∼400건의 혈액형 불일치 이식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데이터를 보면 이식 후 3년 생존율이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서(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놀라운 의술의 발전인데 장기 부족이 낳은 결과라는 게 의료계의 얘기입니다.

2016년 현재 장기 이식 대기자는 3만여 명, 이식은 4천여 건에 그쳐 대기자의 15%만 이식을 받았습니다.

이식 대기자는 매년 2천∼3천 명씩 느는데 간장 이식은 5년 9개월, 신장은 4년 6개월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뇌사자의 장기 기증이나 가족을 비롯한 타인의 생체 기증과 사후 기증 모두 감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의료계는 장기 기증과 이식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낮고 법적 한계가 있기 때문으로 판단합니다.

[안형준 / 경희대 병원 장기이식센터장 : (전에는 잠재 뇌사자 여부를 조사해서) 뇌사가 밝혀지고 보호자가 동의하면 장기 기증을 했는데 (지금은) 이런 분이 뇌사 진행과정이나 설명과정을 기다리지 못하고 바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제도가 생겼기 때문에…]

법 개정을 통해 기증 문화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뇌사 상태'에서만 허용하는 장기 기증을 '심정지 후'로 넓히고 복잡한 기증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금복 / 사랑의 장기기증운동 본부 상담국장 : 순수한 기증 의사 외에도 이식을 위해 본인이 시간을 내야 하는 시간적 여유도 있어야 하고 경제적 측면, 여러 가지가 많이 안정적으로 되는 분이 신장 기증할 조건이 되기 때문에 (기증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장기 기증을 서약해도 사후에 보호자가 거부하면 기증할 수 없는 부분도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의료계는 아무리 의료 기술이 발전해도 이식할 장기가 있어야 기술을 쓰지 않겠냐고 입을 모읍니다.

이식을 기다리다 숨지는 환자는 매일 5.2명에 달합니다.

YTN 김정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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