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틀 전 숨진 아파트 경비원은 자신을 폭행한 입주민에게 머슴이라는 표현까지 들어야 했습니다.
문제의 발단인 다툼이 있었던 날 이후 입주민은 쌍방 폭행을 주장하며 수술비 2천만 원을 요구했는데, 그 근거로 엉뚱한 진단서를 제시한 의혹도 있습니다.
안윤학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서울 우이동 아파트 경비원 A 씨가 숨지기 엿새 전인 지난 4일 밤, 가해자로 지목된 입주민 B 씨한테 받은 문자메시지입니다.
A 씨가 자신을 밀치는 바람에 다쳤다면서 "수술비만 2천만 원이 넘고 장애인 등록을 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경비원을 '머슴'이라고까지 칭하며 자신이 망신을 당했다고 표현합니다.
쌍방폭행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목 디스크를 앓고 있다는 '후유장해 진단서' 두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입주민 B 씨가 YTN에도 같은 진단서를 보내왔습니다.
사고 발생 장소와 일시, 내용이 다 지워져 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교통사고'란 말이 보입니다.
또 다른 진단서에도 목 부상이 "지난해 교통사고 이후"라고 적혀 있고, 상대방이 밀어 넘어진 뒤 통증이 심해졌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진단서 발행일은 5월 4일로, 경비원이 코뼈가 부러질 정도로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바로 다음 날입니다.
숨진 경비원은 이 진단서들을 받아본 뒤, 유서에 남긴 것처럼 "억울하다, 도와달라"며 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웃 주민 : 아저씨가 1주일 전에도 저희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려고 하셨는데 옥상 문이 잠겨서 못 뛰어내렸어요. 그래서 저희가 입원시켰어요.]
A 씨가 심한 폭행을 당했다며 처음 경찰에 B 씨를 고소한 건 지난달 28일,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열흘이 넘는 동안 피해자 조사도, 가해자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사이 또 폭행이 있었고, 경비원이 세상을 떠난 뒤에야 경찰은 휴대전화를 확보하고 경위 파악에 들어갔습니다.
YTN 안윤학[yhah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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