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人터view] 검찰개혁시리즈⑤ 검찰개혁은 왜 해야 하는가

2021.09.04 오전 05:34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그 측근들을 둘러싼 '고발 사주 의혹'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습니다.

검찰의 정치개입이 검찰개혁의 핵심 명분이었던 만큼, 순식간에 대선정국의 최대 변수가 되었는데요.

다만 이런 와중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검찰개혁엔 정치적 중립 문제만큼이나 중요한 당위가 있다는 점입니다.

사람, 공간, 시선을 전하는 YTN 인터뷰.

오늘은 검찰개혁 마지막 시간으로 검찰이 개혁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정리했습니다.

[영상리포트 내레이션]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한 논의는 오랜 기간 이어져 왔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 인사와 관련해 검찰인사위원회와 총장후보추천위원회 등을 통한 중립성 및 독립성 확보를 국정과제로 내세웠지만,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오히려 적극적 견제방안인 권한 분리를 통한 중립성 확보에 방점을 찍었다.

공수처와 검·경수사권 조정 등을 담은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이 그 결과다.

그런데 이 안엔 정치적 중립보다 중요한 문제의식이 담겨있다.

[박찬종 / 미네르바 박대성 씨 변호인 (2010년 인터뷰) : (박대성 씨) 체중 준 것 보세요. 현재 박대성 씨 모습이 국가 공권력에 의해서 부당하게 처분받거나 억압당할 때 어땠다는 것이 얼굴에 나타나 있어요.]

[김태일 /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선임간사 :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고 그것을 남용하더라도 제대로 된 처벌이나 책임을 지지 않는 모습을 보면 시민들이 검찰에 대해서 공포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권한 행사를 신뢰할 수도 없고, 그런 과정이 계속 반복되다 보면 검찰은 검찰대로 자신의 권한을 두려움 없이 시민들에게 남용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시민들의 피해도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검찰개혁을 지금이라도 늦출 수 없는 이유입니다.]

시민들에 대한 권한 오남용 문제가 검찰이 권력으로부터 독립한다고 해서 해결되진 않는다.

응당 권한을 제한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올해 시행에 들어간 공수처 및 검·경수사권 조정은 권한 분리의 시작이다.

피의자(기소되면 피고인) 신문조서 증거능력 제한 규정의 경우는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지금까진 검찰이 작성한 조서가 경찰의 것보다 우월하다고 여겨져, 피고인이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해도 증거로 채택될 수 있었다.

검사실이라는 위축된 공간에서 이뤄진 진술이 법정보다 우선했다는 말이다.

앞으론 피고인이 조서 내용을 인정해야만 증거가 된다.

분명 의미 있는 진일보지만, 다른 시선도 있다.

진술이 결정적 증거인 경우, 법정에서 피고인이 진술을 뒤집으면 유죄 입증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오병두 /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홍익대 법학부 교수 : "검사의 책상에서 유죄 판결이 결정되었다."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검사 앞에서 조서를 쓰게 되면 이 조서를 법정에서 부인하기 어려워요. 따라서 자백 편중의 수사가 생기게 되고요. 자백에 편중됨에 따라서 공판에서 다툰다고 하는 '공판중심주의'는 사실상 형해화될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이 제도가 시행되면 앞으로 수사에서 자백 이외에 인적 증거나 다른 물적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특히 경찰의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지난 7월 검찰개혁을 비롯해 문재인 정부 개혁과제에 관한 평가보고서를 내놨다.

공수처의 경우, 공수처장 임명 절차의 정치적 중립성 약화, 수사 및 기소 범위의 제한, 작은 조직 규모 등을 한계로 지적했지만,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권한 분리를 위한 기관을 출범시켰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검·경수사권 조정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여전히 넓고, 상하관계를 협력관계로 바꾸겠다는 본래 취지에 제대로 부합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박주민 /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법사위 간사) : 검·경수사권 조정의 경우에 거의 50년 가까운 세월 만에 처음으로 견제라는 것을 시작한 것이거든요. 그래서 그 자체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그 당시에도 수사와 기소를 좀 더 명확하게 분리한다든지, 검찰에 대한 견제 장치를 더 만든다든지 하는 논의가 있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서 검·경수사권 조정의 경우엔 아주 이상적 모델, 완성형의 모델까지 나가지 못했고 현실에서 가능한 범위까지 나갔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이전 정부까지만 해도 검찰과 법무부를 동일시하는 시각이 있었는데, 사실 법무부는 교정과 범죄 예방, 출입국 등 업무 범위가 넓고 다양하다.

검찰은 그중 일부지만, 시민들 삶에 워낙 막강한 영향력이 있는 기관이라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그런데 검찰 출신이 장관을 비롯한 요직을 맡다 보니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법무부 등 외부기관에 있는 검사 보직을 줄이자는 요구가 나온 이유다.

이러한 '탈검찰화'를 대대적으로 시행한 것은 현 정부가 처음이다.

그 과정에서 추미애 전 장관과 윤석열 전 총장 사이에 전대미문의 극한 대립이 벌어졌다.

민주화 이후 가장 힘센 기관이 된 검찰은 늘 첫 번째 개혁 대상이었다.

지난 30여 년은 개혁하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의 대립의 역사였다.

공권력은 위임된 권력으로 방어적, 소극적, 최후적으로 작동돼야 한다.

형벌은 마지막 수단이다.

검찰은 주어진 권한을 그만큼 신중히 사용해왔을까?

[오병두 /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홍익대 법학부 교수 :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가장 큰 성과라면 시민들이 검찰개혁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다만 입장에 따라서는 구체적인 방법은 좀 달랐던 것 같고요. 그러다 보니 그 입장에 따라서 검찰개혁에 대해 과잉 기대 또는 과잉 비난이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이제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3법을 시행한 첫해이고요. 지금은 섣부른 기대나 비난보다는 제도의 합리적인 운영을 지켜봐야 할 때라고 생각이 되고요. 이를 위해서 검찰도, 또 경찰도, 법원 역시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시민들도 새로운 제도가 잘 안착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시각에서 비판적 감시를 늦춰서는 안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공권력의 첨병으로서 위임된 권한을 집행하는 한, 검찰은 감시와 개혁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시민이 존재하는 한 끊임없이 진보해야 하는 민주주의처럼.


제보/ buttoner@ytn.co.kr

버트너/ 이상엽, 박재상, 곽영주, 류석규, 홍성욱, 장승대

도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오병두 홍익대 법학부 교수,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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