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제보는Y] 성추행 사건 이후 7달 동안 '같은 반'...손 놓은 학교

2021.10.27 오전 06:21
[앵커]
여중생이 같은 반 남학생에게 성추행을 당해 남학생이 재판을 받고 있는데도 무려 7달 동안 같은 교실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학교에서는 양측의 진술이 엇갈려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여학생 부모는 아이가 2차 피해로 고통받고 있다며 분리 조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엄윤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3월 말 아침, 김 모 씨는 중학교 3학년 딸에게서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학원 휴게실에서 같은 반 남학생에게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얘기입니다.

[피해 학생 어머니 : 과외를 가는데, 과외 가기 전에 갑자기 울면서 막 얘기를 하더라고요. 내가 이상한 일을 당한 것 같은데 이게 무슨 일인지 나도 모르겠어.]

한창 예민할 시기라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다는 딸의 부탁에 남학생이 사과만 제대로 한다면 그냥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건 "기억이 안 난다", "사과는 하지만, 인정하지 않는다"는 대답뿐이었습니다.

결국,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경찰은 지난 8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 의견을 달아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남학생에 대한 거짓말 탐지기 조사 결과 '거짓' 반응이 나왔는데 이 사건은 현재 검찰을 거쳐 법원 소년부로 송치된 상태입니다.

[피해 학생 아버지 : 4월 11일에 저희가 (고소장을) 제출했고, 8월 5일 경찰에서 끝내서 검찰로 넘어간 거라고요. 여기에서 끝냈어야죠.]

더 큰 문제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사건 발생 7개월이 지났지만, 피해 학생은 여전히 가해 학생과 함께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들으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심의위원회에서 양쪽 학생에 대한 조치를 내리는데 두 차례 열린 회의에서 조치 유보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입니다.

[평택교육지원청 관계자 : 가·피해 상황을 충분히 사실을 확정할 만큼 이르지 못했다는 이유로 조치 유보를 한 거예요. 경찰서에서 송치했다고 해서 무조건 심의위원회에서 조치 내리라는 법은 없거든요.]

학교 측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학교장 재량으로 피해 학생이 긴급 보호를 요청할 경우 분리 조치를 할 수 있는데 이마저도 하지 않은 겁니다.

[경기도 평택 A 중학교 관계자 : 가해 사실이 확정이 안 됐기 때문에 직권으로, 임의대로 학교장 재량으로 하면 안 되고, 당사자의 동의를 얻으면 가능하다고 답변을 들어서.]

여학생 부모는 남학생 어머니가 학부모회장이라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게 하는 건 그 자체가 2차 피해일 수 있습니다.

[주영글 / 변호사 : 피해자가 어린 학생이고 학교라는 교육 공간에서 하루 종일 생활을 같이해야 한다는 점에서 빠르게 분리 조치를 하지 않은 것 자체가 2차 가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피해 학생 어머니 : (그 남학생이) 애들한테 떠들고 다니는 이야기가 자기가 전날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해서 정신이 없었대요, 다음날. 그 정도로 공부를 해요?]

남학생 학부모는 YTN과의 통화에서 아직 법원 결정이 내려지지도 않은 사안이라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학교에서는 다음 달 2일, 세 번째 심의위원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피해 여학생 부모는 딸의 고통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며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설 계획입니다.

YTN 엄윤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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