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3:00~14:00)
■ 진행 : 김혜민 PD
■ 방송일 : 2021년 11월 17일 (수요일)
■ 대담 : 조한혜정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김혜민의 이슈&피플] "사냥꾼의 사회에서 환대와 돌봄의 사회로 가야 생존합니다" 조한혜정 교수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미래교육이 열리다 "런어스." 이 시간에는 우리가 미래를 준비하며 꼭 생각하고 배워야 하는 주제들을 연세대학교와 함께 배워보는 시간입니다. 제가 피디가 되고 참 좋은 점이요. 청년 시절 책과 강의를 통해 저에게 많은 깨달음과 또 인식의 전환을 갖게 해 준 분들을 직접 만날 때 그렇습니다. 오늘 런어스에 모실 분도 그러한데요. 여성으로, 또 문화 인류학자로 당연하게 여기며 사는 세상이 당연하지 않다고. 그리고 어느 누구도 아닌 당신이 이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말해온 분입니다. 조한혜정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오늘 런어스와 함께합니다. 교수님, 어서 오세요.
◆ 조한혜정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이하 조한혜정)> 네, 반갑습니다.
◇ 김혜민> 반갑습니다. 교수님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 조한혜정> 늘 하듯이 세상을 좀 바꿨으면 좋겠는데 안 바꿔져서 좀 우울한 상태도 있지만 즐거운 일도 있죠.
◇ 김혜민> 세상을 바꾸기 위해 되게 오랜 시간 계속 노력하셨잖아요. 그런데 교수님 보기에 그러면 그 세상은 점점 좋게 바뀌었습니까. 아니면 점점 나쁘게 바뀌고 있습니까.
◆ 조한혜정> 80년부터 대학에서 강의를 했으니까요. 그때 30살인데 박사 받고 와서. 근데 한 20년 동안 엄청 좋아졌죠. 경제 성장하고 뭐 그 다음에는 청년들이 다 거리로 나와서 서태지 세대가 나오고 우리가 X세대니, 신세대니, N세대니 이런 얘기 했잖아요. 그래서 계속 좋아진다.
◇ 김혜민> 경제 성장과 문화 발전이 계속 이루어졌었던.
◆ 조한혜정> 특히 우리는 이제 문화 발전 없이는 경제 성장 무의미하다, 라고 얘기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90년대 문화 발전을 했고. 그래서 봉준호 감독 같은 사람들도 이제 나왔고. 그래서 그런 친구들하고 대학 시절을 같이 보면서 그런 엄청 즐거운 때가 있었잖아요. 근데 한 2천년대 중반부터 제가 지금 기억하는 게 2008년에 학생 한 명이 쪽지에 우리는 글을 굉장히 많이 쓰게 하니까. 자기가 살아가기 위해서 친구를 배반하거나 밟아야 된다면 자기는 그때 죽고 싶다. 이런 쪽으로 썼더라고요.
◇ 김혜민> 2008년이면 금융위기 막 있을 그때쯤이죠.
◆ 조한혜정> 그렇죠. 그러니까 그 세대가 지금 MZ 세대 얘기를 계속하는데 2008년이면 IMF 때 태어난 아이들. IMF 때 10살인 아이들인 거죠.
◇ 김혜민> IMF 때 청소년기를 보냈던.
◆ 조한혜정> IMF를 알고 있는 세대고 그때부터 사람들이 생존이 호락호락하지 않구나, 라는 걸 알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이제 이 친구가 2008년 정도에 뭔가를 감지를 한 거죠. 이게 장난이 아니구나. 그리고 어쩌면 나는 남을 짓밟아야 되는. 살기 위해서. 그러니까 생존의 시대가 오는 거를 알아차린 거고 2008년에도 지금 12, 3년 지나서 오징어 게임이 나왔잖아요. 오징어 게임이 완전 극한으로 네가 죽냐, 내가 죽냐. 다 탈락시키고 이제 살아남는 게임을 하는 세계가 와버린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게 대단히 정말 짧은 시간에 세상이 좋아지다가 완전히 이렇게 막 내리막길을 가는 걸 보잖아요. 그러니까 완전히 다른 두 세대가 지금 공존을 하고 있고 그런데 그 MZ 세대가 수가 많아져서 지금 이제 그 세대를 놓고 어떤 식의 전환을, 적응을 세대들이 하고 있는 그런 와중인 것 같아요.
◇ 김혜민> 경제 성장과 문화 발전을 쭉 이루다가 이제 한계에 도달한 거죠. 그 한계점을 찍고 내리막길이 시작된 걸 교수님께서 보셨고 이제 끝도 없이 지금 우리가 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그 와중에 코로나가 터졌어요. 이 코로나는 그런 문화인류학자로서는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세요.
◆ 조한혜정> 사실은 우리가 로마 보고서 이후에 이제 자원은 한계에 도달했고 이대로 가서는 도저히 답이 없다, 라는 얘기는 80년대 이미 했던 거죠. 그러니까 이 얘기는 주구장창 했었고. 저희 같은 비판적 인문사회학자들은 정말 스스로에게 지겨워진 상태인 거죠. 계속 그 경고를 했던 것이고. 그런데 지금 이제 기후 위기 오고 엄청난 재앙들을 우리가 이제 직시를 하고 있고 후쿠시마 사태, 이런 거 다 경험하면서 그중에 하나가 펜데믹이지 유별한 건 아닌 거죠. 그러니까 계속 우리가 이대로 가다가는 이렇게 계속 갈 수밖에 없는 그런 상태인 거죠.
◇ 김혜민> 그래서 교수님께서 선망국이라는 말을 만드신 거죠. 이게 무슨 뜻이에요.
◆ 조한혜정> 그러니까 이제 우리가 서양의 경우는 이제 자생적 산업 자본주의화를 하는 데잖아요. 그러니까 1450년 르네상스 이후에 이렇게 가면서 이제 산업혁명하고 농사에서 도시화하고 이렇게 완전히 변해 온 건데, 그런 시대를 거치지 않고 우리는 무방적 근대화. 그러니까 그냥 따라만 열심히 가면 되는 거고 그걸 스스로 자생적으로 만든 건 아니죠. 근데 모방의 천재잖아요. 그래서 엄청 짧은 시일 안에 그걸 해냈잖아요. 그걸 해냈는데 뭐 어떤 걸 했냐. 우리가 얘기할 때는 불균형 발전, 초고속 압축 성장. 그러니까 한쪽만 비대하게 성장을 한 거예요. 물질적인 것. 엄청난 이런 건물. 하드웨어 이런 쪽만 갔지, 실제로 사회는 집을 지으면 집안에 정말 행복하게 오손도손 사는 사람들의 문화가 있잖아요. 삶의 방식. 기쁨을 만들어내는. 그러니까 내가 왜 살아야 되는지를 아는. 그 영역은 그냥 제껴놓고 일단 잘 살아보자. 일단 GDP를 올려보자. 일단 경제성장 지수를 높이자. 이렇게 달려온 마당에 지금 우리는 더 먼저 망할 수 있다. 우리가 지금 세계 전체가 인류의 문명 자체가 옛날에는 어떤 잉카 문명이 망해도 그 옆에 다른 문명이 있어요. 그러니까 인류가 망하는 건 아니야. 그런데 지금은 인류가 다 연결돼 있잖아요. 하나의 세계적 자본주의 체제 속에 있는 거거든요. 이제 하나가 망하면 다 망하게 돼 있고, 이제 기후위기가 그것을 굉장히 잘 보여줬고 이제 이번 펜데믹이 그것을 정말 여실히 보여주는 거야.
◇ 김혜민> 한 국가의 문제들로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이제 모든 문제는 인류의 문제가 되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또 인류가 함께 손을 잡지 않고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세상이 된 거예요. 그래서 선망국이라는 표현이 먼저 망해가는 나라.
◆ 조한혜정> 어떤 면에서 먼저 망하니까 그게 더 잘 보이니까 기생충도 나올 수 있고, 지금 오징어 게임이라는 그 드라마도 우리가 정말 첨예하게 그것을 경험하고 있으니까 그 내부에 성찰력이 탁월한 감독들이 그걸 포착해내는 거죠.
◇ 김혜민> 아까 전에 교수님께서 교수님 같은 비판적인 문화인류학자들은 80년대부터 계속해서 경고를 했다. 그러니까 이러다가 우리 망한다, 망한다, 망한다 했는데 오히려 선망국이 되면 오히려 더 빨리 빠져나올 수 있는 출구도 보인다.
◆ 조한혜정> 통찰력이 탁월하니까 그다음에 장단점이 있는 거죠. 그래서 사실은 너무 빨리 가니까 확 헷갈릴 수가 있는데 반면에 굉장한 통찰력으로. 두 번째는 우리가 아직 우리는 인정이 살아 있다. 이런 얘기 하잖아요. 극도의 개인주의. 내지는 지금 예방주사 맞지 않겠다. 이런 식으로 자기 만능감을 가진 자본주의 소비 사회가 만들어내는 극도의 개인주의적 성향이라든가 이런 거보다는 그래도 서로한테 영향을 주고받는, 상호 부조하는 그런 어떤 사회성이 조금은 남아 있는 거죠. 그것이 사실은 가장 중요한 거니까. 그래서 예방주사 맞으려면 열심히 맞고. 이런 것이 그간에 최근에 한국을 인기 있는 나라로 만든 요인이죠.
◇ 김혜민>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던 선망국은 그냥 글자 그대로 보자면 먼저 망해 가는 나라지만, 이게 그냥 비관적 의미만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선두적으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이런 희망적인 얘기인 것 같아요. 최악의 뉴스들을 저도 이렇게 전하다 보면 정말 선망국이라는 말이 떠오르기는 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최악의 뉴스는 지금 청년들의 현실인 것 같아요. 아까 교수님께서 서두의 MZ 세대 이야기도 해 주셨지만, 교수님은 학생들을 계속 가르치셨고 이 청년들의 당면한 문제 중에 어떤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보십니까.
◆ 조한혜정> 청년들의 경우는 사실은 이제 직장이 최근에도 코로나 이후에 산업 로봇들을 굉장히 많이 풀기 시작하거든요. 그러니까 직장이 없어지는 거잖아요. 밥벌이가 없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그런 산업 로봇이 이런 기계적 노동은 대체할 거다, 라는 거를 전제로 하면서 교육도 시켜야 되고 하는데 전혀 그런 걸 못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제 입시 제도가 아이들을 완전히 공포 속에 몰아내면서 그냥. 지금 뭐 고등학교 1학년 친구가 그 얘기를 하더라고요. 하여튼 학교에서 너무 몰아붙이니까 자기가 정말 이렇게 기계적으로 살아가고 내가 뭐가 되겠냐. 그래서 자기가 걔가 공부 1등하고 하는 친구인데 일부러 안 내기 시작한다고. 그래서 사실은 실제로 지금 우리 아이들이 해야 되는 건 정말 가만히 있을 때 뇌가 제일 잘 돌아가거든요.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요. 그때 이제 뇌가 돌아가면서 새로운 걸 생각하는데 그 시간을 가장 안 주면서 몰아치는 친구들을 승자라고 생각하고, 그 사람들이 의사가 되고 뭐 법관이 되고. 이런 식의 체제로 가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지금 청년 세대들은 다르게 키워야 되는, 아주 다르게 키워야 되는 세대인데 그게 아니고 그냥 한쪽에 기계적 노동을 하는 사람으로 이렇게 키워가고 있어서 이 지점을 어떻게 풀까. 특히 한국 같이 입시 위주의 교육인 경우에 아까 선망국 케이스하고 마찬가지로 아주 획기적으로 이거를 바꿀 수 있으면 정말 가능성이 되게 많은 것 같아요. 다 개별적으로 막 흐트러져 있거든요. 대부분 선진국은 그냥 흩어져 있고 막 이렇게 비실비실하는데 이 부분을 어떻게 바꿔낼 수 있을 건지. 저는 이게 MZ 세대부터. 전 손자가 10살짜리가 있으니까. 얘네들은 완전 신인류거든요. 얘네들은 윗세대를 전혀 몰라요. 그러니까 얘네들이 너무 모르니까 그냥 자기네들이 최근에 노조도 마찬가지라는데, 오히려 노조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는 거잖아요. 왜냐하면 개인 문제에서부터 시작하니까.
◇ 김혜민> 맞습니다. 그러니까 교수님 말씀은 지금 이 세대를 살아가는 친구들은 신인류라고 부를 만큼 새로운 친구들이고, 그 세상 역시 우리가 살던 세상과 전혀 다른데 이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키워나가는 방법과 과정은 우리 때와 교수님 때와 똑같다는 거죠. 그러면 이 친구들은 살아나갈 수 없는 거죠. 생존할 수 없게 되는 거죠.
◆ 조한혜정> 정말 20년 후에 어떻게 갈지는 아무도 생각을 못하는.
◇ 김혜민> 그러다 보니까 지금 청년들이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이 굉장히 깊은 것 같아요. 그러니까 너희들이 시키는 대로 이렇게 잘 컸어. 공부 잘했어. 그런데 우리 왜 이 모양이야. 이런 생각을 할만도 하잖아요. 그 기성세대를 향한 청년들의 혐오, 분열. 이런 건 어떻게 우리가 받아들여야 될까요.
◆ 조한혜정> 혐오는 오히려 정말 남녀가 가장 사랑해야 될 나이에, 남녀 간의 혐오가 굉장히 심각하다. 세대 간에는 부모 세대가 이 386, 586 부모 세대가 가진 게 너무 많고 아는 게 너무 많아서 그 밑에 세대들은 혐오, 이게 아니고 그 속에 그냥 들어가서 기를 펼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어요. 그 안에 들어가서 그 보호를 받거나. 그러니까 옛날에 서태지 세대가 나 가출할래요, 가 80%로였는데 요새는 절대 가출하지 마. 가출하면 끝이야.
◇ 김혜민> 나이 들어도 어떻게든 부모님 옆에 있는 게 불편한 거죠.
◆ 조한혜정> 그러면서 그 속에서 나름의 저항을 해야 되는 건데 이거는 정말 쉽지가 않은 거거든요. 굉장히 어려운 복잡한 곤란한 상태이죠. 그래서 이 곤란함을 막 또 어떻게 풀자, 이렇게 하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거고. 이거 쉽게 풀리는 게 아니니까. 개발독재 시대 하던 식으로 학자들은 그런 얘기를 해요. 페미니스트 학자들 중에 곤란함과 함께 살기. Living with trouble. 어차피 지금 트러블이 너무 많으니까 ‘다나 헤러웨이’라는 패미니스트 선언과 비슷한 되게 재밌는 글을 쓰는 분인데. 이 곤란함과 그냥 더불어 살아야 된다는 걸 인정해라. 그런데 부모 세대가 그걸 인정을 못 해요. 얼마나 곤란한 상태에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지를 인정을 일단 하고, 확인을 하고 가야 되는데 그걸 못하고 계속 그걸 어떻게 해보려고. 그게 이제 어떤 조종, 통제, 관리. 이런 모드로 나가니까 아이들은 그냥 집에 틀어박혀 있거나 내내 해놓고 이제 다른 숨을 조그맣게 쉬면서 살거나 그런데 그 친구들이 회사에 이제 많아지면서 좀 다르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힘은 온라인, 스마트폰에 의해서 가능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지금 군대도 못 때린다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군대 영화 최근에 나온 거 DP. 엄청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이제 그런 게 벌써 옛날 일이라는 거죠.
◇ 김혜민> 맞습니다. 그게 2015년도 배경인데 벌써 옛날이죠.
◆ 조한혜정> 그래서 우리가 군대에 폭력이 없어져서 좋다, 라고 할까. 군대가 폭력을 제대로 조직화하는 동네인데 폭력 자체를 어떻게 할 줄 몰라서 가만히 약간 개판으로 내버려 두는 상태가 되는 게 군대라면 군대가 왜 필요하지 이런 질문을 하게 되는 거거든요.
◇ 김혜민> 그러니까 제가 오프닝에도 얘기했지만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했던 것들이 당연해지지 않는. 군대가 왜 필요하지. 이런 얘기가 점점 확장되면 국가가 왜 필요하지. 이런 생각까지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교수님이 국가의 개념도 바꿔야 된다. 국가가 그러려면 국가가 무력하다는 걸 먼저 인정해라, 라고 하셨어요.
◆ 조한혜정> 우리가 굉장히 어려운 곤란함 속에 있지만 가능성은 그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거죠.
◇ 김혜민>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좋은 지적이십니다.
◆ 조한혜정> 도대체 군대가 제대로 군대 역할을 하는 거야, 질문을 하는 거잖아요. 지금 우리 선거 때문에 4월에 총선 얘기를 하는데, 우리가 저런 꼴을 보면서 대통령을 뽑아야 된단 말이야. 그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것만이 아니고 사실은 거의 전 세계적으로 정말 투표에 의한 국가 정치라는 것이 망했구나.
◇ 김혜민> 한 사람에 의해 국가가 운영되는 이런 민주주의라면. 민주주의 이런 제도에 대해서 의문을 갖기 시작한 거군요.
◆ 조한혜정> 딱 한 사람이라기보다도 투표가 도대체 뭐지. 그런 거잖아요. 그리고 지금 이대로 가면 거의 노인들 투표에서 대강성이 되게 많은데 왜냐하면 인구가 굉장히 크게 급격히 줄기 때문에. 그러면 실제로 이렇게 가는 것은 1인 1투표라는 건 말이 안 되네. 그래서 어떤 사람은 투표 종량제를 해야 된다. 어떤 사람은 아기부터 해야 된다. 투표 아기 뱄을 때부터 부모가 대행하든지 그렇게 해야 된다. 내지는 나이별로 그걸로 해서 고려를 해야 된다. 이렇게 그런 정말 보완책이 나오든가. 그다음에 그런 투표에 의한 대의민주주의는 하나의 민주주의의 방식일 뿐이고 실제로 모든 영역에서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그래서 제가 이제 마을에서 정말 민주적인 가정부터 시작해서 가정이 사회로 열려 있고 아이들이 폭력을 당하면 그게 그 마을에서 해결이 됐습니다. 국가에서 데리고 가서 어떻게 하고 이런 게 아니고, 그 아이를 계속 보고 있던 이웃이나 사촌이나 누구의 친구들이 지속적으로 서로 돌보고 민주적인 관계를 맺어가는 그런 것들을 이제 사회의 기초로 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얘기를 하는 거죠. 국가라는 것, 시장이라는 것에 더 이상 우리가 우리의 삶을 맡길 수가 없을 정도로 이미 타락이 된 것이고.
◇ 김혜민> 민주주의라는 제도에 의지할 때는 민주적 관계가 더 중요하다. 좋은 말씀이십니다.
◆ 조한혜정> 저는 이제 특히 최근에는 이게 군인 여자 사관이 성추행 당하고 자살하고 이런 일이 있잖아요. 저는 최근에 성폭력은 그만하라, 이게 이제 민주주의의 근간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존재에 대한 폭력도 행사하지 마라. 누군가가 폭력을 당하고 자살까지 해야 되는 그런 상태에서는 대의 투표. 이런 게 사실은 의미가 없죠. 그래서 그런 맥락에서도 저는 지금 도대체 중요한 게 뭐냐. 가장 우리가 중요하게 잡아야 되는 게 뭐냐, 라는 질문을 하고 있는 거죠.
◇ 김혜민> 교수님 말씀 들어보니까요. 교수님은 늘 Why Not? 이 생각을 늘 하셨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좀 개인적인 질문입니다만 연세가 이렇게 드셨고 어떻게 보면 교수님은 우리나라에서 굉장히 유명한 학자이고 교수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신 분인데도 계속 Why Not? 이게 계속 이 질문이 생기세요. 그게 좀 신기하다고 생각이 들어요.
◆ 조한혜정> 아니, 그거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모습이죠. 인간은 개인으로 태어나서 살다가 죽는 거잖아요. 사회적 존재로. 인간은 특히 이제 굉장히 무력한 존재로 태어나기 때문에. 우리가 자궁에서 나오지만 사회적 자궁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는데 어떤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내가 살고 있고, 그럴 때 내가 잘 지내려면 이 사회적 관계망도 좋아야 되고 그거를 둘러싼 국가라든가 세계 자본주의 체제라든가 이런 게 다 제대로 굴러가야 되는 거잖아요. 내가 잘 살고 이제는 뭐 죽을 날을 생각해야 되는 나이지만, 나름 잘 죽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특히 요새 이제 우리가 페미니즘 이런 얘기하면서 어떻게 남자 노인들은 손자, 손주 세대를 생각을 안 하지. 뭐 이런 얘기를 많이 하거든요.
◇ 김혜민> 자기 식대로만 생각하는 그런 사고.
◆ 조한혜정> 예. 우리는 그냥 쟤네들이 있기 때문에 나는 그냥 쟤네들이 이렇게 자라기 때문에 나는 늙어가고 나는 자연스럽게 내 늙음을 받아들이고. 쟤네들이 잘 살 수 있는 방안이 뭘까, 를 고민을 하게 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요새는 특히 남자와 여자는 뭔가. 그리고 지금 우리 세상에 이렇게 된 게 남성 주도적인 사회. 제가 표현할 때는 사냥꾼의 사회. 그러니까 좋은 사냥꾼은 필요한데 뭐가 이게 조용한 사냥꾼이 아니고 무슨 정말 이 폭력배 같은 사냥꾼들이 지배하는 세계 질서. 내지는 정치질서. 이런 걸 보면서 사냥꾼의 세계와 이 우정의 세계. 환대의 세계. 돌봄의 세계에 대해서 우리가 얘기를 시작해야 되고, 그쪽의 존재들이 인정이 되는 그런 사회를 만드는 노력을 해야 되는 거죠.
◇ 김혜민> 외로운 사냥꾼이라고도 표현하셨는데 그 사냥꾼의 끝은 외로운 거죠. 교수님.
◆ 조한혜정> 그러니까 지금 나이 든 남녀를 보면 너무나 이해가 잘 갈 것 같은데, 정말 여자들은 점점 더 세지고 있고. 그래서 여자들도 성찰을 해야 될 것 같아요. 너무 막 너무 열심히 희생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더 목소리가 큰 것 같은데, 사실 50, 60, 70대 여자들도 그렇게 잘한 건 아니거든요. 여자들도 거의 사냥꾼처럼 된 부분이 엄청 있는 거.
◇ 김혜민> 그 영역에서 사실은 더 처절하게 살아왔죠. 사냥꾼처럼. 알겠습니다. 교수님하고 말씀 나눠보니까 교수님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냥 생애 주기에 따른 시대적 질문을 늘 던지시고 지금은 이제 교수님 생애 주기에 맞는 사회에서 말한 노인으로서, 노학자로서, 어른으로서, 할머니로서.
◆ 조한혜정> 그렇죠. 그러니까 나라는 존재가 고정된 주체가 아닌 거예요. 관계 속에서잖아요. 그러니까 끊임없이 학생들을 보면서, 서태지 세대를 보면서, 이제 그 관계 속에서 얘기를 하게 되는 거고. 지금은 손자 세대까지 보면서. 그다음에 최근에 여성들 화장실도 못 간다. 몰카 때문에. 그러니까 정말 안전의 위협이면 이번 선거는 정말 나는 여성의 안전을 보장하겠다, 라는 대통령이 나오면 되지 않을까
◇ 김혜민> 여성의 안전을 보장하겠다, 라는 말이 너무나 당연하고 너무나 지켜져야 되는 명제인데 이거를 분열로, 아니면 누군가에게 특혜를 주는 것처럼 몰아가는 사회적 분위기가 분명히 있거든요. 이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 조한혜정> 이게 이제 압축적인 성장의 폐해인 것 같은데 이제 젊은 청년들이 직장이 없어졌잖아요. 그러면 여자는 직장이 없어도 집에서 알바 노동도 하고 집안일도 하고 뭐를 하면서 돈도 별로 안 쓰고 살 수 있는 편이에요. 관계도 다양하니까. 남자들의 경우는 열심히 공부를 하든 해서 직장을 얻으면 정말 토끼 같은 아내를 만나서 내가 사랑을 받으면서 살리라는 그 기대 하나로 살았는데 이게 비자발적 독신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거예요.
◇ 김혜민> 그러니까 지금 교수님이 남성들을 폄하하거나 남성들에 대해서 무조건 비판하는 게 아니라 남성들이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를 지금 지적하시는 겁니까.
◆ 조한혜정> 그 구조에 있기 때문에 그건 한국만이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비자발적 독신 남성의 문제. 이 문제를 해결을 해야 되는 거예요. 정말 너무 결혼하고 싶은데, 그래서 여자한테 너무 잘해줬는데 자기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태로 상처를 받았어. 그리고 여자들도 그때 NO를 할 때 어떻게 해야 되는 에티켓을 배운 적이 없어. 서로 엄청나게 상처를 주고받는 현상은 있는 거죠. 그런데 그것의 뿌리는 이 사회경제적인 거대한 구조인 거예요.
◇ 김혜민> 우리가 그 구조에 대해서 정말 고민하고, 구조 대변혁을 빨리 하지 않으면 생존의 위협을 느낀다는 걸 빨리 깨닫는 게 선망국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인 것 같습니다.
◆ 조한혜정> 그래서 저는 이제 정말 너무 문제가 많으니까 기본소득제를 제대로 해라. 그다음에 군대 제도도 사회복무제를 해서, 그러니까 정말 약자와 아이들 어린이집에 가서 1년씩 스무 살 때 사회를 일구는 경험을 제대로 해라. 이런 제도적인 장치들이 필요한 거예요. 옛날에 교련. 우리 대학 다닐 때 교련. 뭐 이런 거 해서 우리는 생활과 교양 이래서 이상한 이렇게 배웠었던데 지금은 다시 20살 모두가 사회의 성원으로서 폭력을 가하지 않고 정말 세상에 왜 이렇게 됐고 내가 직장을 안 갔더라도 누군가 좋은 친구가 돼서 내가 친구가 돼서 그게 결혼이 되든 어쨌든 살아갈 수 있는 어떤 거가 돼야 되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젠 정말 연애하려고 그렇게 하지 마라. 그냥 정말 연애하고 싶고 하면 오히려 우정 어린 관계. 우정의 관계를 맺어라. 세상을 좋게 하기 위한 우정의 관계를 맺는 동네도 많고 그렇게까지 거창한 거 싫으면 동네에서 새벽에 무슨. 김민섭 씨가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그런 책 썼잖아요. 거기 보면 조깅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새벽에 그냥 조깅하는 모임에서라도 서로를 환대하고 좋아하고 우정을 쌓는 그런 관계를 맺다 보면 거기서 이제 커플이 생기는 거지 그냥 계속 연애의 정석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여기서는 아무것도 못 나오고 서로 뒤통수를 치는 거예요. 나 자신이 우정의 존재가 된 다음에 돼야지. 적대적이고, 죽어도 손해 안 보고, 뭔가 막 조작하고, 도구적으로 하고. 그런 관계만 지금 살아 있잖아요. 거기서는 어떤 것도 이제 실패할 수밖에 없죠.
◇ 김혜민> 알겠습니다. 오늘 런어스, 정말 제가 꼭 모시고 싶었던 교수님이었는데요. 조한혜정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와 함께 오늘 런어스 함께했습니다. 교수님. 오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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