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3:00~14:00)
■ 진행 : 김혜민 PD
■ 방송일 : 2021년 12월 16일 (목요일)
■ 대담 : 고직한 조우네 마음약국 대표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김혜민의 이슈&피플] 두 형제와 아버지. 그리고 조울증의 특별한 동행 (조우네마음약국)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지금 흐르는 노래는 자신의 환자에게 죽음을 당했지만, 안전한 진료 환경과 마음 아픈 환자들이 편견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꾼 임세원 교수의 추모곡입니다. 아픈 마음 보고 듣고 말하기. 이 코너는 말 그대로 우리의 아픈 마음을 보고 듣고 말하는 시간인데요. 이 코너를 하다 보면 청취자 분들 중에 많은 분들이 자신도 마음이 아프다고 고백하시기도 하고요. 혹은 가족들 중에 오랜 시간 정신적 문제로 고통받아왔다고 말씀 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정말 마음 아픈 사람이 많다는 걸 이 코너를 통해 알게 되는데, 사실 본인이 마음이 아파도 힘들지만 또 사랑하는 가족, 자녀, 부모, 배우자가 마음이 아프면 그걸 옆에서 지켜보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조울증 27년 차와 19년 차. 정신병원 입원 횟수만 각각 4번과 13번. 이 아들 둘과 이 길을 함께 걸어가고 있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사단법인 좋은 의자의 고직한 대표와 오늘 이 시간 함께합니다. 대표님, 어서 오세요.
◆ 고직한 조우네 마음약국 대표(이하 고직한)> 예, 안녕하세요.
◇ 김혜민> 반갑습니다. 먼저 사단법인 좋은 의자를 좀 소개해 주시겠어요.
◆ 고직한> 정신적인 약자와 정서적인 약자를 위해서 우리나라의 정신 간호학의 기초를 놓으신 고 김수지 교수님께서 만드신 그런 NGO입니다.
◇ 김혜민> 그렇군요. 김수지 교수님은 저도 많이 들어봤어요.
◆ 고직한> 간호계의 노벨상을 받으신 분이죠.
◇ 김혜민> 그 교수님이 생전에 사단 범인 좋은 의자를 만드셨고, 거기에 지금 대표로 계시는데. 또 조우의 마음 약국이라는 약국을 운영하고 계시잖아요. 이게 약을 파는 약국은 아니죠.
◆ 고직한> 유튜브 방송인데요. 조울증 환우인 우리 큰아들이, 또 부부가 같이 운영을 하게 됐고. 우리 가족 전체가 같이 하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 김혜민> 구독자 수가 꽤 되던데요.
◆ 고직한> 지금 한 1만 600명 정도니까 당사자들과 그다음에 가족들. 배우자들.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 김혜민> 이 조우네 마음 약국을 우리 고직한 대표님의 가족들이 지금 운영하고 계신데 우리 조우네 가족들을 좀 소개해 주세요.
◆ 고직한> 우리 큰 아들이 지금 나이 한 40 정도는 됐는데, 중학교 2학년 때 조울증이 발병했어요. 그 후에 한 네 번 정도를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우리 둘째 아들이 대학교 1학년 때 발병을, 또 조울증을 똑같이 했어요. 그래서 이제 지금 한 19년 정도 됐죠. 두 아이 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지금 많이 회복이 되고 있고 또 결혼도 했고요. 큰 아이는 아이가 셋이나 있고요. 또 둘째 아들도 결혼해서 싱어송라이터로 아주 지내고 있습니다.
◇ 김혜민> 그렇군요. 대표님도 좀 어려운 시간이 있으셨죠.
◆ 고직한> 저는 이제 우리가 정신증, 신경증 이렇게 나눈다면 저는 신경증 쪽으로 고등학교 때의 이른바 노이로제라고 있죠. 생활 사건이 있어서, 불면증을 앓게 되는 그런 일들 때문에 제가 고1, 고2, 고3 때 거의 한 3, 4개월씩의 불면증으로 노인신경쇠약증이죠. 그것으로 이제
병원 다니면서 약 먹고 치료를 받았던 과거가 있습니다.
◇ 김혜민> 그렇군요. 본인도 마음이 아픈 시간을 보냈지만 또 부모라는 게 그렇잖아요. 나의 고통보다 내 새끼의 아픔이 두 배가 뭐야. 천 배, 만 배 더 센 편인데 어떠셨어요. 처음 아들이 이 병, 조울증을 발병했을 때.
◆ 고직한> 우선은 조울증이 뭔지를 모르는 가운데 우리가 이제 만난 거니까, 너무나도 당황스러웠고 .그다음에 좀 나은 듯하면 다시 재발하는 일들이 자주 있었거든요. 큰 아이가 네 번 입원했고 작은 아이는 뮤지션이다 보니까 예민해서, 약의 부작용에 대한 반응이 좀 너무 예민해서. 그래서 이제 얘는 13번이나 입원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한 번 입원하면 전 가족이 한 세네 번 정도는 지옥을 왔다 갔다 한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러니까 17번 입원했으니까 우리가 한 50회 정도는 한 20여 년의 기간 동안에 지옥을 왔다갔다했다, 라고 근거를 갖고 얘기를 하죠.
◇ 김혜민> 첫 아들 발병 때도 가슴이 무너지셨겠지만, 둘째 아들이 발병했을 때 왜 이런 일이 나한테 두 번이나. 이 절망감이 엄청났을 것 같아요.
◆ 고직한> 그렇죠. 우리가 첫째 때도 그렇지만 둘째 아이까지 그렇게 되니까 Why me, 왜 나에게, 또는 Why us. 왜 우리 가족에, 이런 질문은 안 할 수가 없죠. 그런데 이제 조울증은 1.3%거든요. 국민의. 그러면 5천만 가운데 적어도 50만 명 이상이 조울증 환우라고 얘기할 수 있어요. 그러면 한편으로는 왜 나라고 그래서 그런 거에 안 걸린다고 감히 주장할 수 있냐, 그래서 Why not me, 그렇게 얘기를 하죠.
◇ 김혜민> 바이든 대통령 이야기도 있잖아요. 젊었을 때 아내와 아이가 교통사고로 죽고, 괴로워할 때 아버지가 Why not me. 그게 왜 너한테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는데.
◆ 고직한> 교통사고에 대한 두려움이 다 있기 때문에 누구나 다 차를 운전하면 보험 들잖아요. 그거는 나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라는 전제가 있는 거잖아요. 저는 그런 것처럼 정신질환은 일종의 뇌질환인데 통계에 의한 게 있으니까, 그런 면에서 예방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인지하고.
◇ 김혜민> 그 긴 시간 동안 그 Why not me, 라는 생각으로 버텨왔지만 그래도 그 시간 동안 와, 진짜 못하겠다. 정말 포기하고 싶다. 이때는 언제가 있으셨을까요.
◆ 고직한> 한두 번이 아니죠. 특별히 우리 큰아이와 작은 아이가 교대로 병원을 병원을 입원하는 그런 때들이 있었어요. 그럴 때는 한 아이가 이제 좀 병원에서 퇴원해서 괜찮아지나 보다, 라고 기대할 무렵에 둘째 아이가 예상치 못하게 터지는. 그런 일이 있으니까 연타를 맞는 거죠. 쉼 없이.
◇ 김혜민> 이렇게 웃으면서 말하실 수 있을 때까지.
◆ 고직한> 이게 세월이 약이죠.
◇ 김혜민> 그렇네요. 세월이 약인 것도 있고 또 아드님 두 분이 지금. 그게 완치가 될 수 있는 병은 아닌 거죠.
◆ 고직한> 완치는 아마 쉽지는 않고요. 관리해야 하는, 불치병의 그런 영역이죠.
◇ 김혜민> 고혈압, 당뇨.
◆ 고직한> 그렇게 하듯이, 약 먹으면서.
◇ 김혜민> 그래도 잘 관리를 하고 있으니 또 지금 그때 힘든 시간을 회상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사실 저희가 지난주 목요일에 있었던 임세원 교수 3주기 추모 콘서트에 우리 조우네 가족을 모셨고 그 아드님 두 분이 무대에 서시기도 하셨어요.
◆ 고직한> 아주 감사하게 생각했죠. 고 임세원 교수님은, 저는 순교자라고 생각할 정도로 착하시고 좋으신 분이 정신질환자에 의해서 살해를 당했는데. 사실 그것은 뭐 통계적으로 보면 일반인들의 살인사건에 비하면 굉장히 적잖아요. 그러나 미안합니다만 메스컴에서 너무 선정적으로 그것을 보도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우리 당사자들이나 가족들이 마치 가해자가 된 듯한 죄의식을 갖게 되는데, 그런데 유가족분께서 아주 숭고하게 그 사건을 받아들이면서 가해자를 용서하는 의미 있는 입장을 가졌을 때, 저희들 모두가 용서받고 치유 받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김혜민> 이 일 때문에 혹시나 마음 아픈 사람들이 편견 때문에 치료받지 못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라는 얘기를 돌아가시고 3일 후에. 가족들이 그런 메시지를 전하셨죠. 알겠습니다. 자, 오늘 아픈 마음 보고 듣고 말하기. 조우네 마음 약국의 고직한 대표와 함께하고 있는데. 자, 그래서 그런 시간들을 지내오시다가 유튜브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 고직한> 우리 큰아들이 원래 It 분야의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자기 직업이 그런데. 이제 자기가 유튜브를 통해서 뭔가 나누고 싶다, 하는데 아마 부부 사이에 의논을 진지하게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시대에 그런 환우들이 얼마나 많겠냐. 그래서 자기네들이 용기를 내어 그것을 유튜브에서 나누게 되면, 다른 말로 하면 자기네들이 망가지면. 다른 사람들이 많이 세워지니까. 용기와 희망을 가지니까. 그래서 이제 그런 걸 하겠다고 도와달라고 그래서 도와주는 거 내가 뭐가 있냐, 그랬더니 아버지 엄마도 같이 방송을 하자라는 거예요. 그래서 이제 저희가 같이 방송을 많이 했죠.
◇ 김혜민> 그 이유가 뭐였을까요. 당사자들 얘기만 해도 됐는데, 내 부모님, 가족의 이야기도 같이 방송했으면 하는 마음.
◆ 고직한> 그거는 이제 본인들도 가족의 이해과 지원과 협력이 없이, 그 문제를 극복하기는 정말 쉽지 않거든요. 거의 절대적이죠. 그런 점에서 정신질환이 있으면서 안타깝게도 엽기적인 가정이라든가 가족이 없다든가 하는 경우는, 저는 사회가 특별하게 부담을 져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대부분의 가정이 있는 집안에서는 가족들이 먼저 알고 살지 않으면 버티지를 못합니다. 다 무너집니다. 그러면 그 무너지면 그 부담이 어디로 가요. 사회로 가는 거죠.
◇ 김혜민> 정신질환 경력을 가진 범죄자들을 보면 결국 관리해 줄 수 있는 가족, 계속해서 약물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해 줄 수 있는 동료들이 없기 때문에. 사실 약만 먹으면 얼마든지 관리가 되는 건데, 그렇기 때문에 가족의 중요성이 누구보다도 크고. 그런데도 우리가 가족에게만 그 짐을 다 지울 순 없죠. 그러니까 우리 대표님 같은 경우에는 본인이 그런 경험도 있었고, 그러니까 보호자로 오래 계셨지만 가족만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 고직한> 그렇죠. 이거는 치매가 최근 이제 국가 책임제 비슷하게, 많은 치매 가족들을 해방시켜줬잖아요. 저는 그런 일이 일어나야. 사실상 우리가 UN에서 선진국에 들어갔다고 하는 평가를 오랫동안 받았잖아요. 선진사회가 되려면 이런 정신적 약자, 정서적 약자를 사회가 품어내야 돼요. 아까 얘기했듯이 내가, 또 누군가가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 정신질환과 관련된 평생 유병률이라는 게 있어요. 그게 한 25%예요.
◇ 김혜민> 아, 살면서 한 번은 걸릴 가능성이.
◆ 고직한> 4명 중에 1명 정도는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같이 사회가 고민하면서 풀어가야 될 그런 것이죠.
◇ 김혜민> 앞으로 사회에서는 더 많아지지 않겠습니까.
◆ 고직한> 그럼요 코로나 상황 중에 지금 아마 코로나블루라고 하는 현상이 더 심화돼서, 아마 질환자들이 더 많이 나올 거예요. 그러니까 이제 더 심각한 상황으로 가고 있지 않습니까.
◇ 김혜민> 맞습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의 짐이라고 우리가 생각하고 나눠 져야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지금 9088님이 우리 아들이 오랜 시간 우울증으로 고생하는데 저도 우울증 때문에 힘듭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아들 둘을 어떻게 옆에서 했는지, 대표님 대단합니다. 이런 문자 보내시는데 환우들 가족들도 유튜브 많이 들어오죠.
◆ 고직한> 많이들 보세요. 그러니까 저희는 조우네 마음 약국, 조우라는 것은 조울증과 우울증에 두 음을 따가지고 만든 우리 큰아들의 닉네임인데. 그런 분들을 위한 마음약국, 그렇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한 200개 이상의 콘텐츠가 올라가 있기 때문에, 그냥 듣고 보시고 그러면 많은 위로를 받으실 겁니다. 그리고 병에 대한 이해가 생길 거예요.
◇ 김혜민> 첫째는 내 가족이 무엇 때문에 아파하는지, 혹은 내가 뭐 때문에 힘든지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또 오랜 시간 투병한 환우의 이야기. 어느 때는 그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이야기까지도 볼 수 있고. 저도 이제 이 유튜브를 봤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게 우리 대표님이 아드님하고 이렇게 줌으로 인터뷰하면서, 굉장히 쿨하게 거리를 두면서 지금 현상에 대해 물어보더라고요. 저는 그게 굉장히 인상 깊고 좋았어요. 그러니까 그 태도. 내가 내 자식이 아프면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어요. 근데 그냥 부모로서 내가 담담하게 자녀에게 이렇게 그런 태도를 물어보는 게 참 좋더라고요.
◆ 고직한> 감사합니다. 그 귀한 걸 알아봐 주시네요.
◇ 김혜민> 의도를 하셨나요.
◆ 고직한> 아니에요. 그런데 이제 저희가 이런 정신과 환우들을 돕다 보면 가장 중요한 게 당사자들의 자기결정권이에요. 자기 결정권은 누구에게나 다, 어린 아이에게도 존중이 돼야 되는 거지만. 특별히 환우들이 이상한 소리를 하거나, 이렇게 잘 못 받아들일 수 있는 일들이 많은데 그것을 이해해주고 본인이 결정할 수 있도록 우리가 대화를 하고. 일종의 비폭력 대화, 또는 정서적 대화. 그렇게 얘기하는데 그런 거를 부모들이 잘 하게 되면 소위 촉발시키는, 트리거라고 그래요
◇ 김혜민> 계기가 될 수 있는 그 부분이 조금 줄어드는 거죠.
◆ 고직한> 그런 거를 훨씬 줄여요. 그렇기 때문에 저도 옛날에는 안 그랬는데요. 20여 년 당하다 보니.
◇ 김혜민> 그러니까 거기서 그러더라고요. 아들한테 아들이 저는 약을 이렇게 먹고 어떻게 먹고, 자기 얘기를 하는데 굉장히 너를 존중하고, 너의 선택과 의견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설명해 주시는 모습이.
◆ 고직한> 얘기할 건 얘기해 줘야죠.
◇ 김혜민> 그게 이제 일단 자기 결정권을 존중해 주고, 물론 상황이 심각하면 우리가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해야 되는 부분이 있지만. 그런 부분이 참 좋더라고요. 그러면 그 유튜브를 하고 그 당사자 두 명도 좀 많이 바뀌었습니까.
◆ 고직한> 우선 우리 큰아이 같은 경우는 그걸 시작하고 나서 이른바 상처 입은 치유자라는 개념이 있잖아요. 그것을 초기부터 갖고는 있었어요. 저희가 가르치기도 하고, 본인도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실제적으로 자기네들의 방송을 들으면서 사람들이 많이 치유되는 댓글도 달리고, 또 상담 요청이 있거든요. 지금까지 저희 아이들과 저희들이 한 1400사례를 상담을 했어요. 카톡을 하기도 하고 전화 상담을 하기도 하고. 그러니까 1400명의 사연을 들어보면 정말 이거는 보통이 아니죠. 그러니까 저희 아이들이, 또 며느리도 그렇고. 그냥 자기들이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됐구나. 그런데 그렇거든요. 남을 돕다 보면 자기가 치유돼요 그게 중요한 창조세계의 원리입니다.
◇ 김혜민> 맞아요. 자기 효능감과 자기 존재감이 느껴지기 때문에, 그게 자기 치유에 있어서 얼마나 크겠어요. 맞습니다. 그리고 두 아들이 결혼까지 하고. 상상도 못하셨죠. 솔직히 아이도 아프고 이럴 때.
◆ 고직한> 예. 근데 저는 우리 아이들이 우선 잘 생겼고요.
◇ 김혜민> 잘생겼더라고요 우리 아버님을 쏙 닮았더라고요.
◆ 고직한> 잘생겼고, 또 연애도 잘할 거라고 제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불안하지는 않았지만.
◇ 김혜민> 제 말씀은 혹시 오해가 있을까 봐 그러는 거죠. 편견들이 있을 수 있잖아요.
◆ 고직한> 정신과적인 문제 때문에 그럴 수 있죠. 그런데 그래서 며느리 될 아이들이 인사하러 오랬을 때 그 부분을 다 짚었죠. 알고 있냐. 그런데 이제 본인들은 알고 있다고 그러는데, 돌아보니 그렇게까지 진지하게 알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크죠.
◇ 김혜민> 거기다 또 아이 셋, 손주 손녀를 봤을 때 그 기쁨이 엄청날 것 같아요.
◆ 고직한> 물론 많은 사람들이 생물학적인 요인이 강한 병이니까 혹시 유전되는 것 아니냐, 하는 그런 두려움들을 많이 얘기해요. 그건 사실 굉장히 고마운 염려이기는 해요. 그러나 여러 가지 데이터들을 보고 그러면 일반인에 비해서 통계적으로 어려운 건 많아요. 몇 배가 더 높아요.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는 나아야죠. 그리고 또 저희들이 믿는 것은 점점 약이 좋아지고 뇌과학이 발달하기 때문에 그런 의미의 혜택에 대한 기대도 있어요.
◇ 김혜민> 무엇보다 인식 개선이 많이 됐잖아요. 앞으로도 많이 돼야 되지만, 그런 부분에 있어서도 좀 원하시는 부분들이 있을 것 같아요.
◆ 고직한> 그럼요. 지금 가장 큰 문제가 우리가 전문용어로 영어로는 스티그마라는 오명, 또는 낙인.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이것이 많은 환우들과 가족들을 위축당하게 하고 또 사회적으로 떳떳하지 못한 것처럼 낙인찍고. 아까 무슨 사건이 생겨버리면 무슨 범죄자처럼 취급당하는 것 같은, 그런 두려움이 다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이게 이건 일종의 뇌질환이다. 우리 장에 문제가 있으면 그런 쪽으로 치료를 받아야 되듯이, 심장에 문제가 있으면 또 그렇게 하듯이. 이건 뇌질환인 것이 근래에는 상당히 많이 밝혀졌단 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누구의 탓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제 미국에서 가장 전문적인 단체에서는 이 문제를 영어로 하면 It’s not your fault, 해서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우리가 코로나 확진자가 됐다고 해서 그 사람 경시합니까. 안 하잖아요. 그렇잖아요. 그러니까 그렇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뇌질환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요
◇ 김혜민> 맞습니다. 그런 인식 개선과 또 약의 개발. 이런 것들이 우리 정신 환우들이 조금 더 자유롭게 또 인권을 중시하면서 살 수 있는 사회가 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조우네 가족의 비전과 계획이 궁금해요. 앞으로.
◆ 고직한> 저희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리 아이들은 정신건강 tv 같은 걸로 하고 싶다, 라고 하는 것도 있지만. 1차적으로는 지금 정부 복지부에서도 인정하고 있고, 그런 것으로 동료지원가라는 제도가 있어요. 아픈 사람이 아픈 사람을 이해하고 아픈 사람을 잘 도울 수 있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것을 하는데, 그게 소위 미국이라든가 유럽에서는 그들에게 정당한 일자리가 주어져서 그 아픈 사람들, 초보자들을 돕는 일에 사회복지사나 간호사처럼 일한단 말이에요. 그리고 효과는 굉장하거든요. 그러니까 사실상 약 주는 의사라든가 다 고맙긴 하지만.
◇ 김혜민> 그 마음을 100% 모르죠.
◆ 고직한> 그러니까 우리 여기 환우들과 가족들은 당신이 아파봤어요. 그러니까 아픈 사람으로서 그것을 극복해가고 있는 분들이 또 훈련을 잘 받아서 도와준다면, 저희는 온라인 동료지원가라고 하는 제도를 만들어서 하려고 그래요. 당사자이든 또는 가족 지원가도 굉장히 필요합니다. 가족들이 엄청나게 고통을 받고 있거든요. 그 가족이 애쓰지 않으면 또 누가 감당하겠어요. 그런 면들이죠.
◇ 김혜민> 알겠습니다. 5924님이 저도 1년 넘게 퇴사 후에 아버지 간병 중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다운되고 힘들어질 때 한강 한 바퀴 돌면서 ytn 라디오 듣습니다. 라디오가 저한테는 영양제라고 하셨는데, 그럼 마지막으로 우리 대표님, 지금 이 이야기 듣는, 방송 듣는 우리 환우들과 환우들 가족들에게 특별히 한 말씀 해 주시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 고직한> 우선은 정부나 사회가 많이 달라져야 하지만, 저희는 저희가 당사자이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가 먼저 지식과 지혜와 정보를 갖고 극복해가는 노력을 하면서. 저는 자립과 자강, 이걸 우리가 해나가고. 그다음에 이제 사회가 거기에다가 이제 좀 더 더해지고 정부도 더 더해지면, 이제 선진사회가 된다고 보죠.
◇ 김혜민> 알겠습니다. 아까 말씀 중에 Why not me, 라고 하셨는데 그런 마음으로 그냥 내 인생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고 또 담담히 걸어 나가다 보면, 그런 좋은 지원 제도도. 혹은 조우네 마음약국 같은 좋은 동료들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 조우네 가족이 출연하는 임세원 교수 3주기 추모 콘서트는 25일 듀에토의 더 클래식 방송 시간에 나갑니다. 새벽 5시 20분과 7시에 방송되고요. 저녁 6시 20분에 또 한 번 방송됩니다. 오늘 대표님, 정말 응원의 말씀, 그리고 힘든 이야기지만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고직한> 네, 감사합니다.
◇ 김혜민>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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