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년 넘게 직장 대표의 성희롱과 추행에 시달리던 여직원은 대표를 경찰에 고소했다가 명예훼손으로 맞고소를 당하고 대표 가족으로부터 퇴사 요구에도 시달리고 있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신고해도 가해자 처벌이 미흡하다 보니 오히려 피해자만 불이익을 받는다는 지적입니다.
황보혜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A 씨는 지난해 2월 경기 용인시에 있는 건설회사에 입사했습니다.
경리 업무를 맡아 회사 대표와 단둘이 사무실에 있는 날이 많았던 A 씨.
얼마 지나지 않아 대표의 성희롱이 시작됐습니다.
[A 씨 /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 대표가 전립선 검사를 받고 왔다면서 제 앞에서 행동으로 묘사하는데 정말 수치심이 들었고요. 어느 날은 저를 딱 뒤돌아보면서 "근데 너 피임은 하니?" 이러는 거예요.]
1년 넘게 수치심을 견뎌왔던 A 씨.
하지만 지난 4월 대표가 윗옷을 들추고 뒤에서 허리를 잡는 등 성추행까지 일삼자 더는 참을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A 씨 /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 식당에 들어가면서 제 허리를 감싸고 만졌고, 같은 날 오전엔 제 옷이 귀엽다면서 옆구리를 만지고 옷을 들췄는데, 1년여간 참아왔던 게 다 터지는 순간이었어요.]
결국, A 씨가 경찰에 고소하면서 회사 대표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고용노동부 지방노동관청도 성희롱을 인정해 '근무장소 변경'과 '징계' 등을 조치했습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 : 시정 지시를 미이행할 경우 과태료 조항이 있는데, 5백만 원 이하로 되어 있습니다. 근무장소 변경이 불가피한 경우라면 징계조치만 하더라도 시정 조치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A 씨는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가 돼 있었습니다.
회사 대표가 되레 A 씨를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한 겁니다.
회사에서는 임원인 대표 가족이 퇴사를 종용하기도 했습니다.
[A 씨 /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 사과도 없이 합의하자고 연락이 왔고, 그다음 주에 바로 경찰서에서 연락이 온 거예요. 명예훼손으로 대표가 저를 고소했더라고요. 대표 아내는 제가 그만뒀으면 좋겠다고….]
회사 대표 측은 A 씨에게 퇴사를 권유한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성희롱이나 추행 의혹은 완강히 부인하면서, 검찰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습니다.
시민단체가 최근 3년 동안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제보 360여 건을 분석한 결과 70% 가까이가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을 동시에 겪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성희롱 신고 이후 불이익을 당했다는 응답은 무려 90%를 넘습니다.
하지만 2차 가해를 처벌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에선 성희롱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준 사업주를 처벌하게 돼 있지만, 사업주가 대부분 법인이라서 대표이사를 처벌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처벌할 수 있지만, 고용노동부가 실제로 나서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한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윤지영 / 변호사 : 남녀고용평등법 양벌규정에 따라 대표이사에 대한 처벌도 가능하나, 실제로는 법인 자체만을 사업주로 보고 처벌하지 않는 판례들이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서도 고용노동부가 적극적으로 기소의견으로 송치하진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남녀고용평등법상 사용자가 처벌 대상이 되도록 법을 개정하고, 부당한 처분에 대해선 고용노동부가 적극적으로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성희롱이 2차 가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YTN 황보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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