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싱크홀' 생긴 노후 에스컬레이터..."안전역량 확보해야"

취재N팩트 2021.12.29 오후 12:51
[앵커]
지난주 전철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려던 여성이 갑자기 열린 덮개 아래로 빨려 들어가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해당 역 에스컬레이터는 고장이 잦았고 이런 노후 에스컬레이터가 역사 곳곳에 있어서 관리가 시급하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 연결해 알아봅니다. 이준엽 기자!

지난주 일어난 에스컬레이터 사고, 어떤 사고였는지부터 설명해 주시죠.

[기자]
네 지난 21일 오후 5시 50분쯤 경기 파주시 경의 중앙선 금촌역에서 62살 김찬영 씨가 당한 사고인데요.

앞서 걷던 김 씨 남편이 에스컬레이터 앞에 설치된 중앙분리봉에 부딪쳤습니다.

그러자 바닥 판 덮개가 들리면서 열렸고, 김 씨가 이를 미처 피하지 못해 아래로 빨려 들어간 겁니다.

원래는 100㎏ 이상 힘도 견뎌야 하고 바닥에 볼트·너트로 강하게 고정돼야 하는 판이 단순히 쳤다는 이유로 열려 버린 건데요.

당시 김 씨는 빨려 들어가는 힘이 워낙 강해 스스로 힘으로 빠져나올 수 없었고,

주변에 도와줄 사람들이 없었다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을 거라며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한 번 들어보시죠.

[김찬영 / 에스컬레이터 사고 피해자 :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냥 막 뒤로 막 푹 빠지는데. (발이) 나왔는데 보니까 피가 막 철철 넘치더라고요.]

[앵커]
아찔한 사고가 일어났는데, 피해자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사고가 일어나자마자 김 씨는 병원으로 이송돼 한 차례 수술을 받았는데요.

당시 의사가 절단이 필요할 수도 있고 치료를 마쳐도 100% 정상회복은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김 씨는 앞으로 네다섯 차례가량 수술을 더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는데요.

사고 일주일이 넘었지만, 차도가 없어 추가 수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측은 CCTV조차 확인하지 못한 상태인데요.

변호사를 선임해 보상 협의를 진행 중이고 다음 달 12일에야 경찰 피해자 조사를 하면서 CCTV를 확인할 수 있을 거라 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사고 원인조사는 어떻게 돼 가고 있습니까?

[기자]
네 두 기관이 함께 조사를 벌이고 있는데요.

우선 국토교통부 소속 철도특별사법경찰대가 형사 책임을 두고 내사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 승강기 안전공단에서는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지난 27일에는 두 기관이 합동점검을 벌이기도 했는데요.

결과는 다음 주나 다음다음 주쯤에 나올 거라는 전망입니다.

경찰은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거나 유지보수에 문제가 있었던 게 확인되면 업체 관계자 등에게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할 방침입니다.

유지보수 업체 측은 100% 자신들 책임은 아니란 입장입니다.

지난 23일 YTN 취재진을 만나서는 사고 책임을 피해자 부부나 설계 결함 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하기도 했는데요.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에스컬레이터 유지보수업체 직원 : 저기 아래 건 (바닥 판이) 작잖아요. 근데 거기 나사 요만한 거 하나 걸리는데, 힘을 받을까요. 사람 (견딜)만큼 힘을?]

[에스컬레이터 유지보수업체 이사 : 전적으로 우리가 잘못했다고 그러는 게 아니라, (앞에서 분리봉을 치고 간) 아버님이 술을 많이 드셨어요.]

[앵커]
승객 책임으로 돌리는 발언인데, 해당 역 에스컬레이터는 평소에도 문제가 많았다고요?

[기자]
네 첫 보도가 나간 뒤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사고가 난 정확히 그 에스컬레이터, '2호기'에 대해서 지난해 11월에 이미 민원을 넣은 적 있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제보자 말씀 들어보시죠.

[당시 민원인 : (해당 역 에스컬레이터가) 자주 고장이 나더라고요. 그리고 또 사람들이 걸려서 넘어지거나 운행 중에 갑자기 비상정지하는 경우가 많이 생겼거든요. 그래서 위험하다, 위험하다 생각을 해서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자료를 확인해봤더니 실제로 금촌역 에스컬레이터는 지난해 37차례나 고장이 났습니다.

5년 반 동안 고장 횟수를 합하면 51차례에 이르는데요.

사고가 잦아지는 원인으로 노후화가 지목됩니다.

법적으로 설치 15년이 넘으면 주기적으로 정밀안전점검을 해야 하는 노후 승강기로 분류됩니다.

코레일에서 관리하는 역사에서만 에스컬레이터 233대, 전체의 9%에 이릅니다.

당연히 고장도 잦을 수밖에 없는데 지난해에는 1년 만에 5배나 급증했습니다.

이번에 사고가 난 금촌역 에스컬레이터도 지난 2008년 4월에 설치하고 13년째라, 상당히 낡은 상태입니다.

[앵커]
에스컬레이터가 낡아가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자]
네 사실 에스컬레이터가 낡았다고 해서 곧바로 안전사고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관계기관이나 전문가들 설명입니다.

해외에서는 수십 년 된 에스컬레이터도 문제없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다만 오래될수록 철저한 유지관리가 필수인데요.

한국 승강기 안전공단은 노후승강기는 매달 자체점검을 더 철저히 하고, 주요부품을 적기에 교체하는 등 세심한 안전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법적으로 설치 뒤 15년이 지나면 3년마다, 25년이 넘으면 6개월마다 정밀안전검사를 해야 합니다.

문제는 국내 에스컬레이터 산업이 고사해 유지보수 역량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건데요.

부품을 수입하는데 단종돼 구하기 쉽지 않을 때가 많아서 적기에 점검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전문가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시겠습니다.

[송종태 / 한국 승강기학회 기술위원 : 정부에서 관심을 가지고 국산화한다든가 혜택을 준다든가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 안전사고에 대한 위험성이 굉장히 증가하는 상황이고요, 지금은요.]

이번 금촌역 사고도 점검이 잘 이뤄졌다면 막을 수 있었을 텐데요.

노후 에스컬레이터는 잦은 정비로 이용객이 불편을 겪을 뿐만 아니라 치명적인 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에,

안전점검 역량을 높이고 설비 교체를 앞당길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지금까지 사회 1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YTN은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YTN을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온라인 제보] www.ytn.co.kr
HOT 연예 스포츠
지금 이뉴스